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오늘을 보내고 맞이할
어느 날의 미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우리 각자의 모습이
오늘보다 조금은 더 행복하기를
평범하게 사는 것, 남들만큼만 꾸리고 사는 것이 절실한 바람이 될 줄 미처 알지 못했다. 보통의 것들을 가볍게 여긴 대가인 걸까. 입술 아래까지 차오른 이 물웅덩이에서 오늘도 내 중심을 잡고 정신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더는 못 하겠다고 소리 지르고도 싶지만 우리는 세상이 말하는 어른. 어느 날 세상으로부터 ‘어른’이라는 이름의 옷 한 벌씩을 받았다.
‘기성복’인 그것에 맞춤형이라는 너그러움은 물론 있지 않아서, 나를 마구 구겨 넣어서라도 그에 맞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또한 그것은 사람들 사이에 머무는 동안 벗어서는 안 된다고 세상이 명한 ‘제복’과 같아서, 홀로 잠드는 밤이 아니면 결코 벗어 둘 수 없는, 세상살이의 규칙이었다.
마음보다 몸의 나이에 맞춘 그 옷이 그렇게 무겁고 무서운 것인지 알지 못했던 우리에게 세상은 호령한다. 어른이라는 갑옷을 둘렀으니 이제 뭐든 괜찮아야 한다고. 우리는 가엾다.
그래서 상상해 본다.
힘에 부치는 나날들을 이렇게 견디고 있음을 누군가 지켜봐 준다면 그래도 조금 든든해지지 않을까. 그 누군가가 먼 훗날의 나 자신이라면 또 어떨까. 얼어서 부서져 버릴 듯한 삶의 혹한과 뜨거워 증발해 버릴 것만 같은 생의 불볕더위를 기특하게도 다 헤쳐 왔다고 다독여 준다면.
정말 그러하다면,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뿌리치듯 이곳에서 고개를 들 때 ‘미래의 나’와 눈을 마주치곤 할 것이다. 잘 하고 있다고, 여기서 보고 있다고, 전심(全心)으로 진심(眞心) 담아 끄덕여 주는 또 하나의 내가 보일 것이다. 그리고 나지막하지만 또렷이 살아 있는 속삭임 하나를 듣게 될 것이다. “미래에서 기다릴게”라는 한마디를.
조금 안심이 된다. 숨 크게 들이마시고 다시 한 번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안의 사소함이
결국 견디는 힘이 되어 줄 테니”
감성 사진가 · 캘리그래퍼 ‘밤삼킨별 김효정’의
나지막한 고백, 그리고 응원
‘밤삼킨별’이라는 이름과 함께 감성적인 여행 사진과 손글씨로 알려진 그녀는 홍대 앞 어느 카페의 오너, 자신의 이름을 단 책을 여러 권 펴낸 저자, 그리고 첫사랑과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해 예쁜 딸아이 둘을 둔 엄마다.
누구나 동경할 만큼 ‘다 갖춘 인생’인 듯 비치는 그녀의 삶. 하지만 이면에는 지극히 평범하고 종종 힘겹기도 한 하루하루가 존재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는 건 분명 큰 축복이지만, 예고 없이 찾아오는 삶의 무게와 고충은 어디에도 털어놓을 수 없는 짐이 되어 숨통을 조이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을 상대로 무너질 수 없어, 아무 일 없다고, 괜찮다고 되뇌며 스스로를 속였다. 비밀을 지키기 위한 거짓말이 점점 늘어 갔다.
솔직하지 못했고 스스로 방을 만들어 제 마음 가두던 자신을 용서하기 위해, 이제 조금 편안해져도 좋다고 허락하기 위해, 어쩌면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밤삼킨별’로서의 일상과 ‘김효정’으로서의 일상 속에서 과거와 현재의 날들에 안부를 묻는다. 사람들 간의 관계를 고민하면서 때때로 ‘일’처럼 느껴지는 이 삶을 말하기도 하고, 지난날의 반짝이는 추억에서 힘을 얻어 현재의 따스함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것은 한 개인의 아주 사소한 응시(凝視)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은 진솔함으로 내민 언어다. 그래서일까. 그 일상과 단상을 따라가다 보면 짐작하게 된다. 결국 우리 모두의 삶은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오늘의 우리 삶은 따라서 충분히 값지고 찬란하다. 지금 이 순간을 아끼고 사랑하도록 스스로를 격려하자.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러니 우리, 안녕을 약속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