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효공원

천잉전 · 소설
2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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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세계문학총서' 104권. 역사적 전환기 타이완의 모습을 반영하는 동시에 한계와 모순을 극복하고자 한, 타이완의 국민작가 천잉전의 작품 3개를 엮었다. 천잉전의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지난 50여 년간 타이완이 겪었던 변화가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남한 사회와 너무도 비슷한 궤적을 그려온 타이완의 역사 한가운데에서, 천잉전의 소설은 늘 불덩이 같은 당대의 화두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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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귀향 밤안개 충효공원 옮긴이 해설 | 나는 누구인가 - 타이완의 정체성 미망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단 하나의 결론은…… 人間! 절대로 인간다워야 한다. 타이완 현대문학의 거장 천잉전의 대표작 국내 초역!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처절하고 거대한 문학적 물음 “고난의 시간이 지난 후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지. 그것은 바로 어떤 고뇌와 괴로움 가운데에서도 인간이길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거였어.” _「귀향」 중에서 역사적 전환기 타이완의 모습을 반영하는 동시에 한계와 모순을 극복하고자 한, 타이완의 국민작가 천잉전(陳映眞, 1937~ )의 작품 3개를 엮은 『충효공원(忠孝公園)』이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104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천잉전의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지난 50여 년간 타이완이 겪었던 변화가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전쟁과 분단, 전후 힘의 논리와 정치적 억압의 시대, 경제성장과 그 이면에 자리한 어둠, 공동의 가치가 사라진 1990년대의 방황, 타이완의 독립을 바라는 세력이 점차 주류가 되어간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남한 사회와 너무도 비슷한 궤적을 그려온 타이완의 역사 한가운데에서, 천잉전의 소설은 늘 불덩이 같은 당대의 화두를 이끌었다. 이제 한국 나이로 76세가 된 노령의 작가 천잉전이 그의 문학적 신념을 응축해 육화한 소설이 바로 이 책 『충효공원(忠孝公園)』이다. ‘국가’와 ‘이념’이라는 외부 기제가 개인의 삶과 의식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통일의 본질과 명분은 무엇인지, 그 안에서 과연 ‘나는 도대체 누구인지……’ 작가는 마치 타이완 현대사의 질곡을 몸에 그대로 새기고 있는 듯한 세 편의 주인공들을 통해, 이 질문들을 끝까지, 최후까지 밀고 나간다. 천잉전은 한국의 독자들과는 그다지 친근하지 않다. 그러나 역사의식과 강렬한 사회 참여의식이 반영되어 있는 천잉전의 소설은 한국의 독자들이 읽기에 결코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타이완의 지난 역사가 우리와 비슷하기 때문이고, 또 작가가 타이완 사회의 변천과 고뇌를 적확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조국은 어디인가’ 조국을 잃어버린 역사의 고아―타이완 사람들의 정체성 미망(迷妄) 1895년부터 50여 년간 일본의 식민지였던 타이완은 1945년 종전과 함께 독립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찾아온 것은 새로운 조국 건설에의 희망이 아니라 중국 대륙에서 건너온 국민당의 독재, 그리고 국민당과 함께 중국 대륙에서 건너온, 외성인(外省人)이라 불리는 동족들과의 갈등이었다. 본래 타이완에서 살고 있던 본성인(本省人)이 주류에서 밀려나면서 타이완은 용광로처럼 혼란과 갈등으로 점철된 근현대를 맞게 되었다. 국민당 일당 독재 아래 1980년대까지 정치적 억압과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겪은 타이완은, 1987년 계엄이 해제되면서야 정당 건설이나 언론사 설립의 자유가 주어지고, 일반인들의 대륙 방문이 허락되었다. 그제야 비로소 묻혀왔던 ‘역사/기억’, ‘기억/현실’이 서로 교차되면서 기억을 중건해가는 과정이 이뤄지고, 타이완 사람들은 일본/중국/타이완이라는 갈등 속에 파편화된 자기 자신의 자화상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얽히고설킨 역사를 안고 있다 보니 적지 않은 타이완 사람들은 ‘민족’이니 ‘역사’니 하는 거대담론을 버거워하고 외면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천잉전은, 오히려 그러한 외부 기제가 어떻게 개인의 삶을 뒤흔들 수 있는지 더 집요하게 규명하려는 쪽으로 움직인다. 그는 더욱더 역사를 정면으로 직시하여 과거를 들추어내고, 민족이 분단된 상황 속에서 어떻게 기형적인 가치관과 역사관이 끊임없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지, 자신의 문학을 통해 질문하고 탐색하고 기록하고 비판해왔다. 표랑하는 시대, 감싸 안는 문학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소설 중 「귀향(歸鄕)」에는 고향을 잃어버린 노인들이 나온다. 타이완 출신 린스쿤(林世坤)은 장남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입대, 중국 대륙으로 끌려가 공산당과 싸우다 포로가 되어 대륙에서 살며 양빈(楊斌)으로 이름까지 개명당한다. 린스쿤은 중국의 개혁 개방 정세를 타고 40년 만에 고향 땅을 밟았건만, 자신의 몫으로 남겨진 땅을 탐내는 동생에 의해 또 한 번 존재가 거부당한다. 또 한 명의 등장인물 라오주(老朱)는, 중국 대륙 출신으로 내전에 참전했다가 어쩔 수 없이 국민당을 따라 타이완으로 온 인물이다. 이들은 담담하고 은근하게 자신들의 굴곡진 역사를 불러내며 분단과 전쟁이 한 개인에게 가져다준 것이 무엇인가를 다음 세대에게 전해준다. 소설 말미에 “타이완도 대륙도 모두 나의 고향이 아니냐”라고 말하는 린스쿤의 반문에는, 타이완의 모호한 정체성을 보듬어 안으려는 작가의 마음이 깔려 있다. 타이완 대중의 ‘고아의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주인공의 삶을 진솔하게 들여다봄으로서 작가는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하려는 듯하다. 타이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또 하나의 아픔이 있다면, 바로 국민당 독재 시절의 상처이다. 2000년에 발표한「밤안개(夜霧)」는 1970년대 말에서 1990년대 타이완의 격변기를 배경으로 한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과거 국민당의 정보부에서 일했던 주인공 리칭하오(李淸皓)가 죄책감과 피해의식으로 미쳐가면서 두서없이 써놓은 기록을 통해, 타이완 정국의 변화와 이로 인해 희생당하는 한 개인의 방황과 고통을 심층적으로 묘사한다. 주인공은 정권의 변화에 따라 약삭빠르게 대처하는 다른 정보부원들과는 달리, 신념을 가지고 일했던 자신의 과거가 부인되는 것에 회의와 분노를 표출한다. “결국 나는 ‘나쁜 놈’, ‘국민당 프락치’라는 꼬리표가 일생 동안 따라다니게 되었고, 윗사람들은 ‘깨어 있는’ ‘민주적인’ 훌륭한 인물이 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밤안개」) 루쉰의 소설 「광인일기(狂人日記)」가 그러했던 것처럼, 이 소설에서는 미친 자의 기록을 통해 왜곡된 시대와 권력의 비정함을 철저하게 해부하고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든 ‘국가’나 ‘이념’이 개인의 삶과 의식 속에 어떻게 개입해왔는지를 한 인간의 처절한 비명으로 보여주고 있다. 표제작 「충효공원(忠孝公園)」에는 일본군으로 복무했던 두 노인이 등장한다. 중국 둥베이(東北)가 고향인 마정타오(馬正濤)는 만주에서 일본 헌병으로 활약하며 반일항쟁을 하는 수많은 중국인들을 잡아들였다. 마정타오는 일본이 패하고 중국에서 물러난 후에는 국민당의 특무요원으로 재빨리 변신하여 공산당을 소탕하는 데 앞장선다. 마침내 인민군 포로가 되자 가차 없이 동료를 팔아넘기고 타이완으로 탈출하여 과거를 숨기고 정보부에서 일하다 화려하게 은퇴하지만, 오만함 속에 평생을 살았던 마정타오는 정권이 바뀌는 정국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한편, 타이완 출신으로 남양 군도에서 종군했던 린뱌오 노인은 일본 정부에게서 배상을 받기 위해 낡은 일본 군복을 입고 자신이 영광스러운 일본 군인이었음을 증명해 보이려 동분서주한다. 그는 ‘일본이 여전히 타이완을 사랑한다’고 굳게 믿지만, 결국 평생을 기만당했다는 것을 안 허망함 속에 서럽게 울며 외친다. “나는 누구냐……” “나는 도대체, 누구란 말이냐……” 파란 많았던 자신의 온 생애를 실어 최후까지 밀고 나간 질문들 천잉전은 이제 인생을 마무리하는 노년의 인생을 통해 ‘국가’ ‘이념’ ‘민족’과 같은 사회적 조건이 개인의 삶에 어떻게 어디까지 개입해왔는지, 개입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개인이 결코 그와 같은 외부와 동떨어진 삶을 꾸릴 수 없는 존재라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어떤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을까. 소설 속 린스쿤의 말처럼 ‘인간이길 포기해서는 안 되는 단 하나의 의지’ 속에 열쇠가 있는 것일까. 격변의 시대를 건너온 한 노장의 인생 이야기가, 담담하고도 힘 있는 목소리로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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