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서 온 편지』(원제: 패륜아들)는 제22회 전태일문학상 소설 부문 당선작이다. 1991년 봄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고등학생의 경험을 통해 그린 이 장편소설은 “당사자들조차 지루해할 수 있는 소재를 가공하고 변주하는 탁월한 솜씨로” 영예의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특히 이번에는 예년과 달리 수상작품집에서 이 작품이 분리되어 별도의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고등학생일 때 사회문제에 눈을 떠 학생운동에 뛰어들었으나 좌절과 실패를 경험한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작품 집필 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진실만이 위로가 된다는 말을 믿고 싶습니다. 24년 전 거리에서 만난 고등학생들이었던 우리들은 지금은 40대의 중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우리들이 바꾸려 했던 현실의 문제들은 지금 광화문 광장에서도 여전히 배회하고 있지요. 그래서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무엇을 했으며, 지금 우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왜 우리는 거리로 나가 청소년기를 보내야 했고, 지금의 우리들은 여전히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왜 우리는 사회로부터, 국가로부터, 언론으로부터 ‘패륜아’로 낙인찍혀야 했으며, 왜 우리들은 길고 오랜 침묵을 지켜야만 했는지를. 당시 해직되었던 전교조 선생님들도 복권이 되었는데, 그때 학교에서 쫓겨났던 아이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왜 아무도 그들의 삶을 물어주지 않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때 그곳에 함께 있었던 우리들을 호명해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냐고 위로하는 것이 제 소설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작품의 심사평에서 작가 안재성은 “고등학생 운동가라는 흔치 않은 주인공들을 통해 보여 준, 근래 소설계에서 보기 드문 주제의식과 소재를 다룬 수작이다. 작가의 직접 경험이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아름답게 투영되어 있기에 진지한 성찰과 감성을 동시에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 전원의 갈채를 받았다.”고 말한다. 나아가 그는 “이런 이야기에서 흔히 빠질 수 있는 편파적인 도식성, 일방적인 분노, 주관적 낙관주의 같은 한계를 넘어섬으로써 독자를 감동시킬 능력을 갖추었다.”며, “직접 경험과 감수성, 문학적 표현능력을 두루 갖춘 하명희 작가의 다음 작품을 절실히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전태일문학상 소설 부문 응모작은 91편(응모자 86명)으로 지난해 47편(42명)의 두 배 정도에 이를 만큼 크게 늘어났으며, 이 가운데 10편이 장편소설이었다.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이 심각한 현실을 반영하듯 응모작의 다수가 노동현장을 다룬 작품이었는데, 예심(심사위원: 소설가 홍명진, 이재웅)을 통과한 작품은 단편 8편, 중편 1편, 장편 1편이었다. 이 중 끝까지 본심 심사위원들(소설가 이시백, 안재성)을 고심하게 만든 작품은 고시원에 살면서 인터넷사이트의 불량 댓글을 지우는 비정규직 여성의 소외된 삶을 세밀하게 묘사한 단편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과 극장 야간 청소부들의 약간은 슬프고 초라한 삶을 재치 있게 그린 단편 「팝콘사냥꾼」, 그리고 취업난으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식품배송 트럭기사가 된 젊은이의 생활을 생생하게 그려 낸 중편 「우리들의 유통기한」이었다. 결국 주제의식과 소재, 장래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나무에게서 온 편지』가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