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여, 이건 팬데믹이 아니라 아마겟돈이야.
빌어먹을 최후의 심판이라고.”
★ 정보라 기획·번역, 이다혜 추천
★ 2019 폴란드 베스트셀러상·올해의 도서상 수상작
★ 2023 폴란드 오디오북 1위
★ 실롱크파 판타지문학상 수상 작가
★ 현지 비디오게임 제작 예정
“가속페달만 있는 자동차가 내리막길을
내달리는 느낌으로 질주하는 소설.”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끝없이 내달리는 좀비 서사
『브로츠와프의 쥐들』은 1963년에 폴란드 서부에 있는 대도시 브로츠와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출혈성 천연두 감염 사태를 소재로 한 좀비 아포칼립스 소설이다. 천연두 감염을 통제하기 위한 격리병동에서 ‘죽지 않는 시체’인 좀비가 처음 등장한다. 이후 간호학교, 군대, 밀주꾼의 집, 교회 등 서로 다른 집단에서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전염이 좀비 아포칼립스를 불러온다.
냉전 시대 공산주의 체제에서 좀비 사태를 통제하는 주인공은 바로 군인과 경찰들이다. 한국 독자들은 기차, 학교, 아파트, 심지어 조선시대 등 다양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삼는 좀비물은 많이 접했으나 군인과 경찰이 주인공으로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없었다. 폐쇄적인 사회 속 엄격한 집단은 이전에 본 적 없는 독특한 좀비 서사를 만들어낸다.
이 작품은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내릴 수밖에 없는 잔혹한 선택과 되돌릴 수 없는 순간들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좀비 소동을 진압하다 전멸한 부대에서 혼자 살아남은 경사 ‘미엘레흐’는 탈출을 시도하다가 좀비를 마주하고 방아쇠를 당기는데, 그것이 자신을 끝까지 따르던 마지막 생존 부하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기차역에서는 모두가 죽고 갓난아기와 아내를 데리고 도시에서 떠나려던 ‘카롤’의 가족만 살아남았다.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보니 낯선 여인이 자신의 손을 붙들고 있는 걸 발견한다. 질서를 세우기 위해 싸우는 군경과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시민들. 그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불러오더라도 그들은 살아남아야 한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군사독재 치하의
한국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정보라 기획·번역한 좀비 아포칼립스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가 직접 기획하고 번역한 좀비 아포칼립스 소설 『브로츠와프의 쥐들』 시리즈가 국내에 최초로 소개된다. 정보라 작가는 작품 속 공산주의 폴란드의 억압과 부조리에서 군사독재 치하 한국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 시리즈 번역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63년은 폴란드가 제2차 세계대전의 상흔을 안고 강제적 공산화가 이루어진 지 15년이 되던 해다. 전쟁, 영토의 재편성, 국력 상실, 소련의 위성국가로의 추락 등 모든 격변을 거친 사회는 극도의 불안 속에 놓여 있었고 사람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거기에 출혈성 천연두까지 대유행한 것이다. 간호학교 기숙사에 학생들과 함께 격리되어 있던 교장 ‘벤츠와베크’는 어둡고 축축하며 러시아어가 쓰여 있는 터널을 지나는 악몽을 꾸며 일어난다. 그 후 자신의 학생 둘이 죽었다 살아나 친구들을 죽이는 모습을 보면서 이 역시 그저 평범한 악몽이라고 생각하며 의자에 앉아 있는다. 그러고 옆의 학생에게 말한다. “아가야, 일어나는 게 좋겠다. 이건 그냥 나쁜 꿈이야.”
폴란드와 한국은 식민 지배와 전쟁, 분단과 군사독재라는 유사한 역사를 공유한다. 한국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단순한 좀비물이 아니라, 생존과 통제를 둘러싼 현실의 은유로 다가올 것이다. 이다혜 기자는 추천사에서 이 작품이 현실을 반영해 아찔하다며 혼돈 속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현실과 군상극이 주는 강렬한 인상을 강조했다.
“로베르트 슈미트는 ‘죽고 싶은’ 독자들의
이름을 신청받아 작품에 사용했다.”
―국내 최초 소개되는 동유럽 SF 거장
SF 문학의 거장 로베르트 슈미트는 1962년, 작품의 배경인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태어났다. 1980년대부터 20편이 넘는 소설을 집필할 뿐 아니라 잡지를 창간하고 문학상을 제정하는 등 SF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 시기 폴란드에선 SF가 공산주의와 군국주의 사회문화에 맞서는 저항문화로서 큰 인기를 얻었다. 슈미트가 제정에 참여한 ‘자이델상’은 지금까지도 권위 있는 SF 문학상으로서 뛰어난 작가들을 배출하고 있다.
『브로츠와프의 쥐들』 시리즈는 슈미트의 고향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역력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브로츠와프는 이전에 독일 영토였는데 국경 재정비를 통해 폴란드화된 역사적으로 주요한 도시다. 그 상징성을 브로츠와프 태생의 작가만이 알 수 있는 다양한 측면으로 속속들이 보여주는 작품을 써낸 것이다. 슈미트는 「부산행」 「지금 우리 학교는」을 인상 깊에 보았다며 이 작품이 한국 좀비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희망도 전해왔다.
『브로츠와프의 쥐들』은 출간 즉시 폴란드 베스트셀러상, 올해의 도서상을 수상했다. 2023년에는 폴란드 아마존에서 10만 달러를 투자해 오디오북을 제작했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슈미트는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작가답게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독자로부터 신청받아 지었다. ‘브로츠와프의 쥐들에서 죽고 싶어’라는 팬 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내어준 독자들은, 정보라 작가에게 자신이 몇 권에서 죽는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국내 최초 소개되는 로베르트 슈미트의 작품은 좀비 아포칼립스의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