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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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특징 1980년대 중반 화성군 연쇄 살인 사건을 소재로 다룬 <살인의 추억>은 살인과 범죄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엄밀히 말해, 추억에 관한 영화다. 근래의 한국 영화에서 1980년대를 추억하는 것은 새롭지 않다. <품행제로>에서 류승범은 ‘경아’와 ‘스잔’ 사이에서 갈등해야만 했고, 달동네의 해적은 친구를 위해 똥을 푸고 디스코까지 춰야만 했다(). ‘마이도’의 소년들은 대학의 꿈을 위해 복서로 변신하기도 했으며(<남자 태어나다>), 몽정을 시작한 소년들은 방자한 혈기를 주체하지 못해 철봉에 다리를 비벼대야 했다(<몽정기>). 최근 한국 영화에서 1980년대는 거대한 추억의 공간이다. 하지만 <살인의 추억>은 달콤한 의리와 낭만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은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의 추억, 진득진득하고 몸이 근질거리는 한마디로 기분 나쁜 추억이다. 지나간 과거는 쉽게 추억이 되기 마련이지만 한국 사회의 과거가 과연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추억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과거가 그만큼 고통스러웠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살인의 추억>은 추억의 어두운 이면, 진짜 추억을 추억하는 영화다.(중략) _<작품 해설>중에서 머리말 한국 영화의 웰메이드 시대 도래 2003년 한국시나리오선집 심사 총평 최근 한국 영화 천만 관객 시대를 열면서 한국 영화의 산업적인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 선집에 실린 시나리오들이 더욱더 의미 있게 여겨진다. 천만 관객 시대의 위상을 보증할 만한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데, 시나리오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고 기초적인 자료가 될 것이다. 시나리오 선집에 수록된 2003년도의 주요 작품들은 대중적인 반응과 비평적 반응을 동시에 끌어내면서 한국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이상 끌어올렸다. 2003년은 한국 영화에 대한 자긍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해였다. 10편의 수록작은 그 위상에 대한 토대다. 산업적인 위상을 뒷받침할 만한 든든한 배경은 ‘웰메이드(well-made)’라는 저널의 용어를 낳았다. 말 그대로 ‘잘 만들어진’이라는 뜻을 지닌 웰메이드라는 용어는 단순히 영화의 가치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웰메이드는 기획과 든든한 자본의 후원과 연출이 어우러져 탄생한 일종의 문화적인 합작품이라고 해야 옳다. 웰메이드가 도저한 작가의식이나 첨예한 사회인식을 담은 문제작에 다가갈 수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영화 예술의 한계를 품은 말로 폄하되어 사용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03년 한국 영화의 웰메이드는 누가 뭐래도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의 가능성을 열었다. 그 밑바탕에는 말 그대로 잘 만들어진 대중 영화를 지향하는 붐이 있었고, 웰메이드라는 용어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것을 반영하는 의미가 되었다. 이러한 붐의 밑바탕에는 관객들이 얼마나 적정한 수준 이상의 한국 영화에 목말라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부분도 있다. 그간 한국 영화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에 어울릴 만한 명품이 드물었다는 반증인 것이며, 2003년은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한 해로 기록될 만하다. 영화 관계자들은 2003년 흥행작들의 다수는 될 만한 영화가 된 한 해라고 입을 모은다. 흥행의 흐름과 대중적 욕망과 비평적인 감식안이 서로 어우러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도 2003년은 소중한 의미로 다가온다. 오랜만에 평론가의 선택과 관객의 기호가 합일을 이루는 진귀한 풍경도 목격되었다. 가벼운 트렌디 코미디와 거대 영화에 대한 야심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성급히 점쳐 보는 웰메이드 시대의 도래는 한국 영화의 한 단계 성숙을 증거하는 지표로 보인다. 그것은 분명 이상적인 완성이었다. <올드 보이>를 비롯해 <살인의 추억>, <장화 홍련> 등의 영화는 각기 다른 장르로 세련된 양식미를 깔고 관객과 만나는 데 성공했다. 꽉 짜인 영화적 구성을 갖추고 상대적으로 차별화된 형식미를 갖춘 이들 영화의 성공은 양식미에 민감하게 반응한 관객층의 확인과 더불어 기존 한국 영화의 편향된 장르 경향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영화계에 불어넣었다. 특정 장르는 계절과 어울리는 붐을 야기하기도 했다. 매년 여름 특수를 노렸던 공포 영화는 을 필두로 <거울 속으로>, <4인용 식탁>, <아카시아>, 등 다양한 지류로 뻗어나갔다. 특정 장르에만 기대 일방 통행하는 가운데 일희일비했던 충무로가 새로운 꼴을 갖춘 다양한 영화 장르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산업에 윤활유를 뿌린 격이 되었다.(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