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타인과 정서적으로 가까워지는 것이 불편하다면 인연은 모래알같이 바스러지는 게 좋다. 찐득거리고 흔적이 남는 것은 불쾌할 뿐이다. 손안에서 빠져나갈 때 약간의 아쉬움은 되려 그 찰나를 더 반짝이게 한다. ㅡ 「웃어넘기고 싶을 때」 ‘애착 이론’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다룬다. 이에 따르면, 성인 애착 유형은 회피형, 불안형, 안정형으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회피형’은 다른 사람과 정서적으로 친밀해지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유형이다. 깊은 친밀감에 위협을 느끼는 ‘회피형’이라는 특성은 개인의 사고와 행동 패턴을 어느 정도 설명해 준다. 물론 같은 회피형이라도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정서적 친밀감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이들의 교집합은 삶에도 유사한 패턴을 만들어낸다. 이 책은 그동안 학문의 영역 또는 연애 카운셀링의 영역에서만 다루어져 온 ‘회피형’이라는 특성에 ‘삶’과 ‘일상’이라는 풍성한 옷을 입혀내어, 회피형 인간들을 환한 빛 아래로 끌어낸다. 이 책은 회피형 인간들에게 있어 자신의 긍정적인 면모와 부정적인 면모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며, 회피형이 아닌 독자들에게는 ‘두려움을 믿고 더듬더듬 찬찬히 나아가는’ 삶을 엿볼 기회를 줄 것이다. “현실에서, 모든 독자는 책을 읽는 동안 자기 자신을 읽는다. 작가의 작품은 ….(중략).... 책이 없었다면 자기 안에서 볼 수 없었을 어떤 것을 알아차리게 해준다.” - 마르셀 프루스트,《되찾은 시간》 회피형, 고독을 즐기는 방랑자? 아니, 어쩌면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라면? 회피형 애착 유형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작가는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한 어조를 유지한다.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점이라면 격려와 인정, 이해로 회피형이 자신의 ‘약간 뒤틀린’ 면을 인지하게 돕는다. 그리고 고쳐야 할 지점 또한 가차 없이 이야기한다. 완벽한 이상형을 만났다고 생각하다가도 어떻게든 흠집을 찾아내는 게 당신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흠집이 있고 당신은 틈을 비집는 것에 귀신같은 사람이므로 언젠가는 실망하고 말 것이다. 이제 당신은 알아야 한다, 이 흠집 내기에 브레이크를 거는 게 좋겠단 것을. 이 못된 버릇은 반복될수록 그 속도를 높인다. 결국 아무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게 당신의 목표라면 모르겠지만,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감이 좀 다르지 않은가? ㅡ 「그리워할 때」 중에서 회피형 인간들, 그리고 이들과 관계 맺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회피형이라는 망아지를 길들여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방법을 언뜻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사막 위 선인장처럼 우뚝 서서 고즈넉한 외로움을 즐기는 여성들이 있다고 나는 여성의 외로움에 관해 이제껏 충분히 이야기되지 않은 방식으로 따뜻하고 쓸쓸하게 말하려 한다. 사막 위 선인장처럼 오롯하게 우뚝 서서 고즈넉한 외로움을 즐기는 여성들이 있다고. 버려지는 게 아니라, 버리고 상처받는 게 아니라, 그저 요령껏 굽이지어 다니는 여성들도 있다고. 각자 거리를 두고서라도 따로 또 같이 걷는다면 우리는 혼자도 괴짜도 아니지 않느냐고. ㅡ 「회피형 여성을 말하는 방법」 중에서 가부장제 안에서 여자들은 직접 좌표값을 갖는 대신 남성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상댓값을 부여받는다. 홀로 존재를 인정받는 대신, 절댓값을 가진 남성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비로소 지위를 갖게 된다. 파트너, 어머니, 여성스러운 보조자와 같은 지위들이다. 이런 체계 속에서 홀로 있는 여자들은 마녀라든가 노처녀와 같은 이름으로 분류되어 저 언저리 어딘가로 밀려난다. 자발적으로 관계 밖에서 존재하고자 하는 이들의 욕망은 쉽게 무시되고 묵살된다. 한편 회피형 특질을 가진 여자들은 타인과의 긴밀한 관계를 원치 않으며, 누군가 자신의 경계를 침범하는 것을 거부함과 동시에 그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깊이 관여치 않으려 한다. 작가는 “마냥 밝지 않고 시무룩하거나 혹은 음울하고, 어쩌면 조금은 비틀려 있는 여자들이 여기저기에 있다고. 그러나 그런대로 잘 살아왔고, 그럭저럭 잘 살 거라고” 말한다. 혼자 있는 것이 더 편한 여자들이, 어쩌면 속내 어딘가가 비틀려 있는 인간들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그 상태 그대로도 살아갈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메시지다. 이 책은 관계에 의존치 않고 홀로 충분한 여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정상적’이지 않은 여자들이 더 많이, 더 자주 나타날수록 우리는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