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한국 SF 역사상 가장 경이로운 작품집!
김보영, 김창규, 박문영, 심너울, 아밀, 이서영 작가의
SF 어워드 대상 수상작을 한 자리에 모두 모았다!
‘한국 SF 어워드’는 2014년에 시작되었다. 매년 그해에 발표된 SF 작품들을 검토하여, 우수하고 의미 있는 작품들에 시상을 해오고 있다. 시행착오와 부침이 있었지만, 한국 SF의 역사를 통틀어 10년 가까이 이렇게 연속해 운영되고 있는 상은 아직 없다. 그러니 SF 어워드는 2010년대부터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고 확장된 한국 SF의 궤도를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매년 가장 많은 응모작을 두고 가장 치열한 최종심을 거쳐 결정되는 중단편 부문의 대상작은 그야말로 그 시기 한국 SF에서 가장 빛나는 성과다.
‘한국 SF 명예의 전당’을 여는 첫 번째 책에는 2010년대 한국 SF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의 한국 SF 어워드 대상작을 모두 모아 실었다. 또한 가능하다면 ‘한국 SF 명예의 전당’을 통해 대상 수상작들뿐만 아니라 본상을 받은 모든 작품을 모아 독자들에게 선보이려 한다. 우수상을 받은 작품까지 모두 모으면 ‘한국 SF 명예의 전당’은 단행본 네 권 분량이 된다. 시리즈의 순서는 ‘건곤감리(乾坤坎離)’로 잡았다. 4괘의 순환이 만물의 순환과 세상의 운행을 보여준다고 하듯 이 시리즈를 통해 지난 10년간의 한국 SF의 흐름을, 작가들의 면면으로는 지난 30년간의 역사를 모두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SF 어워드의 존재 가치를 보여주는 책!
—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
한국 SF의 가치들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
— 이지용, 문화평론가
서문
한국 SF의 가치들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
‘한국 SF 어워드’는 2014년에 시작되었다. 매년 그해에 발표된 SF 작품들을 검토하여, 우수하고 의미 있는 작품들에 시상을 해오고 있다. 시행착오와 부침이 있었지만, 한국 SF의 역사를 통틀어 10년 가까이 이렇게 연속해 운영되고 있는 상은 아직 없다. 그러니 SF 어워드는 2010년대부터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고 확장된 한국 SF의 궤도를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매년 가장 많은 응모작을 두고 가장 치열한 최종심을 거쳐 결정되는 중단편 부문의 대상작은 그야말로 그 시기 한국 SF에서 가장 빛나는 성과다. 그러니 그간의 중단편 부문 소설 대상 수상작품을 모아보는 것은 한국 SF가 그동안 어떠한 형태와 의미들을 만들어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지표임에 틀림없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의 특성을 톺아보면 한국 SF가 보여주고 있는 의미들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제1회 대상작이었던 김창규의 〈업데이트〉를 보자. 〈업데이트〉에 대해 김창규는 의료민영화에 대한 사회적 담론의 부조리를 느끼면서 발표한 작품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사회는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거대 담론들에 종식을 고하고,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측면에서의 문제들, 그리고 이를 촉발하거나 저지하는 다양한 사회적 안전망 및 인프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그런 문제들에 대한 비판적 사고실험에 유용한 SF 장르에서의 시도들이 의미를 획득했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김창규의 〈업데이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김창규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이후 〈우리가 추방된 세계〉와 〈우주의 모든 유원지〉를 통해 총 3회의 대상을 받게 되는데, 동시대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SF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장점들을 명확하게 구현하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김창규는 탄탄한 문장과 치밀한 서사 구조를 통해서 단편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스토리텔링 역시 구사하고 있다. SF에 대한 한국 독자의 관심도가 지금과 같이 높지 않았던 해당 시기에 발표된 김창규의 작품들을 뒤늦게 접한 이들이 한국에 이런 작가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한 것은 SF라는 장르와는 별개로, 김창규가 소설가로서 보여준 소설 형식의 완성도가 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소설적 완성도는 중단편 소설을 논할 때 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김창규는 중단편 소설의 미학적 완성도를 SF가 보여줄 수 있는 사고실험 및 경이의 세계와 버무려 구현하는 데 아주 탁월한 작가이다. 〈우리가 추방된 세계〉에서 보여준 세월호 사건에 대한 메시지를 지나, 〈우주의 모든 유원지〉에 이르면 한국 사회의 복잡다단한 이슈들을 관통해 온 작가가 조금 더 미래지향적이고 진보적인, 인류 보편적인 가치들을 논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일종의 선언을 마주한다. 이러한 변화의 궤도를 통해 한국 SF가 2010년 이후 현대사의 흐름에서 문학으로서 현실을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명확하게 견지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창규의 4회 연속 대상 수상을 저지(?)한 박문영의 〈사마귀의 나라〉는 SF의 전형적 세계관인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이용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사고한 현대적인 작품이었다. 특히 삶의 구체적인 부분에서 터져 나오는 부조리의 묘사는 2010년 이후 한국 사회에서 심화되기 시작한 자본의 불평등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사고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SF가 보여줄 수 있는 시뮬라크르의 다양성은 사실주의 기반의 서사들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마귀의 나라〉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들에 대해 한국 SF는 회피하지 않고 이의를 제기하며 정면으로 마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수상작들이 보이는 다양한 장르적 장치의 활용은 SF가 과학적인 정보나 경이와 환상의 세계라는 굴레에만 갇혀 있지 않다는 사실의 충분한 예시들이 된다. 더욱이 한국 사회의 현실들을 직면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외로부터 유입된 모방적 장르가 아니라 ‘한국에서 한국어를 사용하여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한국의 이야기를 사고실험하는’ 장르로서의 의미들이 다시 형성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양상은 이후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반영하는 쪽으로 발전하였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김보영의 〈얼마나 닮았는가〉이다. 작품에 발표되던 시기에 한국 사회가 마주하고 있던 이슈 중 하나는 젠더(gender)와 관련된 것이었다. 이 작품은 젠더에 대한 사회적 감각들을 인공지능이라는 가장 SF적인 캐릭터를 통해서 사고실험하는 작품이었다. 그러면서도 김보영 특유의 유려한 서술이 전체 서사를 관통하면서 개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던 젠더에 대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목소리들이 격렬하게 터져 나오던 시기에 김보영의 작품이 보여준 메시지는 SF라는 장르이기 때문에 가능한 개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SF로서의 세계관과 소재들을 완벽하게 구사한 이 작품은 젠더에 대한 편견 문제를 환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SF라는 장르에 입문하는 이에게 추천해도 손색이 없는 수작이다.
이후 한국 SF는 점점 이전에 없던 사회적 관심을 받기 시작하며, 팬덤 위주의 작은 판에서 벗어나 한국의 서사문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장르 형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양적인 성장도 두드러져, SF 어워드의 심사 대상작으로 집계되는 작품의 수 역시 이 시기부터 전년도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그에 따라 이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는 특색 있는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게 된다. 독자층도 이러한 상황에서 SF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개성들을 폭넓게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작가들은 이에 호응하여 이전보다 훨씬 더 과감한 시도를 하였다. 이러한 다양성과 개성이 심너울의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 아밀의 〈라비〉, 이서영의 〈지신사의 훈김〉이라는 성과로 발현되었다.
심너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