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외로움과 친구가 될 수 있기를”
작가 오휘명이 전하는 새로운 사랑의 방식
사랑의 시작과 끝을 통과하는 연인들의 마음을 오롯이 담은 글로 많은 공감과 지지를 얻어 온 오휘명 작가가 산문집 『당신이 돌아눕는 상상만으로도 서운해집니다』로 돌아왔다. 전작들이 피고 지는 사랑의 모든 순간을 예리한 감성으로 포착해 낸 것이라면 이번 신간은 사랑하거나 혹은 사랑하지 않는 순간에도 변함없이 우리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외로움을 쓰다듬는다. “우리에겐 무언가를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의 빈 병이 하나씩 있습니다.” 『당신이 돌아눕는 상상만으로도 서운해집니다』는 자신의 ‘빈 병’을 채워 줄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게 넌지시 건네는 새로운 사랑의 방식이다.
“세상은 받아들이고 받아들여지는 것을 너무 쉽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곤 하는데,
사실 그건 아주 대단한 사건이니까.”
오휘명이 그리는 모양새는 외로운 사람과 외로운 사람이 만나 서로의 등을 맞대고 앉아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은 찬란한 순간을 그리고 있을 때도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그늘진 느낌을 준다. 볼 수 있고, 손잡을 수 있고, 함께일 수 있으면 몇 번쯤 다투고 넘어지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중얼거리다가도 내 사랑이 너의 사랑보다 더욱 크다고 느낄 때면 이내 서운해진다. 이처럼 찌질해 보여도 어쩔 수 없다며 용기 내어 털어놓는 작가의 속마음은 거창하지 않아 더욱 진실되게 느껴진다. 차분한 문장 사이사이로 어수룩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감정들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이내 깨닫게 된다. ‘이것은 곧 나의 이야기’라고.
“나는 이제 나름의 걱정과 호의들을 담요처럼 두르고, 가장 나른한 모양새로 누워 있다.
만일 누군가가 다가온다면 이 소소한 것들을 나눠 덮어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사랑을 꿈꾸는 우리에게 오휘명은 묻는다. ‘지금 그 사랑은 누구를 위한 사랑인가요, 당신의 외로움을 그 사람의 탓으로 돌리고 있진 않나요?’ 그는 노력한다고 해서 늘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게 아니듯 사랑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임을 씁쓸하게 읊조린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서 쓰러지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간다. 아니, 나아가자며 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 손을 뻗는다. 외로움을 간직한 채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의 돌아눕는 뒷모습까지 안아 주자고. “나는 앞으로도 계속 사사로운 것들에 마음을 뺏기고 사사로운 감정들을 챙기고 사사로운 일들에 울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성장해서 누구 하나쯤은 거뜬히 받아 줄 수 있는, 물 같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지나간 사랑을 곱씹어보며 다가올 사랑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싶다면, 혹은 현재의 사랑을 있는 힘껏 안아주고 싶다면 『당신이 돌아눕는 상상만으로도 서운해집니다』 읽기를 권하고 싶다. 여기에 실린 90여 편의 길고 짧은 글들이 당신의 마음이자 소망이 되어 줄 것이며, 사랑받지 못하고 받더라도 애써서 사랑받다 지는 모든 아픔을 위로하는 가장 다정한 손짓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