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의 연대기

이창익 · 인문학
5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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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이란 사람들이 사물에 저장하고 공유하던 특수한 감정, 집합표상이다. 또한 미신이란 불안과 공포의 공동체이다. 우리의 종교적, 사회적 가치에 입각하여 다른 종교적 가치를 바라볼 때 미신이 탄생한다. 어떤 경우든 미신은 적합성이나 적절성에 대한 물음과 연결된다. 미신은 종교이면서도 정치에 속하는 것이자, 세속 사회에 들러붙어 분리되지 않는 끈적끈적한 종교이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를 형성한 미신들을 살펴본다. 일제강점기는 미신이라 불리는 믿음이 특히 자연스럽게 유통되고 소통되던 세계이기 때문이다. 기우 의례, 인육포식, 풍장, 구타 치료, 백백교… 이러한 믿음이 일제강점기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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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을 내면서 005 1장 미신이란 무엇인가 (1) 집합표상: 생각 없는 사회 012 (2) 타부: 불안의 공동체 017 (3) 수페르스티티오: 가짜 지식 022 (4) 데이시다이모니아: 미신의 논리 026 (5) 미신과 유사종교 030 2장 기우제 (1) 집단 방뇨 042 (2) 암장 발굴 050 (3) 시장 이전 063 (4) 조룡 기우 068 (5) 종교의 총력전 073 3장 나병과 인육포식 (1) 손가락을 먹은 사람들 080 (2) 생식기를 먹은 사람들 088 (3) 간을 꺼내 먹은 사람들 097 (4) 사람을 잡아먹은 사람들 103 (5) 시체를 먹은 사람들 110 (6) 인육포식의 논리 118 (7) 당신들의 천국, 소록도 130 (8) 거세와 단종 145 4장 풍장: 나무에 매달린 시신 (1) 살과 피를 말리는 풍장 156 (2) 나무에 매달린 시체 164 (3) 풍장의 짧은 역사 176 (4) 풍장의 의미 185 (5) 종두규칙, 조선종두령, 종두제증 189 (6) 공동묘지의 기피 197 (7) 수장된 시신들 204 5장 복숭아나무와 일목삼신어 (1) 복숭아나무 살인 사건 212 (2) 정신병 치료와 신장대 222 (3) ‘동팔호’의 사람들 231 (4) 눈병과 일목삼신어 239 6장 백백교 연대기 (1) 백백도: 백백교의 모체 254 백백도 교주 전정운 / 거꾸로 된 사람: 전정운 신화 / 색마와 살인마가 된 교주 / 전정운의 가계도 (2) 백백도에서 백백교로 280 백백교 교주 전용해 / 비밀종교에서 공개종교로 / 백의 의미 / 백백교회 규칙 / 백백교의 주문 / 백백교의 말세론 (3) 1937년 이전의 백백교 304 백백교의 내분: 형제와 제자의 이합집산 / 1930년 김화 사건 / 1931년 가평 사건 (4) 1937년 백백교 사건 330 판도라의 상자 / 교주의 자살 / 피의자 명세서 / 암장 시신 발굴기 / 밀교주의 / 에로·그로 종교 / 1940년 재판 기록 (5) 백백교의 분파와 후예 391 전용석의 도화교 / 이희룡의 인천교 / 전용주의 신인천교 / 전명근과 인천교 재건 사건 / 인천교의 조선 독립 기도회 사건 7장 미신사교의 시대 (1) 사교의 탄생 414 (2) 백백교 탈교자의 두 얼굴 421 일본 천황을 모신 삼황선도교 / 일본 국민이기를 거부한 태극교 (3) 훔치교 전성시대 432 차경석의 보천교 / 훔치교의 시작 / 장발적의 종교 / 조천자 조철제: 무극대도교 (4) 꿈꾸는 공간 계룡산 457 계룡산 신도안 / 천도교와 시천교 / 상제교 전성시대 (5) 시간을 꿈꾸는 종교 474 이름 없는 종교: 선도교 / 당달봉사 강승태: 무극대도교 / 미륵불 손해주: 미륵교 (6) 서로 다른 세 개의 정도교 498 글자를 보는 종교: 각세도와 대각교 / 신천자 신태제: 여자 삭발의 정도교 / 자위 기구로 포교한 정도교 / 깃발의 구원론: 이순화의 정도교 (7) 유사종교, 사교, 순수종교 524 8장 미신과 근대 세계의 탄생 529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미신은 무엇인가, 무엇이 미신인가 미신이란 사람들이 사물에 저장하고 공유하던 특수한 감정, 집합표상이다. 또한 미신이란 불안과 공포의 공동체이다. 우리의 종교적, 사회적 가치에 입각하여 다른 종교적 가치를 바라볼 때 미신이 탄생한다. 어떤 경우든 미신은 적합성이나 적절성에 대한 물음과 연결된다. 미신은 종교이면서도 정치에 속하는 것이자, 세속 사회에 들러붙어 분리되지 않는 끈적끈적한 종교이다. 우리는 왜 미신을 문제 삼는가 미신이 마음속에서만 살고 있다면 우리가 일부러 미신을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미신이라 불리는 믿음은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늘 행동으로 표출되어 현실 질서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미신을 문제 삼는 것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도 여전히 ‘우리의 미신들’이 형성하는 체계 안에 갇혀 있을 것이기 때문이고 ‘우리의 미신들’이 지금 여기 현실 질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를 형성한 미신들 이 책은 일제강점기를 형성한 미신들을 살펴본다. 일제강점기는 미신이라 불리는 믿음이 특히 자연스럽게 유통되고 소통되던 세계이기 때문이다. 기우 의례, 인육포식, 풍장, 구타 치료, 백백교… 이러한 믿음이 일제강점기를 형성한다. 일제강점기의 사람들은, 산에 올라가 집단 방뇨를 하고 암장을 발굴하고 시장을 이전하고 용을 만들어 빌며, 기우제를 지냈다. 나병을 사람이 사람을 먹어야만 치료가 가능한 천형으로 인식하였다. 천연두는 역신이 일으킨 질병이며 사체를 풍우에 노출하면 역신이 떠난다고 믿어, 풍장을 하였다. 정신병은 영적 존재가 인체에 들어와 질병을 일으키는 것이므로 이 존재를 몸 밖으로 쫓아내면 병이 치료된다고 믿었고 퇴귀(退鬼)의 방법으로, 신이 내리기 좋은 물체인 복숭아나무로 만든 신장대[神將竿]로 병자를 구타했다. 1937년에, 살해당한 사체 304구가 발견되었다. 미발견 사체까지 계산하면 120여 건의 살인 사건을 통해 총 346명이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백교(白白敎) 교주와 교 간부의 살인 만행이었다. 백백교는 유사종교, 사교(邪敎), 요교(妖敎), 사이비종교의 대명사가 되었다. 왜 일제강점기 사람들은 이러한 믿음을 지녔을까 도대체 왜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믿음을 지녔을까? 우리는 엉뚱하고 황당하고 무지몽매한 사람들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믿음조차 없었다면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누리기 힘들었던 세계를 상상해야 한다. 그러한 믿음이라도 있어야만 유지될 수 있었던 세계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 모든 평균적 가치를 침묵시키는 공포와 절망과 슬픔이, 현 세계를 부정하는 강력한 힘의 응결체가 이러한 믿음의 실체일 것이다. 결국, 왜 그 믿음은 미신이라 불리는가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 혹은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기를 거부한 사람들의 믿음은 미신이라 불린다. 우리는 과학이라는 여과지로 종교를 거를 때 여과지 위에 남는 찌꺼기를 미신이라 부르곤 한다. 근대적 과학과 근대적 종교가 담지 못하는 믿음은 미신이라 불린다. 미신은 결국 역사적으로 형성된 범주이다. 미신은 존재론적, 인식론적 범주가 아니라 정치적인 범주이다. 근대 세계가 지워버린 믿음은 미신이라 불린다. 지워진 믿음을 찾아가는 ‘유리알 유희’ 이 책은 일제강점기 신문기사, 경찰 기록, 재판 기록 등을 살펴 당대 도대체 무엇을 미신이라 비난하고 있는지 그 현장에 입회하여 보고자 한다. 날것의 자료를 통해 당대의 목소리로 상상하며 일종의 학문적인 ‘유리알 유희’를 하고자 한다. 지워진 믿음, 미신을 기록한 이 연대기를 통해 독자들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얼마나 많은 믿음과 실천을 지우고, 얼마나 많은 종교를 삭제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희생시키면서 탄생한 세계인지를 감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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