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는 근대의 산물이 아니다!
무엇이 종족성과 민족주의를 이토록 강하고
폭발적인 힘으로 만드는가?
민족과 민족주의는 순수한 사회역사적 구성물인가?
인간 본성에 깊이 뿌리내린 종족성과 민족주의의 근원을 추적한다
민족주의에 관한 새로운 논의, 국제정치나 언어분화까지도 심층적으로 분석!
▶국가와 헌법에 대한 정치적 충성을 그 유일하고 주된 기반으로 삼아 존재하는 민족은 거의 없다
▶근대화는 민족주의를 출범시킨 것이 아니라 해방시킨 동시에 변형, 강화했으며 그 정당성을 크게 높였다
▶궁극적으로 민족주의란 마음의 상태다
▶종족은 국가를 만들었고 국가는 종족을 만들었다
▶민족국가가 유럽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그곳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사실이다
▶민족국가는 한 종족과 한 국가가 대체로 일치한 경우에만 출현했다
▶대부분의 민족주의는 정치적 종족성의 특정한 형태다
▶언어의 공유가 민족 단결의 가장 보편적인 접착제였다
※『문명과 전쟁』 『전쟁과 평화』로 주목받는 아자 가트의 문제작!
민족주의는 어떻게 기원했으며, 어째서 이토록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저자는 민족과 민족주의가 근대에 상상된 혹은 발명된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한다. 그러면서 전 세계의 역사를 통틀어 종족은 언제나 고도로 정치적이었고 민족과 민족국가는 수천 년 전 국가가 시작된 이래로 존재해왔음을 보여준다. 문화가 일찍이 우리의 원시적 조건으로부터 인류 진화에 적응해왔고 친족과 더불어 종족성과 종족에 대한 충성을 규정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인간 본성에 깊이 뿌리내린 종족성과 민족주의의 근원을 추적한다. 국가와 제국의 발생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종족성과 민족주의의 폭발적 성격과, 그것이 정체성과 연대를 형성하는 더욱 해방적이고 이타적인 역할까지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근대주의 계율은 현재의 민족 및 민족주의 연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고, 실제로 이루어진 큰 진전들을 극단적으로 과장함으로써 연구 방향을 크게 오도했다”면서, 근대주의·도구주의 이론가들은 종족민족 현상의 깊은 뿌리를 보지 못하고 민족과 민족주의를 순수한 사회역사적 구성물로 취급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특히 “중세 유럽을 포함한 전근대 세계의 사람들에게 민족 개념이 알려지지 않았거나 중요하지 않았거나 정치적 의미가 없었다는 생각은 근대 사회 이론이 범한 가장 큰 착오 중 하나다”라고 강조한다.
근대주의적 입장과 전통주의적 입장
민족 및 민족주의의 개념이나 기원과 역사를 다루는 학제적 접근은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갈린다. 민족이 근대에 탄생한 역사적 구성물이라고 보는 ‘근대주의’ 입장과, 민족이 근대 이전의 시기에 기원을 둔다고 보는 ‘전통주의’ 입장으로, 저자는 전통주의의 입장과 뚜렷이 맥을 같이한다. 1장에서는 이론적 논의와 핵심 개념에 대한 정의를 소개하고, 2장은 수렵채집 집단에서 기원한 친족 집단이 씨족을 거쳐 부족으로 발전한 과정을, 3장은 기원전 1만 년 전에서 5천 년 전 사이에 부족 조직으로부터 대규모 종족이 형성되고 종족 공간에서 국가가 형성된 과정을 개관한다. 4장은 고대 이집트와 중국을 비롯하여 유럽을 제외한 전 세계에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국가와 민족들을 살펴본다. 소국의 한 형태인 도시국가는 한 종족 공간을 여러 개의 도시국가군이 나누어 가지는 형태로 출현했는데, 도시국가들끼리는 평소 자주 대립했지만 외세의 위협이 닥쳤을 때는 서로 동맹을 맺는 경향을 띠었다. 또 제국은 여러 종족으로 구성되었고 영토 내에 있던 민족국가들을 압살하기도 했지만, 그 주변부에서 민족국가의 형성을 자극하기도 했다. 5장은 서로마제국 멸망 이후 유럽에서 생겨난 민족국가들에 초점을 맞추고, 6장에서는 민족이 대중 주권, 커뮤니케이션, 도시화, 이주 등 근대적 혁명에 의해 구성된 산물이라는 이론을 반박한다. 전근대에 이미 존재했던 대중적 민족 정서가 이런 혁신에 의해 해방되고 변형되어 훨씬 큰 힘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논의에서 특기할 점
이 책의 논의에서는 몇 가지 특기할 점이 두드러진다. 첫째로, 저자는 민족이 문화 혹은 종족과 국가의 대략적 일치라는 어니스트 겔너의 정의를 수용하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또한 개념 정의에서는 종족/인족/민족을 단계적으로 구분한다. 우선 종족이란, 상상 혹은 실제의 친족과 문화를 공유하는 집단이다. 인족이란, 친족과 문화를 공유한다는 뚜렷한 의식을 지닌 집단이다. 민족이란, 친족과 문화를 공유한다는 뚜렷한 의식을 지녔으며 국가 내에서 정치적 주권/자치권을 가졌거나 이를 추구하는 집단이다. 종족/인족/민족의 성립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혈통을 공유한다는 의식이 아니라 ‘친족 의식’을 꼽았다는 것은 미세하지만 중대한 차이다. 피가 섞이지 않았어도 결혼을 통해 결연 관계를 맺는 인척까지 친족의 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저자는 인간이 종족이라는 특유한 집단을 이루는 현상이 자연적으로 진화한 인간 성향에 뿌리박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이 이방인보다 자신과 더 많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친족을 더 선호하게끔 진화했다는 사회생물학의 원리를 인용한다. 그러니까 민족이라는 현상은 인간 본성에 토대를 두며, 바로 이것이 민족주의가 원초적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라는 것이다. 셋째로, 이 책은 유럽 이외의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으로 사례 연구를 확장한다. 저자는 민족/민족주의 연구의 심한 유럽 편중을 비판하며 여기에 깔린 전파주의적 가정을 거부한다. 민족과 민족국가는 고대로부터 세계사에 팽배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부족에서 국가로
저자는 민족과 민족주의 연구에서 거론되는 근대주의, 영속주의, 원초주의 같은 범주들은 모두 재정식화되고 종합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비록 근대성에 의해 철저히 변모하고 강화되긴 했어도 민족주의, 그리고 국가와 문화·인족·종족의 대체적 일치 혹은 연계는 근대에 발명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민족국가는 인류의 역사 시대에 국가태가 생겨난 시점부터 그 주된 형태중 하나로 소국 및 제국과 더불어 영속해왔다. 하지만 국가도 민족도 없던 선사 시대의 장구한 시간에 비하면 역사 시대 자체는 찰나에 불과하다. 실제로 민족과 민족주의는 원초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이는 진화적으로 인간 본성에 각인된 친족-문화적 친밀감, 연대, 상호 협력이라는 원초적 인간 정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회생활에 배어 있으며 가족을 넘어 부족과 종족으로 확대되는 이런 애착은 국가가 출현할 무렵 정치의 필수구성 요소가 되었다.”
종족은 항상 정치적이었다
저자는 “민족주의와 종족성은 긴밀히 결부되어 있다. 대체로 민족주의는 정치적 종족성이라는 좀더 광범위한 현상의 한 형태다. 그리고 종족성은 국가가 출현한 이래로, 아니 그 이전부터 언제나 고도로 정치적이었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종족 혹은 종족성이란 실제의 혹은 상상의 친족과 문화를 공유하는 집단이다. 역사적으로 존재한 국가들은 흔히 소국, 국가, 제국으로 분류되며, 종족은 이들 모두에서 주된 요소다. 일반적으로, 농촌 유형의 소국이든 도시 유형의 소국(도시국가)이든 간에 소국의 국민들은 종족적으로 가깝다. 또한 대체로 같은 종족 공간에 속해 있지만, 이 공간은 보통 여러 소국들로 쪼개진 더 넓은 종족 공간의 일부일 때가 많다. 종족적 특질을 공유하는 소국 간의 충돌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외적의 위협을 받았을 때는 대개 외부 세력에 맞서 협력하는 경향을 띤다. 소국에 이방인이 거주하거나, 좀더 드물게 소국이 두 개 이상의 종족 집단의 본향인 경우에는 이 또한 정치적 결과를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종족적으로 가까운 집단들이 거주하는 공간은 통일 과정을 촉진함으로써 더 큰 국가로의 성장과 확대를 북돋았다. 그리고 국가는 통일 그 자체의 현실에 의해, 의식적인 평준화와 융합 노력을 통해 자기 영토의 종족적 통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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