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내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다.
찰랑이는 물컵을 엎지르듯이.
최유수는 참 모호하다. 어디에 서 있는지 모르겠는 산책을 계속 해나간다. 갈 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중얼거린다. 그런데 사실 그는 도착을 원하지도 않는 것 같다. 혼자이고 싶지만 자꾸만 무언가 살피고, 시선이 머문 곳에 참여하고, 그렇게 살피다가 심연으로 들어가고, 끝내 어떤 잠언 속에 맺힌다.
― 유이우(시인)
마음은 거기에 있다고 믿어지는 미지의 장소에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에겐 지도가 없다. 이렇다 할 나침반도 손전등도 없다. 열려 있는 마음들이 서로 공명하는 걸 그저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세계 전체의 부분으로서. 그것은 유일한 무엇이 아니라 하나의 길목이자 징후다. 지금 이 중얼거림은 일종의 수련이고, 순수한 용기의 재료이자 주문이다.
_본문 중에서
함께이면서 동시에 혼자. 함께인 혼자와 혼자인 함께. 작가는 이 말장난 같은 불완전한 관계 속에서 서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나라는 이름, 모습, 관계들을 투영시키고 있다. 그 마음은 지도가 없다. 독백뿐인 세계다.
‘연결’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혼자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내가 그저 사람이기 때문에, 그 헛헛함과 외로움을 즐기다가도 다시 타인과 긴밀하게 연결되고 싶어지는 욕구에 대해, 그 본성에 대해.
_본문 중에서
무엇으로부터 끝없이 벗어나려는 삶과 끝없이 연결되려는 삶이 충돌하며 퍼진 파편들의 모음들이 《환상들》이라는 책으로 탄생했다. 작가는 잔잔한 적막 속에서도 새하얀 꿈틀거림을 표출하면서 질문을 던진다. “거긴 어딘가요? 뭐가 보이나요? 아아, 영원히 대체되지 않는 환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