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지성사·문화사 최초 학문의 대상으로서 ‘알파벳’을 탐구하다 고대 그리스 역사와 신화적 구성물, 성서의 해석에서부터 물증 조사, 고고학·고문자학·금석학·지리학적 연구법과 현대의 프로그래밍언어, 영숫자표기법, 디지털 미디어 분석까지 수 세기를 관통하는 전 지구적 문자의 정치학 ★ 비교언어학・고전학・고유물학・종교학・동양학…… 역사적・예술적 가치 지닌 도판 122컷 수록 책과 인쇄 문화, 시각예술과 현대미술 분야에서 실험적이고 심도 있는 프로젝트를 주도한 조해나 드러커(UCLA 문헌정보학 교수)는, 40여 년간 ‘문자의 역사’ ‘실험 타이포그래피’를 연구해 온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역사가이다. 드러커의 연구물은 전 세계 디지털 인문학 분야의 연구자, 예술가, 문화평론가 들에게 널리 인용되고 있으며, 대중적으로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의 문화적・사회적 역할을 이해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조해나 드러커는 미학과 디지털 인문학 분야 권위자로서 지난 40년 연구 결과물을 응축해 『알파벳의 발명(Inventing the Alphabet: The Origins of Letters from Antiquity to the Present)』(필로스 시리즈 29번)을 펴냈다. 이 책은 고고학・고문자학・금석학・지리학적 접근을 통해 알파벳의 기원과 발전 양상을 추적하고, 미학적 관점에서 언어의 시각적 형태를 탐구해 전자의 연구를 뒷받침하며, 디지털 인문학적 접근으로 현대의 언어 체계(프로그래밍언어, 유니코드, 영숫자표기법)로 분석을 확장해 나간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예술 연구자’이자 ‘예술가’로서 다음 두 가지 독특한 관점을 취한다. 첫째, 예술 연구자로서 주류 학계의 수많은 주요 논쟁점을 일괄하고, 산발되어 난해한 문헌을 물적 증거로 체계화해 해석함으로써 기존 서구권이 취해 온 문자의 배타성과 일원성에 맞서 다원성・혼종성・포용성의 증거를 추적한다. 이는 철저한 과학적 연구 방법을 통한 것으로 알파벳의 “탄생(genesis)” 혹은 “발견(discovered)” 신화를 불식하는 일이기도 하다. 둘째, 예술가로서 ‘문자사의 역사학(historiography)’과 ‘알파벳의 역사라는 주제에 관한 정치사 및 정신사’ 측면에 연구의 방점을 두며, 다음 질문을 던진다. “알파벳에 관해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알아냈는가?” “이러한 지식이—글, 그림, 명문(銘文), 또는 유물을 통해—획득된 방식은 알파벳 서자(書字)의 정체와 기원을 ‘인식’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저자의 이러한 메타인지 관점의 접근은 문자사 연구가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주며 신비로운 사색을 위한 비옥한 분야”라는 위상을 부여하는 기제가 된다. 위 두 관점으로서 저자는 다음 명제를 도출한다. “알파벳은 발견된 것이 아니라 알파벳을 대상으로 삼는 지식생산 양식을 통해 발명된 것이다.” 저자는 열띤 견해로 이루어진 논쟁점이 다분하며 서로 충돌되는 지점이 있는 문헌(고고학자, 고문자학자, 금석학자, 고전학자, 비교언어학자, 역사언어학자, 종교학자, 성서학자, 동양학자, 셈어학자, 룬 문자학자, 마소라 서기관, 고유물 연구자 들의 연구물)을 폭넓게 조망하여 학술적 가치가 높은 진귀한 도판 122컷을 제시해, 독자들에게 매력적인 사유의 길을 연다. 또한 연구자들 각각이 지닌 맹점과 편견을 살펴, 현재의 위치에서 알파벳의 역사적 가치와 정치사적 위상을 세운다. 저자의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인류의 ‘사고방식’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정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서양 사상사’ ‘지성사’ 연구와 직결된다. 4000년 문자사의 역사학 — 문자는 언제 어디에서 나타났는가 『알파벳의 발명』은 ‘4000년 알파벳의 기원과 발전’에 관한 지성사・문화사 최초의 설명을 제공한다. 알파벳을 처음 역사적으로 언급한 헤로도토스를 기점(기원전 440년경)으로는 2500년의 역사를 다루었으며, 이 책의 1장 「알파벳은 언제 ‘그리스 문자’가 되었는가」에서 그 경위에 대해 설명한다. 문자 초기의 모습인 기원전 2000년대 초 미노스문명의 선문자 A와 기원전 1600년경 그로부터 파생된 선문자 B에서부터(18~19쪽, 1장), 본질적으로 알파벳이 지식생산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 때인 2000년대 후반 비교적 표준화된 알파벳 문자인 선형 페니키아 문자가 티레, 비블로스, 시돈과 같은 해안 도시 문화의 일부로서 작용한 점을 저자가 짚는바(223~224쪽, 7장 「근대 고고학」), 다시 말해 이 책은 4000년을 관통하는 전 지구적 문자사를 다룬다. ‘알파벳의 역사’는 현재 상당히 정확하게 연구된 결과물이 있지만, ‘알파벳의 역사학’은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저자는 4000년의 문자사 중에서도 근본적으로는 ‘알파벳의 역사학’을 다룬다. 알파벳이라는 ‘관념’을 구축한 인용, ‘사자(寫字)’, ‘전파의 계보’를 추적하는 문헌 연구 성격을 띤다. 이는 서양 사상의 역사와 연관해서도 매우 중요하고 매혹적인 사례연구가 된다. 지식생산과 전파의 물성이 어떻게 지적 개념을 낳는지 통찰해 주기 때문이다. 알파벳의 문화사, 알파벳의 문자성의 정치학 — 알파벳은 어떻게 전 세계로 확산했는가 — 어떻게 전 지구의 의사소통을 떠받치게 되었는가 저자는 역사적 과거와 연관해 사물의 계보를 수립하기 위해 고고학 연구법으로 접근한다. “증거물의 성질이 역사적 주장을 빚어내기” 때문이다. 고대(미케네와 미노스문명, 고대도시 테베, 고전기 그리스 등)의 초기 문자 체계부터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알파벳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문화 속에서 알파벳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했는지 상세하게 설명한다는 점에서 ‘알파벳의 문화사’에 관한 지식을 결합한다. 알파벳의 발명이 인류의 ‘사고방식’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미친 영향에서 나아가 알파벳의 신경학적・생리학적 효과(“유전자·문화 공진화론”, 로버트 로건, 데릭 드 커코브, 이반 일리치의 연구, 334~335쪽)까지 나아가고 다른 문화를 ‘젠더화’해 규정하는 데(레너드 실레인의 고대 문화 알파벳의 분석, 342~343쪽)까지도 다다르기도 한다는 점에서, 저자는 논의를 ‘알파벳 문자성의 정치학’에 이르는 탐구로 확장한다. “지식의 탈식민화가 학술 대화 주제로 익숙해진 현재 학계에서는 알파벳을 중립적인 기술로 생각하는 일이 더는 용인되지 않는다. 분명히 알파벳 자체는 복잡한 문화 체계이고, 알파벳의 동력은 얼마간은 도구적이고 얼마간은 우연적이며 때로는 의도적으로 사용되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표준법은 표준을 따르는 쪽보다 정하는 쪽에 힘이 실리는 비대칭적 정치구조의 일부가 된다. 어떤 양식을 띠든 문자성은 권리를 부여하는 동시에 박탈하기도 한다. …… 지식과 상상을 생산하고 전파하는 일에서 알파벳이 차지하는 역할과 역사적 위상은 우리 인간성의 상당 부분을 해치지 않고서는 지워 버릴 수 없을 것이다.”(348쪽, 덧말 「알파벳의 동력과 전 지구적 헤게모니」) 인간의 발명품 중 최고의 불가사의를 탐구하는, 흥미로운 지적 여정 — 플라톤의 상상, 카발라 사상, 오컬트 지식체계, 신비주의적 문자에서 근대 연구법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다음의 사실인 “모든 알파벳 문자는 같은 원시 셈 문자에서 유래해 유럽, 아라비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너머로 확산되고, 그러면서 시각적으로 그리스・키릴・타밀・버마・발리・로마・타이 문자 등으로 분화한 결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역사적 자료를 인용・연구하며 각 시기와 지적 틀에서 조응해 온 신념을 짚는다. 또한 오해가 형성되는 과정 또한 지식생산과 전파가 일어나는 긴 역사의 한 일부임을 간과하지 않는다. 초창기 알파벳사 서술에서 알파벳을 ‘탄생된 것’ 혹은 ‘신의 선물’이라 여기며, 무려 2000년 동안 영적 또는 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