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 이 책은 2008년에 출간된 《눈의 황홀》 아카데미판입니다.
세상 모든 보이는 것의 ‘뿌리’를 탐구한 비주얼 에세이!
“보이는 것의 황홀경, 그 쾌락의 기원을 묻다”
★ 철도의 발명은 왜 추상이라는 새로운 지각적 발견을 낳았는가?
★ 히틀러는 식인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는 나선의 만취감을 어떻게 이용했는가?
★ 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는 어떻게 미국이나 프랑스 국기에 등장할 수 있었는가?
★ 20세기를 대표하는 ‘섞는’ 문화는 어떻게 혼합 혐오의 가치관을 전복시켰는가?
★ 선과 연속이라는 개념은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에서 어떻게 형상화되는가?
★ 중세 그리스도 마니아와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어떤 관계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파블로 피카소, 마르셀 뒤샹 등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순간을 빛내 온 인물들의 지적인 사고 과정을 추적하는 책들은 여전히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사람들은 상상력과 직관을 통해 창조적인 통찰을 얻은 이들의 번뜩이는 사고에서 한 수 배워 보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눈의 황홀》은 그 많은 발상가들이 생각의 도구로 사용한 ‘개념’이나 ‘형태’, ‘방법’ 등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기원을 탐색한 책이다. 다양한 ‘개념’, ‘형태’, ‘방법’ 중에서도 쌍[對]이라는 관념, 속도, 원근법, 나선, 추상 표현, 스트라이프, 콜라주, 레디메이드, 데포르메, 오브제 등 인간의 눈을 현혹해 온 18가지 테마의 기원과 변천을 묻는다. 이 과정에서 마쓰다 유키마사는 비주얼 문화에 대한 심오한 통찰과 인류 가치관의 변천이 갖고 있는 놀라운 반전들을 보여 준다.
세계적인 그래픽디자이너 스기우라 고헤이에 견줄 만큼 현재 일본 디자인의 지성을 대표하는 마쓰다 유키마사는 이 한 권의 책으로 비주얼 문화사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개념들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세월의 흐름 속에서 어떤 형태로 변해 왔는지를, 마치 현미경으로 곤충을 관찰하듯 꼼꼼히 살핀다. 무엇보다 사실의 비약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야기를 종횡무진 전개해 가는 전방위적 발상이 흥미를 자극한다. 그의 이런 작업은 인문학은 물론 거의 모든 장르의 사상과 예술을 섭렵한 후 그 안에 숨겨진 사고와 의미를 자유자재로 통합하고 해석해 내는 지적 내공으로 든든하게 뒷받침되어 있다.
미술, 건축, 언어, 역사, 문자, 음악, 영화, 만화 등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만만치 않은 깊이를 드러내며 드라마틱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480점의 도판은 그 자체만으로도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함을 자랑한다. 이 도판들은 동서고금의 회화, 고대 벽화,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포스터, 공예, 문자 등 다채롭다. ‘비주얼로 보는 문화사’의 또 다른 경지를 보여 주는 이 책은, 사려 깊은 텍스트와 황홀한 이미지의 조합으로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
비주얼로 보는 문화사이자 방대한 이미지의 박물관!
눈을 둘러싼 이미지 역사의 변천과 반전에 관한 이야기
마쓰다 유키마사가 비주얼 문화의 루트인 개념과 형태의 기원을 탐구하면서도 특히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영겁의 세월 동안 인간의 눈을 거쳐 온 이미지의 ‘변천’과 ‘반전’에 관한 이야기다. 그가 다양한 장르의 지식을 섭렵하면서 알게 된 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가치관의 변천이 보여 주는 재미인데, 예컨대 하나의 이미지가 사회의 변화와 함께 완전히 정반대의 의미로 탈바꿈해 버리는 것이다. 긍정적인 기호가 부정적인 기호가 되고, 부정적인 기호가 긍정적인 기호가 된다. 이러한 플러스-마이너스 부호의 반전에 대한 이야기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의 기원과 변천에 대한 접근을 한결 용이하게 한다.
기원을 탐색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이러한 변천과 반전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사물에 그때까지는 생각도 못했던 다른 이미지가 더해짐으로써 그 의미가 팽창하기도 하고 역전되기도 하는 과정에서 흥미진진해진다. 하나의 비주얼에서 시작해서 서로 관련이 있는 과거를 추적할 수 있는 재미와 거기에서 파생되는 사고의 확장을 이 책에서 경험할 수 있다.
“책은 하나의 우주”, 오브제적 성격이 돋보이는 책
마쓰다 유키마사는 ‘책에 대한 구도자’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18장 ‘오브제’를 보면,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그의 철학을 감지할 수 있다. 그는 어느 순간 알게 된 사실이 ‘몽상’이 되어 사물을 오브제로 만든다고 말한다. 책에 대한 그의 몽상은 스기우라 고헤이가 30년 전부터 계속해서 말하고 있는 “책은 하나의 우주”라는 것이다. 그것은 텍스트의 내용을 넘어선, 책이라는 형태 자체를 말한다. 한 권의 책을 오브제로 탄생시키는 작업은 마쓰다 유키마사에게 상당히 중요하다. 현재 그는 집필 이외에도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출판사에서 ‘오브제로서의 책’ 만들기에 매진하고 있다.
이 책의 배 부분과 속표지를 살펴보자. 보이는 것에 대한 마쓰다 유키마사의 섬세함과 예민함은 텍스트를 둘러싼 책의 겉모양에서도 드러난다. 먼저 배 부분을 보면 두 개의 눈이 있다. 하나는 15세기 프랑스의 궁정 화가 장 푸케가 그린 〈페라라 궁전의 어릿광대 고네라의 초상〉의 일부이고, 또 하나는 15세기 이탈리아의 파르미자니노가 그린 〈안테아〉의 일부이다. 마쓰다 유키마사는 형태를 엿보는 시선의 쾌감과 더불어 지금까지 간과되었던 시점의 탐색이 이 책의 주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두 개의 눈을 넣었다고 한다. 책의 배를 엄지손가락으로 48밀리미터쯤 펼쳤을 때, 그림이 제대로 보인다. 그리고 속표지에 있는 규칙적인 점들은 지각심리학자 데이비드 마의 〈유사에 의한 군화群化〉라는 그림을 고쳐 만든 것이다. 무늬를 보다 보면, 서로 이웃한 점들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여기저기에 원이 생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