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폴 발레리라는 이름은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순수 지성’의 동의어다. 오늘날까지 프랑스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받는 발레리의 명성은 보들레르와 랭보의 그것에 버금가나, 발레리 시에 대한 국내 번역 소개 작업의 현황은 매우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발레리 시집’을 타이틀로 내건 2-3개의 번역본 중, 그나마 가독성을 논할 만한 판본(김현 역)도 40여 년 전에 나온 것으로, 발레리 시의 진수를 담아냈다고 보기에는 여러 면에서 미흡하다는 것이 지금의 솔직한 판단이다. 주로 학계와 평단에서 중요하게 논의되는 세계의 시인을 보다 폭넓은 독자가 향유할 수 있도록 새롭고 정교한 번역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출간하는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은 폴 발레리의 시를 전문번역가이자 시인인 성귀수의 번역으로 소개한다. 발레리 미학의 정수를 담아내면서, 한국어로도 최대한 정교하고 아름다운 시가 되도록 번역에 심혈을 기울인 이번 시집은 그동안 발레리의 명성에 경외심을 가졌을 뿐 그의 시가 내뿜는 광채에는 소원할 수밖에 없었던 국내 독자들에게 귀한 선물이 되어줄 것으로 확신한다. 이번 시선집에 수록된 〈나르시스는 말한다〉 〈젊은 운명의 여신〉 〈해변의 묘지〉 등 총 12편의 명시는 청년기, 본격 창작기, 생애 말년에 해당하는 작품들을 고르게 선별하여 묶은 것이다. 특히 말년의 시 〈별로 희망 없는 소망〉 〈깊숙한 장미에게〉 〈절망한 사내〉는 국내에서 그 존재 자체가 언급된 적이 없는 작품들로서 번역을 통해 한국어로는 처음 소개된다. 프랑스에서도 발레리 사후 63년이 지난 2008년에야 비로소 세상에 공개된 유고들이라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출판사 서평] “어느 누구도 발레리가 한 것 이상으로 나아갈 수 없다.” 프랑스 지성의 다이아몬드, 폴 발레리 걸작 시선집 폴 발레리라는 이름은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순수 지성’의 동의어다. 오늘날까지 프랑스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받는 발레리의 명성은 보들레르와 랭보의 그것에 버금가나, 발레리 시에 대한 국내 번역 소개 작업의 현황은 매우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발레리 시집’을 타이틀로 내건 2-3개의 번역본 중, 그나마 가독성을 논할 만한 판본(김현 역. 민음사)도 40여 년 전에 나온 것으로, 발레리 시의 진수를 담아냈다고 보기에는 여러 면에서 미흡하다는 것이 지금의 솔직한 판단이다. 주로 학계와 평단에서 중요하게 논의되는 세계의 시인을 보다 폭넓은 독자가 향유할 수 있도록 새롭고 정교한 번역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출간하는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은 폴 발레리의 시를 전문번역가이자 시인인 성귀수의 번역으로 소개한다. 이번 발레리 시 번역에 임하는 성 시인의 초지일관된 자세는 단연, ‘시의 번역에서 시가 되는 번역으로’이다. 특히 발레리처럼 언어의 형식미학을 정밀하게 다듬고 추구하는 시인의 작품은 단순히 단어 뜻을 옮기는 식으로 번역할 경우 시 자체의 실종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발레리 미학의 정수를 담아내면서, 한국어로도 최대한 정교하고 아름다운 시가 되도록 번역에 심혈을 기울인 이번 아티초크 발레리 시집은 그동안 발레리의 명성에 경외심을 가졌을 뿐 그의 시가 내뿜는 광채에는 소원할 수밖에 없었던 국내 독자들에게 귀한 선물이 되어줄 것으로 확신한다. 폴 발레리는 1871년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 도시 세트에서 태어나 1945년, 희대의 걸작 <해변의 묘지>의 배경이 되는 세트의 공동묘지에 묻혔다. 열여덟 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앙드레 지드, 스테판 말라르메 등과 교류하며 문학의 길로 가던 중, 1892년 10월 스물한 살에 경험한 치명적 내면의 위기로 20여 년간 시 쓰기를 일체 중단했던 독특한 이력의 시인이다. 지성의 작동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감정적 삶 및 예술적 환상에 작별을 고한 발레리는, 이 기나긴 ‘지성의 수도 생활’ 동안 투명한 자의식 속에서 수행한 정신 기능의 명징한 탐구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발레리가 ‘시의 침묵’에서 벗어나 1917년에 발표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512행의 장시 <젊은 운명의 여신>은 그런 노력의 빛나는 결정체다. 그는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시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시를 하나의 수학적 인식 틀로 보고, 언어의 조작을 통해 정신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고자 한 점은 문학사상 더 파고들 여지가 없을 만큼 본질적이고 획기적인 시도다. “음절 하나만 움직여도 전체가 붕괴할 것처럼 정교하게 건축된 시”라는 그의 말처럼, 발레리에 이르러 시는 고도의 지성이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진정한 의미의 ‘지적 유희’이자 “지성의 축제”가 되었다. 시의 형식미학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현대의 모든 시인은 발레리의 제자다. 이번 시선집에 수록된 <나르시스는 말한다> <젊은 운명의 여신> <해변의 묘지> 등 총 12편의 명시는 청년기, 본격 창작기, 생애 말년에 해당하는 작품들을 고르게 선별하여 묶은 것이다. 특히 말년의 시 <별로 희망 없는 소망> <깊숙한 장미에게> <절망한 사내>는 국내에서 그 존재 자체가 언급된 적이 없는 작품들로서 번역을 통해 한국어로는 처음 소개된다. 프랑스에서도 발레리 사후 63년이 지난 2008년에야 비로소 세상에 공개된 유고들이라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바람이 일어난다! 살아야겠다!” 발레리 번역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 이번 시선집의 표제 시 <해변의 묘지>는 발레리의 시와 산문을 통틀어 가장 널리 알려지고 보편적인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프랑스어로 쓴 시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의 대중적 인기는 마지막 절의 그 유명한 구절에서 비롯되었다. 기존 번역서에서 이 구절은 “바람이 인다! 살려고 애써야 한다!” “바람이 분다! 살아보도록 해야겠다!” 등으로 번역되어, 해당 시절(詩節)을 채우는 일관된 상승의 이미지와 시 전체를 관통하는 사유의 결론인 ‘의지의 자각’이 고려되지 않은 반면, 성귀수의 “바람이 일어난다! 살아야겠다!”는 발레리의 본뜻에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간다. 역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바람이 일어난다! . . . 살아야겠다! (Le vent se l?ve! . . . il faut tenter de vivre!)”에서 ‘se lever'라는 동사는 ’일어나다, 일어서다‘의 뜻이며, 바람이 탄생하는 순간을 역동적으로 포착한 표현이다. [. . .] 이는 ’바람이 분다 (il fait du vent)'와 같이 하나의 ‘상태’에 대한 진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해당 시절 전체를 일관되게 채우는 상승의 이미지들을 고려할 때 ”바람이 일어난다“라는 표현에 담긴 함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살아야겠다“ 역시 중요한 뉘앙스를 내포한 표현이다. 바로 ‘tenter'라는 동사의 역할인데, 그것의 있고 없음에 따라 전자는 ’삶의 의지 (살아야겠다)‘, 후자는 ’삶의 당위 (살아야 한다)‘가 된다. 이 시 전체를 관통해 온 사유의 결론이 ’의지의 자각‘에 있음은 명백하다. <해변의 묘지>는 삶과 죽음에 관한 명상이자 실존적 자아에 대한 성찰의 시다. 시의 모든 이미지와 사고는 형이상학이 지배하는 절대와 부동의 경지인 ‘태양’, 유동과 부동이 공존하는 실존의 경지인 ‘바다’, 모든 것을 무(無)의 순환으로 삼켜버리는 죽음의 영역인 ‘묘지’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매우 철학적인 문제들을 담고 있음에도 구구절절 읽는 이의 감성을 흔드는 시의 마력은 추상과 감각, 의미와 운율을 유기적으로 짜 나가는 발레리 특유의 언어 기법에서 오는 것이다.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유고 시집 《코로나 & 코로닐랴》 파국으로 치닫은 발레리의 마지막 사랑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