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여성들을 전쟁으로 이끈 전쟁찬미담론을 밝히다
이 책은 와카쿠와 미도리의 (筑摩書房, 1997)을 완역한 것이다. 전쟁과 여성의 관계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의 목적은 전쟁시스템(전시체제) 안에서 여성이 어떤 역할을 담당해 왔는지, 또 그 역할에 여성대중을 동원하기 위해 국가 미디어가 어떻게 선전했는지를 밝혀냄으로써 전쟁이 ‘만들어낸’ ‘여성상’의 단면을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다.
이 책은 두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나는, 전쟁에 있어서 여성의 역할은 무엇인가 라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그 역할이 전시에 어떤 여성 이미지로 표현되었으며, 여성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고, 선전되고, 교화되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전시에 만들어진 여성상은 어떤 것이었는가’ 하는 테마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책은 서장과 제1장, 제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장에서는 서구 연구자들의 연구를 참고하면서 가부장제 시스템이 전쟁의 근본 원인임을 환기시킨다. 그러한 구조 속에서 여성은 권위에 순종하고 스스로의 역할에 유순하게, 때로는 열광적으로 따르는 것으로 전쟁시스템을 지탱하고, 보완하고, 유지하기 위한 불가결한 요소로 계속해서 기능해 왔음을 분석하고 있다.
제1장에서는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어머니’는 ‘낳고 기르는 존재’, ‘치유하는 존재’인 동시에 ‘치어리더’로서도 기능하고 있다. 또한 결혼과 임신, 출산과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에까지 개입하고 통제했던 모성정책, 군수 산업에 동원되었던 ‘여공’이나 ‘전시대리모’, ‘종군간호사’는 전시 비전투원으로서 여성이 담당했던 역할을 잘 보여 준다.
제2장에서는 일본 군부가 집요하게 동원했던 ‘모성’, ‘어머니’의 이미지를 풍부한 시각 자료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이들 이미지 속의 ‘어머니’는 ‘병사〓아들’을 향해 출정을 독려하고, 상처 입고 돌아 온 그들을 치유해 다시 전장으로 내보내는 잔혹한 일면을 노정하고 있지만, 그것은 여성도 나라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긍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는 여성이 ‘국민’이 되는 유일한 길이자, 전전 페미니스트들이 열망했던 ‘여성의 국민화’를 실현시키는 일이기도 했다.
이 책의 모두(冒頭)에는 어린아이를 품에 안고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젊은 어머니의 그림을 게재했다.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바로 전쟁이 여성들에게 부여한 최고의 이미지이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남성중심주의는 모성상 숭배를 최대한으로 이용했고 그것은 인간성의 핵심을 건드려 만인을 감동시켰다.
군사정권은 다양한 법률과 조직과 심리적 정책을 이용해 여성들을 전쟁에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깊게 여성들의 마음에 침투해 전쟁으로 향하게 했던 것은 문화가 만든 전쟁을 찬미하는 담론의 마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