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풀꽃 나태주 시인이 다시 모아서 엮은 47년간의 시세계 ‘걱정은 내 몫이고 사랑은 네 차지’라는 부제로 돌아온 이번 선집은 앞서 출간된 『나태주 대표시 선집: 이제는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에 이은 책으로 전작에 미처 담기지 못했던 시들을 모아 엮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2017년 현재부터 1970년까지 창작연도 역순으로 수록되어, 70여 년 시인 인생의 좌절, 망설임, 사랑이 점철되어 형성된 아름다운 시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 어찌 오랜 세월 한 번만의 사랑을 허락했을까. 여러 차례의 사랑과 망설임과 좌절과 실패가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허지만 이제 그 소중한 인생도 기울고 안타까운 사랑도 갔다. 다만 인생의 증표와 흔적처럼 몇 편의 시가 남았을 뿐. -「책머리」 중에서 서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에는 시인의 삶의 흔적이 어려 있다. 끝 부분에 가서는 시를 통해 청년 나태주도 만나볼 수 있다. 현재의 시부터 1970년대 시까지 더듬더듬 읽어가다 보면 그의 시에서 우리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사랑,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수놓인 그의 시들이 따스한 눈으로 우리의 인생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걱정으로 뒤덮인 그대에게 나태주 시인이 직접 모아 ‘잘람잘람’ 건네주는 아름다운 시 선물 시권재민(詩權在民). 시를 살리는 힘이 독자에게 있다는 뜻으로 내가 지어낸 말이다. 독자와 더불어 조금이라도 오래 나의 시가 세상에 남기만을 바랄 뿐이다. 나의 소임은 여기까지다. -「책머리」 중에서 시인은 시를 본인의 손안에 꽉 움켜지고 있지 않는다. 겸손한 태도로 ‘나의 소임은 여기까지’라며 순수하고 찬란한 마음으로 자신의 시를 독자들에게 안겨 준다. ‘걱정은 내 몫이고 사랑은 네 차지’ 라는 시의 부제도 시인의 그러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리라. 시인은 시를 통해 우리에게 봄을, 이슬을, 꽃을, 삶을 건네준다. 이내 시는 마음속으로 들어와 시인만의 시가 아닌 ‘나’, ‘우리’의 것이 되어 버리고 만다. 이것이 바로 나태주 시인의 힘이다. 어머니, 어머니 / 샘물가에서 물동이로 / 물을 기를 때 // 물동이에 가득 채운 물 / 머리에 이고 가기 전 / 넘치지 않게 하기 위하여 / 물동이 주둥이를 손바닥으로 / 슬쩍 훑어내듯이 // 오늘 내가 너에게 / 주는 마음은 잘람잘람 / 그렇지만 넘치지 않게 // 오늘 내가 너에게 / 주는 시도 잘람잘람 / 그렇지만 넘치지 않게. -「잘람잘람」 중에서 시인은 ‘잘람잘람’ 부족하지도 그러나 넘치지도 않게 시를 선사한다. 넘쳐서 흘러 버리면 부족한 것만도 못하다는 삶의 깊은 이치를 시인은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걱정으로 뒤덮인 그대여, 걱정은 잠시 내려두고 시인이 우리의 몫으로 내주는 시를 ‘잘람잘람’ 음미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