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그녀는 깨쳤다. 혁명은 사실상 언제나 상상 불가라는 것을. 혁명은 알던 세상을 부순다. 미래는 아직 쓰이지 않았기에 가능성으로 넘쳐난다.” 19세기 초반 옥스퍼드대학교를 무대로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확장, 그리고 학계의 공모를 다룬 스팀 펑크 & 다크 아카데미아 걸작 20대 중반의 나이에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석권한 『옐로페이스』 작가 R. F. 쿠앙의 대표작 ★★★네뷸러상, 로커스상, 영국도서상, 알렉스상 수상★★★ ★★★판타지 거장 조지 R. R. 마틴이 직접 선정한 알피상 수상★★★ ★★★뉴욕타임스,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트와일라잇> 제작사 템플 힐에서 영화 판권 획득★★★ 스물여섯 살의 나이에 세계 3대 SF 문학상 중 네뷸러상과 로커스상을 석권한 R. F. 쿠앙의 대표작.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 중 하나였으나 석연치 않은 정치적 이유(검열 스캔들)로 후보 명단에서 제외됐던 휴고상까지 거머쥐었다면 『바벨』 한 작품으로 세계 3대 SF 문학상 석권이라는 진기록을 세웠을 것이다. 2023년 휴고상 행사는 중국 청두에서 개최되었는데, 당시 유출된 조직위원회 측의 내부 이메일에 따르면 중국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는 소재, 서술이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바벨』을 후보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바벨』이 오히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마저 획책하는 서구 열강들의 제국주의적 침탈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수많은 SF/판타지 애호가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으며, 「왕좌의 게임」 원작자로 유명한 판타지 거장 조지 R. R. 마틴이 이에 반발해 자신이 제정한 알피상을 『바벨』에 수여하면서 더욱 화제가 되었다. 『바벨』은 19세기 초반 은(銀)산업혁명의 성공으로 세계 최강대국이 된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를 무대로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확장, 그리고 학계의 공모를 다룬 스팀 펑크, 즉 대체역사소설이다. 영국의 세계 경제 패권이 마법의 ‘은막대’로 이루어진다는 판타지적 설정을 추가했을 뿐, 실제 역사와 거의 차이가 없을 만큼 당시의 시대 상황을 놀랍도록 정교하고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은막대의 마법은 그 자체가 아니라 은막대에 새겨진 단어의 번역 대응 쌍(매치페어)에서 나온다. 말이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옮겨질 때 유실되는 것의 차이에서 힘이 나오고, 은이 그 유실된 것을 포착해서 힘을 발현시키는 것이다. 매치페어가 새겨진 은막대는 증기기관을 이용하는 기차, 선박, 방직기 등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총포탄의 힘과 정확도를 높이며 부상을 치료하거나 심지어 사람을 안 보이게 하는 등의 현실 왜곡까지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 즉 실버워크(silver-work)를 전담하는 기관이 바로 옥스퍼드대학교 왕립번역원(바벨)이다. “전지구적 체제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등장하고, 바벨은 무자비한 역사의 실험실이 된다.” (LA타임스) 제국주의와 세계화에 관한 흥미 만점의 마법적 스팀 펑크 그런데 유럽의 언어들이 교류와 확장으로 서로 가까워져 단어의 함의들이 변하고 합쳐지면서 사용 가능한 매치페어가 갈수록 고갈되고, 비슷하나 동일하지 않은 새로운 언어들에 대한 필요가 절실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바벨은 비유럽(특히 중국과 인도)의 언어들에서 강력한 매치페어를 찾는 데 주력한다. 주인공 로빈 스위프트를 비롯한 바벨의 학생들은 바로 이러한 용도로 세계 각지에서 선발된 언어 천재들이다. 로빈은 대영제국의 기반인 실버워크를 책임질 엘리트 번역사로서의 자질을 착실히 키워가지만, 어느 날 이복형 그리핀을 만나면서 평화로운 학창 생활에 위기가 찾아온다. 그리핀 역시 중국계이자 바벨 출신으로, 그리핀이 바벨에 반기를 들고 잠적하자 대타로 러벌 교수가 로빈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리핀은 로빈에게 바벨이 어떻게 외국 언어들을 이용해 대영제국의 식민지 침탈에 앞장서고 있는지 설명하고, 이에 대항하는 비밀 결사 조직 ‘헤르메스 협회’에 가담하라고 설득한다. 로빈은 중국계로서의 정체성과 제국 번역가로서의 안락한 미래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그리핀과의 관계를 끊는다. 발각될 경우 궁핍과 굶주림에 시달리던 비참한 과거로 돌아가게 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4학년 때 실습 과정의 일환으로 동급생 친구들과 함께 중국 광둥으로 파견된 로빈은 대량의 은을 얻기 위해 청나라에 자유무역(핵심은 아편 판매)을 강요하는 영국의 제국주의적 야욕, 밀수된 아편에 중독되어 폐인처럼 살아가는 중국 민중의 비참한 생활상을 목도한다. 바야흐로 아편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로빈은 바벨이 식민지 침탈의 앞잡이라는 것, 영국 정부가 실버워크에 필요한 중국의 은을 독차지하려고 전쟁을 획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는 식민지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제국 내에서도 은산업혁명으로 이득을 보는 이들은 이미 부자인 사람들과 부자가 될 간계와 운을 겸비한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뿐이었다. 그 순간 로빈의 머릿속에 거대한 거미줄이 떠올랐다. 인도에서 영국으로 가는 목화, 인도에서 중국으로 가는 아편, 중국에서 차와 도자기로 바뀌는 은, 그리고 모든 것이 다시 흘러 들어가는 영국. 처음에는 아주 추상적으로 들렸다. 그저 용도, 교환, 가치의 범주들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추상적이던 것이 추상적이지 않았다. 세상이 어떻게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지, 그 거미줄 속에서 자신의 생활방식이 어떤 착취를 야기하는지 깨닫는 순간, 그 거대한 거미줄 위에 식민지 노동과 식민지 고통의 망령이 먹구름처럼 드리운 것이 보였다. (2권 본문 62쪽) 그 사건들은 모두 같은 억압과 착취의 그물망에 걸려 있었다. 랭커셔 방적공에게 일어나는 일은 인도 방직공에게 먼저 일어난 일이었다. 은갑을 두른 영국 방직공장의 땀과 피로에 찌든 노동자들은 미국 노예들이 수확한 목화로 면사를 뽑았다. 은산업혁명은 어디서나 빈곤과 불평등과 고통을 초래했고, 거기서 이득을 보는 것은 제국 중심부의 권력자들뿐이었다. (2권 본문 331~332쪽) 결국 로빈이 같은 처지의 식민지 출신 친구들과 함께 헤르메스 협회 편에 서기로 결심하면서, 제국에 맞선 옥스퍼드 번역사 혁명의 막이 오른다. “서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의 지배적인 내러티브를 재구성하도록, 즉 재번역하도록 한다.” (시카고 리뷰 오브 북스) ‘번역은 반역’이라는 명제에 관한 인문학적 탐구 『바벨』은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이들을 고통과 도탄에 빠트리고 있는 제국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신랄한 정치·사회적 비판 외에도, 언어와 번역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해석으로 지적 포만감과 읽는 맛을 한층 배가시킨다, 세상의 언어가 그렇게나 천양지차인데 번역의 정확성과 충실성은 어떻게 확보되는가? 번역은 가치중립적인가? 소설 속에서 플레이페어 교수는 학생들에게 번역은 단지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원문을 다시 쓰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고충이 있지. 다시쓰기도 글쓰기고, 글쓰기는 늘 작가의 이념과 편견을 반영하니까. 라틴어 트란슬라티오는 옮긴다는 뜻이야. 즉 번역은 공간적 차원을 포함해. 말 그대로 점령지를 가로질러 텍스트를 수송하는 일이고, 이국의 향신료를 나르듯 단어들을 나르는 일이야. 단어들은 로마의 궁정에서 현대 영국의 찻집으로 여행하면서 무척 다른 의미를 얻게 되지.”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된다. 즉 번역의 정치성이다. 소설 속에 잘 나와 있듯이 번역학은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시대를 기점으로 제국주의의 전성기에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 발전했다. 서구 제국주의가 주도한 전 지구적 근대화는 비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한 식민지 쟁탈전에 다름 아니었는데 이 과정에서 번역은 식민화의 필수 도구로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했다. 이러한 식민화의 첨병인 바벨(왕립번역원)에 맞서 식민지 출신인 로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