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
살아 있는 액체 고양이와의 하루
제이의 크리스마스 소원은 한 번도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어요. 제이가 소원 쪽지에 썼던 것은 앵무새, 강아지, 나비 등이었는데, 매번 장남감 앵무새, 강아지가 나오는 그림책, 곤충백과를 받아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이번 크리스마스엔 소원을 들어주실까요? 제이는 지레 포기하곤 소원 쪽지에 ‘액체 괴물’이라 썼다가, 다시 ‘고양이’로 고칩니다. 혹시 모르잖아요, 이번엔 들어줄지.
그런데 웬걸, 크리스마스 날 아침 세수를 하던 중 수도꼭지를 비집고 나오는 ‘액체 고양이’를 마주쳤지요. 그냥 살아 있는 고양이도 아니고 액체 고양이라니! 이게 꿈인지 생신지, 제이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액괴(액체 괴물)를 소재로 한《액체 고양이 라니》는 강정연 작가 특유의 유쾌하고 재치 있는 문장으로 ‘동물’ ‘친구’ ‘다정함’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그날 밤 너의 새빨개진 코와 손과 발을 영원히 기억할게”
온 마음이 따뜻하게 채워지는 아이의 다정함이 있는 동화
제이는 동물을 기르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항상 허락하지 않았지요. 동물 털 알레르기가 있고, 엄마만 귀찮아진다는 게 이유였어요. 그래도 제이는 포기하지 않고 이번 크리스마스 소원으로 고양이를 적어 봅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납니다. 제이는 분명 소원 쪽지에 ‘고양이’라고 썼는데, 수도꼭지에서 쏟아져 나온 건 액체 괴물이었어요. 눈 오는 날 밤, 창가에서 제이에게 ‘엄지 척’을 올렸던 푸른 회색 물결무늬 고양이였죠. 털 대신 온몸이 액체괴물로 이루어진 액체 고양이라니!
하지만 놀라기도 잠시, 이렇게 찾아온 기회를 대충 보낼 수 없죠. 단 하루 주어진 액체 고양이와의 시간을 제이는 어떻게 보낼까요?
부모는 아이들의 보호자로, 또 선생님의 자격으로 많은 걸 가르쳐 줘야 한다는 책임을 느낍니다. 그런데 항상 벽에 부딪힙니다. 사실 부모도 어른이 되었지만 모르는 게 너무 많거든요. 가치관이나 정의로움과 관련된 문제에 직면하면 더욱 어렵고요. 그런데 아이들을 관찰하고 아이들에게 귀를 기울여보면 ‘아하!’ 하고 무릎을 칠 때가 있어요. 그것도 꽤 자주 말이지요.
《액체 고양이 라니》는 바로 그런 작품입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친구들에게 다정하게 대해.” 하고 늘 당부하지만, 어떻게 대하는 게 다정한 건지 물으면 말문이 막히죠. 제이의 행동은 막연한 다정함을 구체적으로 보여 줍니다. 우리 집 마당에 찾아온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 주자’고 생각하고,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르니 마실 물을 준비해 두고, 눈이 오는 추운 겨울밤에는 고양이가 마실 물이 얼까 봐 스티로폼과 핫팩으로 온도를 유지해 주는 정성. ‘한 번 주면 계속 올지 몰라. 그러면 귀찮아진다.’ 어른들의 흔한 생각이지만, 제이는 뒷일을 계산하지 않고 지금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손길을 내밉니다.
‘다정함’이란 어떤 마음이고 태도인가, 라는 질문에 이제 이렇게 답할 수 있겠네요.
‘추운 날 길고양이 걱정을 할 정도의 마음을 가지는 것.’
답은 각자의 경험과 상황에 따라 모두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다정함은 어떤 건가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고, 다정함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어떤지 또 상대가 어떻게 할 때 내가 다정하다고 느꼈는지 등을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