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의 관계를 바꾸면 인생도 바뀐다
‘나=생각’이라는 동일시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보는 연습법
밤잠을 설치게 하는 고민에서 벗어나기 위해 호흡에 집중하거나 양을 세거나 양파를 머리맡에 두는 등 온갖 시도를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책을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심리학 책이나 자기계발서는 생각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보통 긍정적인 말에 대한 믿음과 자기암시인데 불운한 사건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부정적 감정이 뒤따르거나 우울감이 닥치면 쉽게 힘을 잃는다. 행복 지수가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긍정의 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더 떨어질 곳이 없으니 다시 힘을 내라고 지친 나를 억지로 채근하는 것뿐이다. 이 책은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누르지 말고 생각과의 관계를 재정립하여 마음의 짐을 덜라고 조언한다. 긍정의 메커니즘을 따르지 않아도 좋다는 뜻이다.
심리치료사인 낸시 콜리어는 30년간의 상담 경험과 마음챙김 수련, 동양 사상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생각과의 관계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수많은 고민과, 그 복잡한 문제의 정체를 파악하여 해결하려 애쓴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생각에 대해 탐구하기를 멈추라고 말한다.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생각의 내용이나 메시지 자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생각 그 자체가 아니며 생각의 장(場)일 뿐이므로 날뛰는 생각에 관심을 주지 말고 한 발짝 물러서기를 권한다. 이것이 ‘알아차림’ 연습이다. 부정적이고 반복적이며 불필요한 생각의 속성을 깨닫는 알아차림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를 괴롭히는 걱정, 두려움, 불안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저자는 책 속에 따라 하기 쉬운 ‘연습법’을 수록해 점차 생각과 거리를 두고 궁극적으로는 ‘생각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자기돌봄의 역설과 학습된 자기혐오
나를 괴롭혀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나를 괴롭히는 생각은 진화의 산물일 가능성이 있다. 부정적인 생각은 위협을 부풀리고 우리의 능력과 강점을 과소평가하여 긴장을 불러일으키며 방심하지 못하도록 한다. 자신의 잘못을 자꾸 떠올리고 다시 상처를 헤집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재확인하고 스스로의 고통에 공감하는 자기돌봄의 과정이기도 하다. 저자는 여기에 ‘자기돌봄의 역설’이 있음을 발견하고 의도와 결과가 다른 현상에 주목한다. 고통을 되새김질하는 것은 나를 돌보기 위함이지만 실제로는 나를 할퀴어 행복을 좀먹는 경우가 많다. 고통은 굳이 생각으로 소환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찾아오게 마련이다.
저자는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생각들을 반추, 자기비판과 부정, 불만-분노-원망, 두려움-걱정-파국화로 세분화하여 각각에 대한 대처법을 전한다. 반추에는 상처받은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내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자기비판에는 그것이 정말로 성취동기를 부여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조언한다. 불만은 자신의 고통을 알리고 이해받으려는 시도이지만 그 의도가 아무리 긍정적이라고 할지라도 불만만 늘어놓아서는 결코 기분이 나아지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두려움과 걱정은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없다는 핑계에 불과함을 강조한다.
대처법을 종합해보면 현실을 직시하고 행복 지향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나를 괴롭혀서는 평온에 이르지도, 행복을 얻지도 못한다. 저자는 자기혐오가 학습된 것임을 알아차리고 자신에 대해 너그러운 목소리를 내는 연습을 하라 말한다. 이는 생각을 생각으로 이기려는 긍정적인 마음보다 훨씬 더 강력한 효과를 내는 자기돌봄이 된다.
‘알아차림’과 3가지 도구를 통해 행복에 이르는 길
평온과 행복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알아차림’은 생각 중독에서 벗어나는 열쇠다. 호흡에 집중하여 생각을 멈추고 마음의 변화를 가만히 바라보는 훈련을 반복하면 알아차림에 이르게 된다. 알아차림에 도달하면 나를 괴롭히는 온갖 부정적 생각 속으로 합쳐지지 않는 내면의 증인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은 생각과 분리된 나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생각과 어떻게 관계 맺고 싶은지 주체적으로 정하려는 시도이다.
생각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끊임없이 부정성을 내뿜고 걱정, 두려움, 불안, 자기 부정, 자기 파괴, 의심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생각은 자기돌봄과 위로의 속성을 가지고 있어 중독성이 강하다. 심지어 논리적이라 지적 매력도 넘친다. 저자가 중독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우려하면서도 ‘생각 중독’이라고까지 표현하는 이유다. 알아차림을 통해 생각이 중독적임을 깨달았다면 이제 그것에서 벗어날 차례다.
책에는 알아차림을 연습한 뒤 생각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3가지 강력한 방법이 담겨 있다. 하나는 생각 떼어버리기 연습을 실행하는 것이다. 내가 논리적으로 판단해 생각한 것들이 모두 옳고 내 부정적인 생각은 스스로 통제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생각에 동력을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실제로 다가올 현실이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그 절망적 상황보다는 훨씬 나은 경우가 많음을 깨닫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잠 못 이룬 날들이 허무하게도 그 상상들은 거의 대부분 불행으로 현실화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고된 현실이 남들에게는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에만 주의를 뺏기지 말고 현실을 마주 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 불행을 아무리 토로하고 내보인다고 해도 남들의 눈에는 그것이 훨씬 가벼운 정도의 어려움으로 느껴지며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도 내 마음같이 체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통에 매몰되지 말고 현실을 살아야 한다. 나=생각이라는 동일시에서 벗어나 자기돌봄을 실현하기 위해 허구의 삶이 아닌 진짜 삶을 선택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