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딜 질서의 폐허에서 출현해
미국과 전 세계를 지배한
신자유주의 역사에 대한 총체적 이해
루스벨트, 레이건, 클린턴 그리고 트럼프와 샌더스에 이르기까지
지난 100년간 좌우가 함께 일군 정치 질서의 두 얼굴
— 《파이낸셜타임스》 《프로스펙트》 2022 최고의 책
이민, 인종, 계급 등을 중심 주제로 정치와 사회구조를 분석해 온 역사가 게리 거스틀(케임브리지대학교 폴 멜런 교수)은 ‘정치 질서(Political Order)’라는 독특한 개념으로 30여 년간 뉴딜과 신자유주의의 역사를 살펴 온, 정치경제 및 역사 학계의 권위자이다.
게리 거스틀은 지난 1989년에 ‘뉴딜 질서’를 분석한 『뉴딜 질서의 흥망 1930-1980(The Rise and Fall of the New Deal Order, 1930-1980)』(이하 『뉴딜 질서의 흥망』)을 펴내며, ‘정치 질서’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뉴딜 질서”라는 용어는 193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미국 정치에서 민주당이 행사한 지배력을 강조하는 용어로 대중화되었다.
『뉴딜 질서의 흥망』에 이어 34년 만에 후속작으로 펴낸 ‘The Rise and Fall of the Neoliberal Order’(2022)는, 직역하면 ‘신자유주의 질서의 흥망’으로 국내에서는 『뉴딜과 신자유주의: 새로운 정치 질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아르테 필로스 시리즈 28번)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과 전 세계를 이끌어 온 신자유주의의 시작점에서부터 해체에 이르는 역사를, 30여 년 전 게리 거스틀이 제시해 대중적으로 확립한 ‘정치 질서’라는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분석의 관점으로 톺아보았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그로써 신자유주의 주제를 다룬 수많은 도서 중 독보적 혜안의 제시가 가능하다.
즉, 신자유주의를 단순한 경제 사조나 경제정책의 틀과 담론으로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를 통틀어 ‘진보와 보수를 모두 아우르는 현실의 질서’로서 파악함으로써, 지구화(globalization), 세계경제 통합, 감옥 국가, 불평등 심화 등 주요 기제가 된 신자유주의를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한다.
스벤 베커트(하버드대학교 역사학 교수)는 “신자유주의 질서의 흥망성쇠를 도표화하여 펼치는 이 설명은 역사의 굴곡을 이해하는 유용한 분석 틀이며, 미래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추천했으며, 조너선 레비(시카고대학교 역사학 교수)는 게리 거스틀을 “신자유주의 사상이 새로운 정치 질서로서 어떻게, 왜 안착하게 되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 준 최초의 역사가”라고 극찬했다. 코리 로빈(뉴욕시립대학교 정치학 교수)은 “해방을 약속한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복종을 강요하는 단어가 되었는지에 대해, 최고의 설명을 제공한다”라고 평했다.
홍기빈 역자는 옮긴이의 말에서, 게리 거스틀의 ‘정치 질서’는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의 용어를 쓰자면 ‘역사적 블록(il blocco storico)’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신자유주의를 “제도나 정책 몇 가지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세계 전체로 확장”해 해석하는 것이 가능해지며 “저자가 내놓는 독특한 혜안” 또한 도출될 수 있음을 논설했다.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보이고 있는 양극단의 정치적 상황에서,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정치 질서에 대한 식견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정치 질서는 어떻게 탄생하고 해체되는가?
“지난 100년간의 역사를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에 정치 질서의 개념이 어떤 쓸모가 있는지를 보여 주고자 한다. 이 개념은 엘리트와 대중, 경제와 도덕, 국내와 국제 등 여러 복잡한 힘의 형세가 작동하면서 정치적 삶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 게리 거스틀
거스틀은 ‘정치 질서’를 “2년, 4년, 6년 등의 선거 주기를 버텨 내면서 중장기적으로 정치를 형성해 온 이데올로기”라고 정의하고, 지난 100년간 나타났던 두 정치 질서를 ‘뉴딜 질서’와 ‘신자유주의 질서’라고 칭한다. 따라서 이 책에는 미국이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시절에 뉴딜을 수용하고 이를 반세기에 걸쳐 국가 중심 정책으로 사용한 뒤 어떻게 가차 없이 포기하게 되었는지, 또 오늘날 양극화, 경제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점을 낳은 신자유주의가 1970년대 로널드 레이건 시절에 발흥해 어떠한 과정을 거쳐 해체에 이르게 되었는지의 면밀한 분석 틀을 제공한다.
이 분석으로 우리는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정치의 흥망성쇠 패러다임을 통찰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뉴딜 질서가 진정으로 확립되었던 때는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정권기가 아니라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정권이었다는 점, 또 신자유주의가 확고히 자리 잡게 된 때는 공화당 레이건 대통령의 시대가 아니라 민주당의 클린턴 정권이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정당정치에서 정치 질서는 어느 한쪽 정당의 독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오히려 야당 진영의 정당과 정치인들이 지배적 정당의 노선과 이념을 받아들여 ‘묵종(acquiescence)’할 때에, 즉 그럴 때에야 ‘헤게모니’가 진정으로 관철되고 한 정치 질서가 비로소 성립된다는 점을 역설한다.[냉전, 그리고 뉴딜 질서에 대한 공화당의 묵종(68쪽), 민주당의 묵종과 저항(248쪽)]
『뉴딜과 신자유주의』는 이렇게 한 정치운동이 새로운 정치 질서로서 어떻게 안착하게 되는지를 뉴딜 질서(1부)와 신자유주의 질서(2부)를 중심으로 면밀히 탐구한다. 저자는 한 정치 질서가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를 행사할 수 있는 역량을 잃게 되면 이는 그 질서가 쇠퇴하는 신호로서, 급진적/이단적/비현실적으로 간주되어 온 정치사상이 주류에서 떠오르게 된다고 논설한다.
1970년대 뉴딜 질서의 해체로 인해 오랫동안 ‘비웃음’ 받아 온 신자유주의 사상이 경제를 조직하는 주된 원리로서 뿌리를 내렸고, 또 지금이 다음 질서의 향방을 가를 기로에 있다. 게리 거스틀은 신자유주의 질서의 해체가 기정사실화된 현재 도널드 트럼프식의 권위주의, 샌더스식의 사회주의가 번창하는 공간이 열렸음을 역설하며 앞으로 펼쳐진 새로운 정치 질서에 대한 혜안을 제공한다.
21세기의 산업기술, 국제 정세, 사회적 요구에 조응하는
새로운 질서의 출현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그다음 정치 질서는 무엇이 될까? 나는 그 질문에 답하는 데에 이 보석 같은 책만큼 도움이 되는 우리 시대의 정치사를 알지 못한다.” ― 조너선 레비(Jonathan Levy, 시카고대학교 역사학 교수)
이 책의 1부는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루스벨트 정권과 민주당 세력이 주도한 뉴딜 질서의 흥망을 다루지만, 이는 2부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신자유주의 질서가 이전 질서와 어떻게 다른지, 또 그 발흥과 해체까지의 과정을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다. 저자는 1970년대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과 공화당이 밀어붙인 자유시장주의 이데올로기와 그 지지 세력이 부상하는 과정을 새롭게 분석해 밝히고, 1990년대에 빌 클린턴이 신자유주의 질서를 묵종하고 어떻게 확장시켜 나갔는지를 그려내고 있으며, 또 조지 W. 부시에 이르러 기고만장한 태도로 모든 일에 신자유주의 원리를 들이밀었던 결과로 미국 경제를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로 몰아넣음으로써 신자유주의가 붕괴의 지점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상세히 펼친다.
거스틀은 신자유주의 담론에 대해서도 다면적이며 색다른 관점으로 살핀다. 기존의 연구자들은 신자유주의를 지배 엘리트들이 “여러 해방 운동의 싹을 밟아 버리기 위해” 만들어 낸 사상과 실천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엘리트 중심 모델만으로는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광범위한 지지와 호응을 얻게 됐는지 설명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