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를 변호한 ‘불량엄마’ 구하기 대소동
『불량엄마 납치사건』, 그 두 번째 이야기
캐나다 아동도서센터(CCBC), 리소스 링크스 2010 올해의 책
캐나다 독서경시대회 베스트 플롯 상 수상작
‘명랑 법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영미권은 물론 한국에서도 인기를 모은 『불량엄마 납치사건』의 속편. 치아 미백 효과가 있는 ‘신비의 커피’ 글리모치노에 관련된 과학자들 간의 암투, 그리고 음모를 밝혀나가는 소년 탐정 시릴의 활약상이 경쾌하게 펼쳐진다. 2010년 출간 후 캐나다 아동도서센터(CCBC), 리소스 링크스(Resource Links) 올해의 책에 선정되고, 아서 엘리스 상 후보에 오르는 등 전작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전작에서 극적으로 사건을 해결한 시릴과 엄마(앤디)는 안정된 삶을 누리고 있다. 게다가 엄마에게 법원 공무원인 두기 푸저(비프 아저씨)라는 애인이 생겼다. 시릴은 처음엔 그 남자를 공연히 질투하면서 탐탁지 않아 했지만, 가정적이고 자상한 그의 모습에 점차 마음을 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마시면 치아 미백 효과가 있는 ‘글리모치노’라는 커피를 발명해 부자가 된 샌더스 박사의 연구실에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한다. 당시 경비원이던 척이란 남자가 박사를 구하던 중 급한 마음에 파워파우더(실은 인화성 물질)를 불 속에 던지는 바람에 박사가 사망했는데, 1년 뒤 검찰은 척을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척이란 남자는 박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점이 높이 평가되어 지역 주민들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고 있었다.
『불량엄마 납치사건』을 읽은 독자라면 익히 알겠지만, 정의감에 불타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좋아하는, 시릴의 엄마 앤디는 이 소식을 듣고 척의 변호사를 자청해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아낸다. 본격적인 사건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척을 처음 본 순간부터 뭔가 꺼림칙한 기분을 느꼈던 시릴은 끈질긴 조사 끝에 마침내 그가 꾸민 엄청난 음모를 알아내고 경악하는데…….
‘스케이트보드를 탄 존 그리샴’으로 불릴 만큼, 사회 부조리라는 묵직한 주제를 청소년 독자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내는 비키 그랜트의 탁월한 입담은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아니, 한층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랄까.
전작에서 자선사업가로 행세하는 부동산 개발업자 치슬링의 위선적 면모를 다뤘다면, 이 작품에서는 목숨을 걸고 유명 과학자를 구하려 한 공로로 영웅이 된 척 던커크의 비열한 이면을 폭로한다. 명예욕에 눈멀어 살인마저도 서슴지 않는 냉혈한과 이에 맞서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시릴의 활약상은 성인 대상의 명품 스릴러 못지않은 짜릿한 전율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또한 이를 통해 법과 정의에 관한 불편한 진실(법이 언제나 정의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을 깨닫게 해준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엄마를 생각하는 시릴의 애틋한 마음이다. 시릴은 늘 담배와 패스트푸드를 입에 달고 살며, 정의 구현을 위해서라면 생계 따윈 안중에도 없는 ‘불량엄마’ 앤디 때문에 늘 골머리를 앓지만, 그래서 사춘기 소년답게 반항하고 나설 때도 종종 있지만,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각별하다.
전혀 정상적이지 않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서로를 챙기고 보살피는 앤디와 시릴의 모전자전, 좌충우돌 ‘불량’ 생활기를 읽고 있노라면, 마음 한구석에서 짠한 마음이 샘솟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법 스릴러의 외피를 취하고 있지만, 실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기에 딱 좋은 가족소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