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일을 시작하는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청년유니온이고, 다른 하나는 일터의 생생한 경험이 녹아 있는 안내서인 《나를 지키는 노동법》입니다.”
_박원순(노동존중특별시장)
입사 준비에서 일하는 도중, 퇴사에 이르기까지
사회초년생들이 꼭 알아야 할 노동법의 모든 것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는 청년실업률, 끊이지 않는 각종 채용비리 소식은 일자리와 관련해 우리 청년들이 겪는 이중삼중고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청년실업률의 원인을 ‘일자리 없음’으로 단순화하기에는 일터의 안정성 문제가 존재한다. 운 좋게 일터를 찾았더라도 첫 직장에서 1년 만에 일을 그만두고 재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과반수를 차지한다. 그만큼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반증이다.
한국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펴낸 《나를 지키는 노동법》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자기 권리를 지키며 일할 수 있는지 법적인 부분에서 조언을 해주는 책이다. ‘취준부터 퇴사까지, 직장인을 위한 노동법119’라는 부제에서 볼 수 있듯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법 조항들을 하나로 모아놓은 일터의 필수품이다.
‘노동법’은 사실 실제로 존재하는 법은 아니다. 노동법의 정확한 명칭은 ‘노동관계 법률’이고, 노동관계 법률은 어느 특정한 하나의 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노동조건과 관련한 모든 법을 통칭해 ‘노동법’이라고 부른다. 흔히 알고 있는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부터 노동조합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약 30여 개의 법률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책에서는 수많은 노동법을 일일이 열거하기보다는 사회초년생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을 간추리고, 입사 준비에서 일하는 도중, 퇴사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필요한 법률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단순 법률의 나열이 아닌 일터 내 분쟁사례를 중심으로 상황별 대처 방법까지 제시한다.
블랙기업 확인하고 계약서에 숨겨진 독소조항 찾으세요!
_일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일을 처음 시작하는 청년들은 무엇을 챙겨야 할까. 이 책에서는 가장 기본 절차인 근로계약서를 쓸 때 어떤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지 조언한다. 임금, 근로기간 등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내용과 함께 교묘하게 숨겨진 독소조항 사례를 제시한다. 또한 본인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인지 독립계약자인지,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에 따라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를 알려준다. 한 직장에서 2년 이상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면 별도의 추가계약 없이 ‘무기계약’ 근로자로 간주한다는 것과 고용주와 사용자가 다른 파견제 근로의 경우 근로자 파견이 가능한 32개 업종을 법으로 정해놓고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파견근로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는 것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정보다(32개 업종 소개). 근로기준법,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서 등 회사와 노동자가 동시에 알아야 할 근로조건을 규정하는 법 체계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2015년 청년유니온은 일본의 청년단체 ‘POSEE’가 개념화한 블랙기업을 우리 실정에 반영해 ‘한국형 블랙기업 지표’를 만들었는데 이 책에 자세한 내용을 실어놓았다. 1년 내내 상시채용을 하거나 대량모집을 하는 경우, 제목만 바꿔 반복해서 채용공고를 올리거나 자격요건과 업무는 과다하고 임금은 적은 회사는 블랙기업일 확률이 높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는 체불사업주 명단도 공개되어 있는데 입사 전 이런 정보들을 꼼꼼히 검색해보는 것이 좋다.
칼퇴가 아니라 정시퇴근, ‘일잘’은 휴식을 먹고 자랍니다
_권리는 챙기면서 일해요
취업에 성공했다고 끝이 아니다. 일터 내에서 보장받아야 할 대표적인 권리는 ‘임금’과 ‘휴가’이다. 이 책에는 임금명세서 정확히 파악하는 법부터 최저임금이나 주휴수당 계산하는 법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금액으로 근로계약을 맺었다면 이 계약은 무효라는 것, 시급이 최저임금 이상이라도 주휴수당이 반영되지 않았다면 이 또한 최저임금 위반이라는 팁도 제공한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사업장에서만 적용할 수 있으며, 수습기간이라도 최저임금의 90%는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데, 이 역시 단순노무업종에서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아두어야 할 내용이다.
근로시간은 임금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이다. OECD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취업자 1인당 연간 평균 근로시간이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나라다. ‘야근각’ ‘사무실 지박령’ 등은 이런 세태를 반영하는 신조어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과 생활의 균형에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정부도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하기 위한 포괄임금제 개선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가는 추세이다.
2016년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의 79%가 평균 4일 이상 야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야기하는 야근과 법에서 말하는 야근은 조금 다르다. 법에서는 퇴근시간이 지났음에도 더 일하는 것, 소정근로시간을 넘겨서 일하는 것을 ‘연장근로’라고 한다. 그리고 ‘야근(야간근로)’은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일하는 것을 말한다.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는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서 받아야 한다.
이 책에서는 업무준비나 교육 등 근로시간 산정이 애매한 경우에 대한 판단 기준, 근로시간 기록 팁 등을 제시한다. 또한 야근의 대가로 쓰는 보상휴가제와 연차사용에 대한 모든 것도 담았다. 일하다 다쳤을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산재보험, 성희롱이나 성폭력 피해를 입었을 때 대처법 등도 소개하고 있다.
사직서를 쓰는 순간 해고가 아니라 퇴사가 됩니다
_퇴사할 땐 더 꼼꼼히!
모든 일은 시작만큼이나 마무리가 중요하다. 직장 생활도 예외는 아니다. 스스로 결정해서 퇴사하는 경우에도, 혹은 갑자기 해고를 당했을 때도 권리를 지켜내면서 제대로 마무리해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 마지막 3부에는 회사를 그만둘 때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권고사직이나 부당해고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자세히 담았다.
일을 그만둘 때 꼭 확인해야 하는 체크리스트를 제공하는데, 퇴사의 사유가 자발적인지 권고사직인지 해고인지에 따라 챙겨야 할 것들이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퇴직금, 연차수당 등 임금을 제대로 받았는지 확인해야 하며 자발적 퇴사가 아닌 경우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퇴직금 계산하는 법, 실업급여 신청절차와 지급액, 임금체불시 활용할 수 있는 체당금제도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실제 일을 하면서 자주 마주치는 상황은 해고가 아니라 ‘권고사직’일 확률이 높은데, 만약 본인이 퇴사할 생각이 없고 해고 사유에 해당하는 잘못을 하지 않았다면 사직을 거부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절대 사직서를 쓰면 안 된다는 점이다. 종이 한 장이지만, 사직서를 쓰면 해고가 아니라 퇴사가 되며 이는 추후에 부당해고로 진정을 넣어도 구제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해고의 경우 30일 전에 근로자에게 해고통지를 해야 하며 해고 예고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청년들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법적으로 해고의 절차, 사유, 방법 등을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당해고를 당했다면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하거나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으며, 그 절차가 책 속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노동법 관련 용어 사전과 도움받을 수 있는 곳에 대한 정보는 덤이다.
한국사회에서 노동인권 침해는 일상적이다. 생각보다 노동법이 잘되어 있지만 법은 멀고 사장님의 갑질은 가까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책만으로 일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무엇이 나를 지켜줄 수 있는지 알아가는 첫 시작이 되기에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