주영헌 -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출간
우리는 낮 동안 볼 수 없지만
어두워지면 서로를 위해 빛을 낼 테니까요
‘우리 동네 이웃사촌 시 낭독회’ 프로젝트로 독자들에게 이름을 알린 주영헌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걷는사람)이 출간되었다. 체념적 어투로 상실의 경험을 고백했던 첫 시집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와 달리 이번 시집은 시인 특유의 재치와 상상력으로 사랑에 대해 노래한다.
주영헌 시인은 일상생활의 아주 사사로운 것들로부터 사랑을 발견한다. 그만큼 사랑이라는 감정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시인은 일상으로부터 발견한 사랑의 순간을 가볍고 간결한 문장으로 독자에게 선물한다. “외로움과는 관계 없”이 “한없이 당신을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안목 해변에 서서」, 당신과 나는 “서로의 그림자처럼 가까운 곳에 있었”다고 말하는 「우리가 우리를 완벽히 껴안는 방법」,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말하는 「내 사랑이 가장 단단합니다」 등에서는 주영헌 시인만의 사랑에 대한 사유를 엿볼 수 있다. 사랑하는 대상을 감싸 안고 슬픔을 어루만져 주는 일,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어떤 파국도 함께 맞이할 준비가 되”(「고백하던 날」)는 일, “최선을 다해 사랑을 낭비”하는 일 모두 주영헌 시인이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사랑법이다.
특히 일상의 사사로운 일 모두 “심(心) 써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는「힘은 어디에서 오나요」, “울기 시작하면 누군가가 찾아온다”고 말하는 「울기 시작하면」, “슬픔이나 이별 따윈 어제에 놔두고” 오기 위해 샴푸를 한다는「아침엔 샴푸」, “얼마나 더 울어야 내 울음들 잔잔해질 수 있”냐고 묻는 「강릉 바다에 갔습니다」 등에서는 삭막한 현대사회를 살아내고 있는 독자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친근감 있는 언어로 세대를 막론한 인간 보편의 감정,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주영헌 시인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시를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속 시 한 편을 전해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다. 김승일 시인(시집『프로메테우스』저자)과 함께 동네 책방을 직접 방문하며 시를 읽는 ‘우리 동네 이웃사촌 시 낭독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주영헌 시인의 베란다 낭독회>라는 제목으로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시를 낭송하기도 한다. 작가가 독자 앞으로 다가가야 하는 까닭은 “독자가 없으면, 작가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독자들에게 직접 찾아가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주영헌 시인은 오늘도 가장 익숙한 생활의 한복판에서 시를 길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