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의 마르셀 프루스트, 상점 앞의 프로이트라 불렸던 거리의 소설가 댄 헐리의 ‘60초 소설’의 기록집 <60초 소설가>(초판:1999년)가 엑스북스에서 복간되었다. 거리에서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에서 어떻게 행복을 발견할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떤 것이 각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지를 이야기하는 댄 헐리는 “내가 지금 뭐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정신없이 바쁘다”고만 하는 현대인들에게 구식 타자기를 들이밀며 우리 삶을 바로 지금 들여다볼 것을 권한다.
“내 생애 가장 특별한 1분을 만나다”
- 거리의 셰익스피어가 60초 만에 써주는 내 인생 이야기
길모퉁이의 마르셀 프루스트, 상점 앞의 프로이트라 불렸던 거리의 소설가 댄 헐리의 ‘60초 소설’의 기록집 <60초 소설가>. “내가 지금 뭐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정신없이 바쁘다”고만 하는 현대인들에게 인생에서 중요한 걸 모르고 산다면 살아 있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임을 우화로, 소설로 일깨워주는 거리의 행위예술가 댄 헐리에게 듣는 특별한 이야기. 거리에서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에서 어떻게 행복을 발견할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떤 것이 각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지를 이야기하는 이 거리의 소설가는 구식 타자기를 들이밀며 우리 삶을 바로 지금 들여다볼 것을 권한다.
꿈이 현실이 되는 데 필요한 시간, 찰나
바로 그때 나는 소설가가 되었다
미국 변호사협회에서 기자로 일하던 남자. 그의 꿈은 소설가가 되는 것이었다. 친구들과 시시덕거리며 놀다가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는 지금 기가 막힌 소재가 떠올랐으므로 어서 가서 글을 써야겠다고 말했다. 남자의 유일한 소망은 소설가가 되는 것뿐이었지만 그는 한참을 말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거리에 앉아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주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유행하던 베스트셀러 제목(<1분 경영>)을 따와 자신의 작업에 ‘60초 소설’이라 이름 붙이고 즉석에서 소설을 써드린다는 간판까지 만든 참이었다. 그 간판과 타자기와 함께 거리로 나간 남자는 바로 그때 ‘소설가’가 되었다. 꿈이 현실이 되는 데 걸린 시간은 찰나, ‘60초 소설가’(the 60-second novelist)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시간은 사라졌다. 세상은 온통 단어들로 바뀌었다.”(본문 21쪽)
이 소설가의 이름은 댄 헐리로, 그는 미 전역을 돌며 사람들에게 22,613편이 넘는 소설을 써주었다. 댄 헐리는 어떤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판단이나 의견을 덧붙이지 않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었는데, 이혼을 앞두고 신세한탄을 하는 사업가, 노숙자, 영화배우, 정신 나간 사람…… 모두의 이야기를 평평하게 듣고 모두에게 똑같이 60초의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써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가 또 다른 이야기를 써주고, 그 이야기로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보기도 하는 이 시간은 글을 쓰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에게 소중한 치유의 시간임을 이 책의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혼자서 책상에 앉아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사람들과 교감하며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 말한 이 남자는, 사람들이 평생 동안 잊고 살았던 무언가를 끄집어내기도 하고, 우리 삶에서 내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주면서 거리에서 만난 독자들에게 치유로서의 소설을 써주었다. 거리에 쪼그리고 앉아 낡은 타자기를 무릎에 올려둔 한 남자가 한 일은 단순히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타이핑해 주는 작업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기묘한 방식으로 개입하고 조언하고 위로해 주는 일이었다.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자면, 이 사람은 상담가나 정신과 의사가 아니다. 미국 변호사협회의 기자 일을 그만두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사람들의 이야기, 사람들의 소설을 쓰기 시작한 사람이다. 친한 동료조차 “글쎄, 댄. 조금 이상한 것 같아”라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자기의 길을 간 사람. “자유로우면서도 마치 버림받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도 알지 못했지만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 자신이 살아 있음을 이토록 강렬하게 느낀 적” 없다고 한 사람, 우리는 그를 ‘60초 소설가’라고 부르게 된다.
60초 소설의 인간학
이 60초 소설가가 거리로 나왔을 때 가장 흥미로운 일은, 바로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입장과 시각과 가치관으로 그를 판단했다. 무슨 술집 광고전단이라도 돌리고 있는 게 아니냐고 보는 사람, 교묘한 속임수라고 생각하는 사람, 굶주린 시인이라고 말하는 사람,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거라고 해석하는 사람…… 사람들은 댄 헐리를 보고 저마다의 성격대로 해석을 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인간 로르샤흐 테스트 용지’였다. 낯설고 처음 보는 모습에 사람들은 의심하고 경계했지만, 그는 이를 오히려 흥미롭게 여겼다.
“오해를 받는 것은 아마도 모든 인간의 운명인 듯하다. 단지 흑인만이 아니라, 단지 아메리카 원주민만이 아니라, 단지 60초 소설가만이 아니라.
세상의 낡은 규칙을 깨고, 자신의 삶을 분명히 정의하고, 자신의 영혼을 발견하고, 자신의 길을 따라가려고 하는 사람은 누구든 오해를 받게 마련이다. …… 결국 우리는 다른 누구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해 그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본문 206쪽, 제프리에게 써준 60초 소설 일부)
사람들의 오해에도 굴하지 말고, 저들의 몰이해에도 괘념치 말고 자기 자신을 위한 바로 그 일을 그저 할 뿐. 16년 동안 사람들에게 22,613편의 소설을 써주면서 그들에게 인생을 배우면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받은 편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모든 환자들이 당신이 써준 글을 정말 좋아하고, 거기서 큰 힘을 받았다는 사실을 당신께 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들을 대신해 당신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 당신 덕분에 나는 아름답고 섬세한 기억들을 많이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글이 당신에게도 큰 기쁨이 되기를 바랍니다. …”
타인의 삶에 귀를 기울이고, 그후 겨우 60초 동안 글을 몇 줄 써준 것뿐인데 누군가에게는 기쁨이고 힘이 된다. 글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그 작동방식은 조수(潮水)처럼, 지구의 자전(自轉)처럼 자연스러운 동시에 신비하다. 결국 인간은 인간과 함께 살며 인간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살 수밖에 없는 거라면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방식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문제를 풀어줄지도 모른다. 영국의 「셜록」과 「닥터후」를 만든 저명한 제작자 스티븐 모팻이 지적한바, “결국, 우린 모두 이야기”이므로. 우리가 인간인 한 우리에겐 들려줄 이야기가, 들을 이야기가 언제고 있으므로. 우리는 이를 통해 나를 이해하고 너를 이해하고 우리 관계를 이해할 수 있으므로. 소설의 인간학은 곧 이야기의 인간학이다.
새로운 매체, 새로운 의사소통
어느날 파티에서, 백발의 꽁지머리를 한 나이든 남자를 본 댄 헐리는 그가 틀림없이 괴짜 예술가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꽁지머리 남자와 이야기를 나눈 후 알게 된 것은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그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공인회계사였고, 이름은 에이브였다. 몇해 전 그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맏사위에게 그가 걸어서 퇴원을 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머리를 깎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사위는 결국 병원에서 걸어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에이브는 6년 전 사위에게 한 말을 길게 묶은 그 머리로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그리고 댄 헐리는 이것을 60초 소설을 쓰면서 알게 된다).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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