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세상 모든 음식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요리의 비결
요리책이면서 과학책, 과학책이면서 역사책, 역사책이면서 문화·인류학 책…무궁무진한 크로스
김치에서 사워크라우트,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 현생인류에서 현대…시공간을 넘나드는 광대함
요리계의 노벨상, 제임스 비어드 재단 ‘키친에이드 북 어워드’ 수상
2008년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선정
물리학자이자 미식가인 옥스퍼드대학의 니컬러스 커티 교수는 이렇게 탄식했다. “금성의 대기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시대에 수플레(흰자 거품으로 구운 과자나 요리)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다는 것은 우리 문명의 슬픈 단면이다.”
이 책 《음식과 요리》의 저자 해럴드 맥기(Harold McGee)는 친구와의 저녁 식사에서 “왜 빨간 콩과 밥을 함께 먹으면 몇 시간 동안 속이 더부룩해지지?”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동석했던 생물학 교수는 분해되지 않는 ‘당’을 거론했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과 예일대학에서 문학과 천문학, 물리학을 전공한 저자는 며칠 뒤 서가를 뒤져 조금 더 구체적인 단서들을 찾고자 마음먹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음식의 과학과 역사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책이 탄생하게 된 배경중 하나이다.
센 불에 구우면 육즙은 가둬지는가 : 통설에 대한 과학적 대답
우리 또한 음식을 앞에 놓고 호기심을 발동한 적이 많을 것이다. 가령, ‘돼지고기도 레어로 먹어도 된다?’, ‘센 불에 구워야 육즙이 가둬진다?’, ‘고사리는 독성이 있어 말려 먹어야 한다?’, ‘고급 사케일수록 도정을 많이 한 것이다?’라는 떠도는 이야기부터 ‘왜 과일은 잘라두면 갈색으로 변할까?’, ‘왜 달걀은 익히면 단단해질까?’, ‘왜 반죽이 부풀어 올라야 빵이 맛있어질까?’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왜’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 책은 ‘과학적’으로, ‘역사적’으로 답을 찾는다. 아래의 인용은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육즙’에 관한 사례이다.
“‘고기를 재빨리 그을려 육즙을 밀봉하라’ 이것은 저명한 독일인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Justusvon Liebig)가 1850년 무렵에 들고 나온 아이디어다. 이러한 생각은 몇 십 년 뒤 틀린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러한 오해는 지금까지도 심지어 전문 요리사들 사이에서조차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리비히 이전에 유럽인들은 대부분 불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거나, 기름을 먹인 종이로 차단해서 고깃덩이를 완전히 익힌 다음 표면을 갈변시키는 것으로 조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리비히는 고기의 수용성 성분이 영양학적으로 중요하며, 따라서 그것들의 유실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음식 화학에 관한 연구(Researches on the Chemistry of Food)》에서 그는 고기를 빠르게 가열하면 육즙을 고기 안에 즉시 밀봉할 수 있다고 썼다……중략……리비히의 아이디어는 요리사들과 요리 책 저자들 사이에서 매우 빠르게 퍼져 나갔다. 그중에는 프랑스의 위대한 셰프 오귀스트 에스코피에도 있었다. 그러나 1930년대에 행해진 간단한 실험은 리비히가 틀렸음을 보여주었다. 모든 사람들이 경험했던 대로 고기 표면 둘레에 형성된 크러스트가 방수를 하지 못했다. 팬이나 오븐이나 그릴에서 계속해서 고기가 지글거리는 것은 계속해서 수분이 빠져나가 증발하는 소리다. 사실, 수분 유실은 고기온도에 비례한다. 그렇기 때문에 급속 익힘의 높은 온도는 실제로 중간 온도보다 더 많이 고기 표면의 수분을 말린다. 급속하게 익히면 갈변 반응의 부산물(1105쪽)로 인해 고기 표면의 맛이 좋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육즙에 관한 한 리비히와 그의 추종자들은 틀렸다. 그러나 급속 익힘이 고기를 맛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들은 옳았다.”(250쪽)
‘요리사의 진화’ : 과학이 말하는 음식과 요리
저자 해럴드 맥기는 ‘주방의 화학자’ 또는 ‘요리의 과학자’로 불린다. 평생 요리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일, 그 연구 결과를 가정과 레스토랑의 주방으로 돌려보내 접시에 구현하는 일을 해온 세계적인 과학자이자 저술가이다. 이 책의 상당 부분이 음식과 요리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경희대 의학대학원 교수이자 생화학자인 강철훈 교수는 “요리 과정에 깔려 있는 수천 년 동안 집적된 지혜의 집약, 거기에 대한 체계적인 과학적 해석의 엄밀함은 이 책의 독보적인 매력”이라고 평하고 있다.
현장에서 음식과 요리를 접하는 이들의 시각은 어떨까? 이 책을 펼치는 것이 곧 ‘요리사의 진화’라고 말하는 박찬일 요리사는 “화학은 형편없는 재료도 맛있게 변화시키는 마술이며, 그것이 맥기가 설명하는 주방의 화학임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여기에 세계사적 견해와 이해를 보태고 있어서 과연 요리란 지구의 별종인 인류가 만들어 낸 그나마 가장 근사한 활동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라며 이 책과 저자를 일컬어 “《음식과 요리》는 요리계의 노벨상이라는 제임스 비어드 상을 받았지만, 만약 노벨상에 과학저술상이 따로 있다면 당연히 이 책이 수상을 했어야 한다고 믿는다. 내 주변의 현명한 요리사들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한다. 르 꼬르동 블루 출신의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프랑스 요리의 1인자인 서승호 셰프 또한, 이 책은 “원리에 대한 이야기다. 부엌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다양한 음식 재료와 조리법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에 대한 근거와 해답을 준다. 또 전통적인 경험으로 축적된 전승 비법까지 담아 그 재료와 조리법이 추구하는 원래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다. 이로써 요리사는 이를 근거로 자기 부엌의 원칙을 만들 수 있고 부엌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아래는 몇 가지 사례를 인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질기고 마른 고기보다 연하고 육즙이 많은 고기를 좋아한다. 따라서 고기를 조리하는 이상적인 방법은 수분 유실과 섬유조직이 쪼그라드는 현상을 최소화하고, 질긴 결합조직인 콜라겐을 최대한 유동성 있는 젤라틴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두 목표는 서로 모순된다. 섬유가 굳는 현상과 수분 유실을 최소화한다는 것은 곧 고기를 55~60℃를 넘지 않는 온도에서 잠깐 동안만 익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콜라겐을 젤라틴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70℃ 이상의 온도에서 장시간 익혀야 한다. 따라서 모든 고기에 적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리법은 없다. 조리 방법은 그 고기의 질긴 정도에 따라 조정할 수밖에 없다. 연한 고기는 육즙이 흥건해지는 시점까지 재빨리 익히는 것이 최선이다. 석쇠 구이, 프라이, 로스팅은 흔히 쓰는 빠른 조리법이다. 질긴 고기는 삶거나 고거나 슬로 로스팅으로 끓는점에 가까운 온도에서 장시간 익히는 것이 최선이다.”(234-235쪽)
“육류를 조리할 때 결정적인 온도는 60℃다. 이 온도에서 각각의 근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결합조직의 콜라겐 피복이 붕괴되고 오그라들어 고기 내부에 압력을 가해 육즙을 쥐어짜내게 된다. 그러나 생선의 콜라겐은 이러한 작용을 하지 않는다. 쥐어짜는 힘이 상대적으로 약할 뿐 아니라 응고되기 전에 붕괴가 일어나며 육즙의 유출이 이미 진행되기 때문이다. 대신, 생선의 질감을 결정하는 것은 섬유 단백질인 미오신과 그 응고다. 물고기의 미오신과 그 동료 섬유 단백질은 육지 동물의 그것들보다 열에 더 약하다. 육류는 60℃에서 응고로 인해 오그라들기 시작하고 70℃에서 육즙이 마르지만, 대부분의 물고기는 50℃에서 오그라들고 60℃에서 즙이 마르기 시작한다(236, 323쪽 상자에 나와 있는 육류와 물고기 단백질의 행동 양태를 비교해 보라). 일반적으로 생선과 조개·갑각류는 55~ 60℃까지 가열해도 단단해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촉촉하다. 참치와 연어를 비롯해 살이 치밀한 일부 물고기는 50℃에서 육즙이 가장 풍부한데, 이 시점에 살이 아직 약간 반투명하고 젤리 같다. 연골이 발달된 상어와 홍어처럼 결합조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