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자가 아닐 수는 있겠지만 기독교의 영향권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불과 20명의 신도로 시작한 지역의 작은 유대 종파였던 기독교는 어떻게 등장 400년 만에 3천만 명의 신자를 얻을 수 있었을까?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이 성공은 필연이었을까 우연이었을까?
이 복잡한 주제 앞에서 저자는 탄탄한 근거 자료와 자세한 논증으로 기독교의 성장과 관련한 모든 요인을 하나하나 친절히 살핀다. 초기 신도들이 겪은 기적, 포교 방식, 기독교의 높은 윤리 기준, 교회 공동체의 자선 활동, 로마 황제의 개종과 기독교 특유의 배타적인 성격 등이 그 내용이다. 다만 저자는 승리의 역사만을 주목하지는 않는다. 기독교의 승리와 맞바꾼 다신주의 세계의 패배를 조명하며 우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무엇일지 가늠하게 한다.
상상의 동물 용이 소의 머리, 사슴의 뿔, 뱀의 배, 물고기의 꼬리의 조합이듯 상상은 아무런 질료 없이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무엇을 지나왔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훑어보는 이 여정은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 우리가 놓친 것, 결코 잃을 수 없는 것을 찬찬히 생각해보며 지금과 다음을 상상하게 하는 좋은 재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