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권력의 광기와 매혹’은 권력이 다양한 영화 속 인물들에게서 구현되는 양상을 다룬 글을 모았다. 김경의 「<아임 낫 스케어드>: 전복적 매혹, 소프트 파워」는 영화 <아임 낫 스케어드>를 통해, 권력이 정치권력이나 경제 권력 같은 거대 담론뿐만 아니라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일상 혹은 개인의 정체성 등 미세한 영역에까지 다양하게 작동하는 문제를 다뤘다. 김경욱의 「히틀러 추종자들의 초상: <의지의 승리>, <한나 아렌트>, <메피스토>」는 히틀러의 파시즘에 경도된 감독 레니 리펜슈탈, 히틀러의 절대 권력에 굴복해 인간 기계로 전락한 관료 아돌프 아이히만, 그리고 권력과 명성을 향한 열망으로 히틀러 정권에 부역하는 기회주의자의 화신인 배우 헨드릭 회프겐을 살펴보았다. 김희경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침투한 따뜻하고 서늘한 권력의 광기: <기예르모델 토로의 피노키오>」는 카를로 콜로디의 소설 <피노키오>를 판타지와 전쟁, 파시즘 이야기를 접목해 새롭게 각색한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를 분석했다. 권력의 형태는 전쟁과 파시즘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나지만, 언제나 거대하고 구체적인 모습을 띠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권력의 또 다른 형태는 피노키오를 창조한 인물 제페토가 피노키오를 통제하려는 욕망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서곡숙의 「다큐멘터리영화 <김군>: 국가 폭력의 광기」는 ‘김군 찾기’를 통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추적하는 영화 <김군>에 나타난 국가 폭력의 광기를 고찰했다. 이 영화는 과거의 역사적 학살과 현재의 역사적 상흔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국가 폭력의 잔인성을 드러낸다. 학살과 죽음의 공포, 가해자/ 피해자 전도와 처벌, 진실의 훼손과 오명을 통해, 국가 폭력의 광기는 소름 끼치게 정당화된다.
제2부, ‘권력에 대한 네 가지 시선’은 색다른 관점에서 권력을 바라본 글을 모았다. 김경수의 「기후 영화Cli-ci를 생각하기」는 기후 위기를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 〈투모로우〉에서 시작해, 자연과 인간의 상호 작용을 다룬 영화 <퍼스트 리폼드>, <그린나이트>, <프리가이>, <우연과 상상> 등을 통해 기후 영화의 탄생을 조명했다. 김채희의 「이상적인 정치 영화를 꿈꾸며」는 먼저 <꽃잎>, <그때 그 사람들> 등 이전 시대의 정치 영화와 <전쟁은 끝났다>, <퍼스트 카우> 등 진정한 정치 영화를 살펴본 다음,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는 금지하는 모든 것을 금지해야 하며, 이 세계의 운동을 포착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로움을 가져야 한다. 그런 이상이 달성될 미래의 어느 때, 진정한 정치 영화가 등장하는 바로 그때, 영화는 마침내 이 세계와 하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현승의 「<더 메뉴>: 평론가, 예술가, 관객의 위치」는 영화 <더 메뉴>에서, 음식과 영화라는 메타포와 서사 전체를 알레고리화하는 연출을 통해 현실의 예술 시장을 재현하는 양상을 살펴보았다. 예술가는 제작사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며 작품을 만들고, 그렇게 완성된 작품은 권위 있는 평론가에 기대어 명성을 쌓는다. 자본의 논리는 예술의 제작, 홍보, 평가, 관람 등 모든 요소에 걸쳐 뿌리내려 있다. 이현재의 「반-정치의 이미지를 향하여: 세르히 로즈니차와 이미지 윤리의 정치」는 벨라루스에서 태어나 우크라이나에서 성장한 세르히 로즈니차 감독의 작품을 살펴본다. 복잡한 정체성을 지닌 로즈니차 영화에서 나타난 정치적 태도는 어떤 특정한 진영에 있는 것이 아닌, 정치로부터 완전히 탈피된 인간의 모습을 지향한다. 이미지를 정치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놓으려는 로즈니차의 시도는 역설적으로 정치적인 주장으로 읽히게 만든다.
제3부, ‘권력의 가장자리에서’는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권력이 작동하는 양상을 살펴본 글을 모았다. 송영애의 「<정이>와 <더 문>에서 작동하는 미래 권력의 폭력성」은 SF영화 <정이>와 <더 문>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특정 기업체를 중심으로 한 경제 권력이 가장 강력한 권력으로 작동하는 점에 주목했다. 주인공들은 동의와 계약을 통해 권력관계 속에 편입되고 무지막지한 권력의 폭력에 갇혔다가 마침내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하게 된다. 윤필립의 「<정말 먼 곳>: 권력으로 강요된 정상성과 강제된 젠더성에 대한 도전」 은 영화 <정말 먼 곳>에서 퀴어 남성이 직면하게 되는 삶의 위기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이성애자 중심의 한국 사회가 가하는 비이성애 혐오와 차별이 권력화되어 가는 과정과 그것이 개별 퀴어 남성들에게 내면화되어 자기혐오로 이어지는 과정을 분석했다. 정문영의 「<레벤느망>: 여성의 재생산권과 국가와 문화 권력」은 <레벤느망>을 중심으로 불법 낙태 시술을 다룬 여러 편의 영화를 통해, 기술 과학 시대가 오히려 경쟁적으로 신재생산 기술을 촉진하면서 여성의 재생산 과정에 공격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질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성의 몸과 재생산에 대한 폭력과 억압을 더 강하게 의식하고, 자기 몸에 대한 통제력을 스스로 행사하고자 하는 여성의 재생산권을 더욱 절실하게 주장해야 한다.
지금까지 간략하게 살펴본 것처럼, 11명의 필자는 권력을 바라보는 각자의 관점에 따라, ‘영화’와 ‘권력’을 연결해 다채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영화와 함께 우리 시대의 권력이 표면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미시적으로 더욱 정교하게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되돌아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