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 아마존 베스트셀러
*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 『이코노미스트』 『데일리 텔레그래프』 『이브닝 스탠더드』 올해의 책
* 『가디언』 선정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
* 코스타 문학상, 갤럭시 신인작가상, 영국왕립문학협회 온다츠상, 윈덤 캠벨 문학상
『호박 눈의 산토끼』는 한때 유럽의 중심에서 로스차일드에 버금가는 부와 명성을 누렸던 유대인 은행가 가문 에프루시의 잃어버린 역사 150년을 찾아가는 회고록이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영국의 도예가 에드먼드 드 발은 기록 보관소와 도서관에서 오랜 시간 수집한 방대한 자료와 문헌, 유려한 문장으로 5대에 걸친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는 친척에게서 유산으로 받은 일본 조각품 네쓰케에 호기심을 품고, 그 사연을 추적한다. 이야기는 1870년대 파리에서 출발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양차 세계 대전의 격동기를 겪고, 전후 도쿄를 지나 2000년대 런던에서 끝을 맺는다. 제목 ‘호박 눈의 산토끼’는 상속받은 264점의 네쓰케 중 하나다. 이 책의 주인공은 네쓰케와 그 물건을 소유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숨겨졌던 개인적 서사가 근현대사의 거대한 흐름과, 마치 씨실과 날실처럼 정교하게 맞물리며 팽팽하게 되살아난다.
『호박 눈의 산토끼』는 2010년 출간과 동시에 찬사를 받으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이코노미스트』, 『데일리 텔레그래프』, 『이브닝 스탠더드』에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코스타 문학상, 갤럭시 신인작가상, 영국왕립문학협회 온다츠상, 윈덤 캠벨상 등을 수상했다. 『가디언』이 뽑은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에도 선정되었다. 2021년 뉴욕 유대인 박물관에서는 동명의 전시회가 열려 이 책을 향한 식지 않은 열기를 증명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지금까지 29개국에서 번역·출간됐다.
유산에 숨겨진 가족의 역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호박 눈의 산토끼』는 한때 유럽의 중심에서 로스차일드에 버금가는 부와 명성을 누렸던 유대인 은행가 가문 에프루시의 잃어버린 역사 150년을 찾아가는 회고록이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영국의 도예가 에드먼드 드 발은 기록 보관소와 도서관에서 오랜 시간 수집한 방대한 자료와 문헌, 유려한 문장으로 5대에 걸친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는 친척에게서 유산으로 받은 일본 조각품 네쓰케에 호기심을 품고, 그 사연을 추적한다. 이야기는 1870년대 파리에서 출발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양차 세계 대전의 격동기를 겪고, 전후 도쿄를 지나 2000년대 런던에서 끝을 맺는다. 제목 ‘호박 눈의 산토끼’는 상속받은 264점의 네쓰케 중 하나다. 이 책의 주인공은 네쓰케와 그 물건을 소유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숨겨졌던 개인적 서사가 근현대사의 거대한 흐름과 정교하게 맞물리며 팽팽하게 되살아난다.
“유산에 담긴 간단한 이야기란 없다.
어떤 것이 기억되고 어떤 것이 잊히는 걸까?”
네쓰케를 처음 수집한 사람은 19세기 말 파리에 사는 샤를 에프루시였다. 부유한 은행가의 셋째 아들인 그는 미술지 『가제트 데 보자르』의 평론가이자 소유주였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스완의 실제 모델이기도 했다. 예술애호가인 샤를은 자포니즘의 유행에 따라 일본 칠기 함을 수집하고, 곧이어 264점의 네쓰케를 구매한다. 네쓰케는 샤를의 방에 인상주의 그림들과 함께 진열되어 사교계에서 예술품으로 찬사를 받는다.
샤를은 인상주의를 옹호하는 글을 쓰고 화가들을 후원하며 작품을 수집했다. 르누아르의 유명한 그림 〈선상 파티의 점심 식사〉에서 검은색 정장을 입은 뒷모습의 남자가 바로 샤를 에프루시다. 마네의 아스파라거스 그림과 관련된 샤를의 일화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화가들의 친구, 맏형 같은 존재였다.
드레퓌스 사건을 전후로 상황이 급변한다. 반유대주의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에프루시 가문에 대한 공격이 거세진다. 에프루시는 러시아 국적의 유대인이었다. 작가 에두아르 드뤼몽은 에프루시 형제들이 투기를 하며 프랑스인의 고혈을 빨아먹는다고 비난한다. 친구였던 화가들 역시 등을 돌린다. 강경한 드레퓌스 반대파인 드가는 샤를 뿐만 아니라 유대인 동료 화가 피사로와도 절연하고, 르누아르 역시 샤를을 노골적으로 적대시한다. 인상주의 예술은 정치와 무관한 중립지대라는 편견이 부서지는 대목이다.
1899년 샤를은 네쓰케와 진열장을 사촌동생 빅토어의 결혼 선물로 보낸다. 2부의 주인공은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빅토어 폰 에프루시다. 그의 가족이 사는 대저택 팔레 에프루시에서 네쓰케는 한동안 제 자리를 찾지 못한다. 자포니즘은 철 지난 유행이 되었고, 허영과 과시가 심한 이 도시 빈에 어울리지 못한다. 결국 네쓰케는 빅토어의 아내 에미의 옷방에 들어가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이 된다. 맏딸인 엘리자베트는 바로 저자의 할머니다. 문학도를 꿈꾸며 시인 릴케와 ‘편지 우정’을 쌓던 그녀는, 변호사가 되어 훗날 가문의 재산 반환에 적극적으로 기여한다.
유대인 가족의 디아스포라
상실과 회복에 대한 감동적인 회고록
2부와 3부에서는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하는 과정, 유대인 박해와 재산 약탈이 시간 순서대로 전개된다. 역사적 사건과 에프루시 가족의 미시적 역사가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하게 엮이면서 긴박감은 고조에 달한다. 나치는 시시각각 숨통을 조여온다. 모든 일은 체계적이고 합법적으로 처리되고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진행된다. 국가의 적으로 몰린 유대인 빅토어 에프루시는 전재산을 양도하는 서류에 서명한다. 유대인의 자산은 게슈타포에 의해 압수되고 전문가에 의해 철저히 기록되고 처분된다. 즉 아리안화된다. 그동안“물건의 주인들은 갈비뼈가 부러지고 이가 빠진다. 유대인들은 한때 그들이 소유하던 물건보다도 중요하지 않다.”(347쪽) 오스트리아를 탈출하는 부부의 손에는 가방 하나가 전부다. 빅토어의 아내 에미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네쓰케는 어떻게 되었을까. 1945년 겨울, 전쟁이 끝나고 엘리자베트가 다시 빈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를 맞은 것은 텅 빈 집이다. 에프루시 가족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그들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나치 당원의 90프로를 사면하고, 나치친위대와 게슈타포를 사면한다. 유대인 재산을 부당 취득한 많은 이가 신생 오스트리아 공화국의 존경받는 시민이다. 전후 오스트리아로 다시 돌아온 유대인은 18만 5천명 중에 4500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네쓰케는 살아 남는다. 하녀 아나가 앞치마 주머니 속에 숨겨 침대 밑에 감추고 지켜냈다. 화려하고 값비싼 물건들은 모두 빼앗기고 흩어졌다. 물건의 주인도 세상을 떠났다. 작고 하찮은 네쓰케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기에 살 수 있었다. 저자는 분노한다. “네쓰케는 은신처에 숨어서 전쟁을 버티고 살아남았건만, 숨어 있던 그 많은 사람은 왜 살아남지 못했을까?” (380쪽)
장소와 사람의 기억을 품은 사물
침묵의 증인 네쓰케
4부는 엘리자베트의 남동생 이기가 네쓰케를 데리고 1947년 패전국 일본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연합국이 점령하는 도쿄는 낯선 풍경이다. 생존을 위해 물건을 하나씩 내다파는 가난한 일본인들은 한 겹씩 벗겨지는 양파와 죽순에 비유된다. 미군을 상대로 매춘하는 ‘팡팡걸’과 젊은 ‘아프레’ 세대 등 전후 일본 사회의 내면이 드러난다. 저자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동원한 감각적인 문장을 통해 전후 일본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네쓰케는 이기의 도쿄 아파트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고향인 이곳 일본에서 네쓰케는 정체성을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