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먹을 때 단단해진다” 친숙한 영화를 객관적 데이터로 읽어 ‘다문화시대의 한국인’을 새롭게 정의할 ‘공존의 정체성’을 모색하다 대한민국이 다문화사회, 다문화국가라고 하면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2025년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하게 다문화사회의 정착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2023년 기준 외국인은 246만 명으로, 2022년 226만 명에 이어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국내 총인구 대비 비중 역시 역대 최고치인 4.8%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다인종, 다문화국가(총인구의 5% 이상) 진입은 대한민국 원주민의 감소와 다문화 이주민의 증가로 빠르면 2025년, 올해에 이뤄질 수도 있다. 나아가 2030년, 전체 인구의 10% 가까이가 다문화가족의 구성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가까워졌고, 결코 피할 수도 없는 ‘다문화국가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지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이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전문적인 이론을 앞세워 냉철하게 도출해 주장하고 강하게 설득한다. 물론 이들의 이야기는 틀리지 않다. 오히려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하는 쪽에 가깝다. 하지만 머리로 받아들이는 당위와 가슴으로 품는 이해는 확연하게 온도 차이가 나는 법이다. 게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유럽 난민들과 국내 외국인들의 범죄, 사건 사고 소식은 무섭고, 그럼에도 외국인노동자 없이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이들의 이야기엔 공감하다가도 언젠가 나와 내 가족의 일자리, 땅, 집 나아가 모든 것을 빼앗아 가지 않을까 불안하다. 그러니 “당신들은 그들에게 빼앗기지 않고 그들과 이웃하지 않을 테니 그렇게 말할 수 있지”라는 성토로 이어지는 게 당연하다. 이 책은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이 가질 수밖에 없는 무서움과 불안함에 공감한다. 다문화사회에서 실제로 그들과 이웃해 삶을 살아야 하는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 평범한 이들이 이해하고, 인정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다양성으로 가득해 역동적이면서도 조화롭고 안전한 다문화사회가 가능하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영화와 드라마라는 콘텐츠를 빌려온다. 13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미래 생존이 다문화사회에 달려 있는지, 다름은 왜 틀림이 아닌지, 낯설 뿐이지 무서운 건 아니라는 것을, 더 이상 한민족이 한 민족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다문화시대의 민족은 곧 시민이라는 것을, 공존하기 위해 우리가 새롭게 세워야 할 국민 정체성은 무엇인지를 자분자분 설명한다. 그렇다고 현실성 없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합리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방향을 제안한다. 결국 이 책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문화시대에는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은 모두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즉, 어떤 민족이냐, 어떤 피부색이냐, 어떤 나라 출신이냐 하는 것은 공존의 시대에 갖춰야 할 국민 정체성의 조건으로 어울리지 않으며, 우리 스스로 긴 세월 확고하게 지녀온 단일 민족 국민 정체성의 껍질을 깨고 연대의 손을 내밀 때 대한민국과 우리 모두의 미래가 더욱 굳건해진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먹을 때 더 단단해진다.” 켄 로치 감독이 <나의 올드 오크>를 통해 던진 화두는 이 책의 주제와 결을 같이한다. 굳이 크게 마음을 먹지 않아도 좋다. 웃음과 눈물, 상처와 치유의 이야기 사이에서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다문화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는 무엇인지 함께 길을 찾아보면 어떨까? ★ 감독 인터뷰 엿보기 <덕구> 방수인 감독 “저는 이 영화를 통해, 다문화는 단순히 ‘다름’을 인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다름을 통해 더 넓고 깊은 ‘우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그들이 바라는 대한민국의 다문화사회는 아이들이 차별과 편견 없이 살아가는 세상, 이해와 공감으로 연결되는 사회, 그리고 남편의 부재 시에도 스스로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느꼈습니다.” “다문화의 이야기를 ‘인간’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국적이나 직업군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넘어서 그들을 단순히 희생자나 피해자로 그리는 대신 다양한 삶의 모습을 깊이 이해하고,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조명해야 합니다.” <방가? 방가!> 육상효 감독 “다문화라는 용어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용어를 만드는 순간 차별적 생각들이 스며듭니다. 다문화가족, 다문화아동, 다문화결혼 등 모든 용어가 차별적 레벨을 부착시킬 수 있습니다. 다문화라는 용어를 없애는 것이 차별 철폐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부모의 민족적, 인종적 배경에 대해서 기록하지만 그들 모두를 다문화라고 하지 않습니다. 베트남에서 온 엄마가 있는 가정이라고 해도 다문화가족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어떨까요? 엄마가 베트남계라고 부르는 게 더 합리적입니다. 사실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다른 용어를 만들어 붙이는 것보다 더 낫습니다.” “저는 외국인이나 이주민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친근하게 느끼기를 바라면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들이 한국에 일만 하고, 본국에 돈을 보내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닙니다. 저마다 재밌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왔다는 것을 조금 더 이해하고 많은 이들이 이 이해를 공유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 “외국인, 이주노동자들, 그리고 한국인과 결혼한 수많은 외국인들을 바라볼 때 단순히 그 사람만 생각하지 말고, 그 사람들의 가족들을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반세기 전 머나먼 타국에서 땀 흘려 돈을 벌어 고국의 가족들을 부양한 우리의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를 생각해본다면 그들을 경시하거나 차별하는 마음은 조금은 없어지지 않을까요?” “대사 중 외국인노동자를 무시하는 한국의 고등학생들에게 그 외국인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부산에서 살면 부산 사람이다! 한국에서 살면 한국 사람이고!” 이 말이 틀린 말이 있을까요? 뉴욕에서 살면 어느 도시 사람일까요? 뉴욕 사람이겠죠. 미국에서 태어나 일하고 미국말을 하면서 미국을 위해 세금을 내고 살면 그 사람들은 미국인이라고 봐야죠. 중요한 것은 이 땅에서 살며, 이 땅에서 일하고, 한국말을 하고, 한국에 세금을 내는 다문화사람들을 우리와 다름이 없는 이웃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따뜻한 시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 “영화 중후반부에 마석도와 형사들이 식당에서 중국동포에게 ‘피해사례와 용의자 목격 시 신고’를 당부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가리봉동에 거주하며 장사를 하는 중국동포들은 보복을 우려해 말하기를 꺼리는데 마석도가 이렇게 얘기합니다. “저도 여기 주민이에요 아시잖아요.” 이 장면에서 얘기하고자 했던 것은 결국 가해자, 피해자, 경찰 모두 같은 커뮤니티에 속한 주민이란 것입니다. 마석도의 진정 어린 설득에 결국 피해자들도 용기를 내서 경찰을 도와주기로 하는데, 이게 진정한 다문화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으로 주의해야 할 점은 차별을 담은 용어와 언어입니다.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차별, 외모에서 나오는 차별, 문화에서 나오는 차별 등은 단지 농담이나 놀림거리가 아닙니다. 자칫하면 범죄가 됩니다. 우리 사회는 더 성숙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영화와 드라마 같은 미디어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