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역사가들을 매료시킨 역사 역사가를 매혹시킨 역사가들 역사의 즐거움, 역사가에서 찾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 버트런드 러셀은 《러셀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즐기다How to Read and Understand History》에서 역사 읽기가 따분한 암기 과목이 아닌 즐거운 여가 선용 수단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글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학문적 연구 주제로서의 역사가 아니다. …… 내가 다루려는 주제는 쾌락으로서의 역사다. 힘들고 바쁜 세상을 살면서 우리에게 허용되는 여가 시간을 기분 좋고 유익하게 소비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의 역사다. …… 역사가 독자 여러분의 출세나 승진에 필수불가결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역사를 읽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여러분이 역사를 즐기고 역사에 흥미를 느낀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역사가가 그린 근대의 풍경》(2003), 《영국 제국의 초상》(2009), 《공장의 역사》(2012) 등을 출간하며 19세기 영국의 사회사, 노동사, 생활사, 사학사 연구를 지속해온 저자 이영석(광주대 사학과 교수)은 《역사가를 사로잡은 역사가들》에서 역사의 즐거움을 역사가 읽기에서 찾는다. 지난 2006년 출간한 《나를 사로잡은 역사가들》에서 살핀 5명의 역사가 외에 7명의 역사가를 추가한 이 책에서 저자는 한 역사가의 여러 저술을 파노라마처럼 훑기도 하고 특정 저술을 좀 더 깊이 정독하기도 하면서 더욱 풍부한 역사가 읽기를 시도한다. 이를 통해 지나치게 전문적인 지식의 나열과 난해한 해석으로 자칫 딱딱하고 정체되기 쉬운 역사학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한다. 이 책에서 소개된 역사가들에 대한 저자의 기본 태도는 ‘즐거움’이다. 선입견을 제쳐놓은 상태에서, 각 역사가들의 경험과 섬세한 연구 태도를 느껴보려는 자세로 그들의 저작을 탐구한다. 이 책은 그동안 내가 관심을 가졌던 역사가들에 대한 일종의 인상기다. 한 역사가의 여러 저술을 피상적으로 훑어본 글도 있고, 한 권의 책을 좀 더 깊이 음미하면서 정독한 독후감도 있다. …… 순수한 독서라면 책 읽는 순간에는 다른 강박이 없어야 한다. 아무런 부담감 없이 책의 내용과 논리에 빠져 들어가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 저자와 대화를 나누거나 그의 주장을 다시 음미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독서란 그런 것이다. …… 실제로 나는 이들의 책을 가까이 하면서 글자 그대로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 나는 그저 책 자체에 빠져들어 스스로 정리하고 느낀 인상만을 담백하게 기술하는 데 힘을 쏟았다. -〈책머리에〉 중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역사가들 중 몇몇은 그리 익숙한 이름이 아니다. 그러나 저자의 ‘즐거운 독서’가 오롯이 담겨 있는 역사가 읽기는 우리를 어색함이 아닌 호기심과 모험으로 이끈다. 다른 모든 분야의 ‘첫걸음’이 으레 그렇듯, 역사 읽기 또한 이 같은 호기심과 모험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실제 삶으로 이어지며, 삶을 통해 깊어지고 넓어진다. 저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다양한 역사가들이 그리는 역사의 풍경에 독자 여러분들도 함께 사로잡혀보자. 풍경, 가족과 결혼, 감성, 영상 …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채색하다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100년 전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금 앉아 있는 이 자리는 500년 전 어떤 풍경이었을까. 흥미롭지만 마땅한 답을 내놓기 난감한 이 질문들에 도전한 역사가가 있다. 바로 윌리엄 호스킨스다. 1장 〈윌리엄 호스킨스, 풍경의 역사〉는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공간을 통한 역사 읽기를 시도한 호스킨스에 관한 글이다. 호스킨스의 저작 《잉글랜드 풍경의 형성The Making of the English Landscape》은 영국 농촌 풍경에 남아 있는 ‘역사적 지층’의 의미와 비밀을 해독한 책이다. 호스킨스는 이를 위해 정주지, 버려진 경지, 인클로저, 둑, 울타리, 마을 등이 남긴 흔적을 추적한다. 하나의 풍경에는 역사적 시간이 중층적으로 담겨 있다는 관점 하에 낯익은 풍경에 대한 해독을 넘어 역사 속 사람들의 삶을 재현한다. 저자는 ‘변화하는 것 가운데에서 지속되는 것, 지속되는 것 속에서 변화하는 것’을 찾아내려는 호스킨스의 작업에서 잃어버린 대상과 그 변화의 과정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읽어낸다. 그리고 묻는다. “지난 반세기에 걸쳐 산업화라는 이름 아래 급속하게 뒤바뀐 우리 풍경에 관해 과연 호스킨스와 같은 연구와 탐사가 가능할 것인가.” 2장 〈로렌스 스톤, 사회사의 지평 넓히기〉에서 살피는 로렌스 스톤 역시 호스킨스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는 낯익은 이름이 아니다. 그러나 스톤은 에릭 홉스봄, 에드워드 톰슨과 더불어 사회사의 개념을 수정하고 다시 구성한 세계적인 사회사가다. 다양한 역사 연구를 수행하면서 스톤이 특히 주목한 부분은 가족과 결혼의 역사다. 《귀족의 위기》와 《열린 엘리트?》를 통해 사회경제사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를 수행한 스톤은 이후 일상적인 삶의 세계로 눈길을 돌린다. 《가족, 성, 결혼》은 이러한 작업의 중간 결산서다. 이 책에서 스톤은 가족관계가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소원한 관계와 복종과 가부장제라는 냉담한 가족관계에서 ‘감성적 개인주의’를 토대로 한 애정적 가족관계로 변화했다고 주장한다. 뒤이어 《이혼행로》에서는 16세기 이래 결혼 및 별거와 이혼의 사례들을 다루면서 그 변화 양상을 추적한다. 《가디언》지에서는 스톤이 자신이 몰두했던 과거로 사라진 후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톤은 역동적이고 왕성한, 재기 넘치고 부드러우면서도 짓궂은 대가였다. 그가 이룩한 업적은 사회사를 흥미롭고도 자극적인 것으로 만들었다는 점, 사회사 연구를 자극하고 고무하면서 새로운 탐구영역과 새로운 사료더미를 들추어냈다는 점에 있다.” 9장에서 다루는 시어도어 젤딘도 저자를 사로잡은 역사가다. 〈시어도어 젤딘, 감성의 역사를 찾아서〉는 ‘감성’이라는 주제를 통해 역사학이 좀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인간 내면의 세계를 거침없이 탐사한 젤딘을 조명하고 있다. 원래 19세기 프랑스 정치사, 특히 나폴레옹 3세 시대를 전공한 실증적 역사가인 젤딘은 1848~1945년 시기의 프랑스인 특유의 정감과 습속을 소개, 해석한 《프랑스 1848~1945》(전5권)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다. 《프랑스 1848~1945》는 기존의 역사가들이 중시해온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구조 대신 근대 프랑스의 갖가지 감성이나 정감을 주제로 삼는다. 이후 출간한 《프랑스인》에서는 과거보다 현재 살아 있는 개인의 생애사에 더 관심을 기울이면서 역사서술의 형식을 파괴하고자 한다. 이 같은 시도는 현재로부터 과거로 소급해 올라가는 방법을 취한 《인간의 내밀한 역사》에서도 이어진다. 이 일련의 저술에서 젤딘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역사는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삶의 거울이고 교훈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의 저술에서 역사 지식이 다시금 생명을 얻는 것은 그가 바로 이러한 역사관을 가진 ‘미래의 삶을 위한 역사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8장 〈사이먼 샤마, 영상으로서의 역사〉는 텔레비전의 영상역사물 제작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그 결과물을 다시 책으로 출판해온 사이먼 샤마를 통해 영상언어로 그리는 역사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저자는 샤마가 저명한 역사가의 경계를 넘어 이른바 텔레비전 역사가라는 새로운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감으로써 광범위한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샤마는 BBC의 대형 역사 다큐멘터리 〈브리튼의 역사〉(총 15부작)를 통해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역사가다. 그렇다면 〈브리튼의 역사〉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샤마 자신이 붙이 제목처럼 〈브리튼의 역사〉는 ‘(영국에 대한) 하나의 역사’ 이상의 형상화를 이룩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저 브리튼의 역사에 대해 지극히 선별적이고 압축적인 내용만을 형상화하는 데 성공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샤마의 〈브리튼의 역사〉는 과거에 대해 새로운 통찰력을 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