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이데아와 특성 17
책 본연의 궁극성 23
경전의 백성들 27
끝나지 않을 책읽기 33
미간행 출판본 39
열린 책과 닫힌 책 45
서점의 향기 53
사유의 거래 59
책의 소재 63
옮긴이의 말 : 아름다운 관계, 책 67
책이 열리는 순간과 처소 / 조재룡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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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케 데 브륌 서점이 개점 20주년을 맞아 단골 고객들에게 감사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기획된 책이다. 현대 프랑스 철학자 장 뤽 낭시가 집필한 수많은 철학서와 에세이에 비해 그 소재가 소박하고, 다른 저서들에 비해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책과 서점에 대한 예찬론' 성격의 에세이지만, 단순 잡기식의 에세이만은 분명 아니다. 독자가 그의 철학적 관심사와 사유의 독자성을 파악하기에 앞서, 우선 이 에세이에서 '인간과 책'이라는 오래된 관계에 대한 낭시의 생각과 언어를 좀 더 순화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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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목차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이 책의 저자는 국내에도 『무위의 공동체』를 비롯하여 여러 권의 책을 펴낸 저명한 현대 프랑스 철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사유는 근본적으로 서양 철학사 연구를 바탕으로 하되, 세계의 의미 구축이라는 전통적인 연구 영역에 머무는 대신, 개별 존재들 간의 끊임없는 소통과 의미 부여에 주력한다.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가 그의 저서 『접촉, 장-뤽 낭시』(Le toucher, Jean-Luc Nancy, 2000)에서 잘 지적했듯이, 낭시의 사유는 궁극적이면서도 엄격하다. 다시 말하면 그의 사유는 형이상학적이라기보다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것에 기반을 두며 철학, 정치, 육체, 현대 예술 등 다양한 주제들과 유연하게 결합한다.
단순 잡기식의 에세이가 아닌 단아하면서도 고급한 성격의 ‘책과 서점에 대한 예찬론’
이 책은 낭시가 집필한 수많은 철학서와 에세이에 비해 그 소재가 소박하고, 다른 저서들에 비해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이 책은 원래 2004년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케 데 브륌(Quai des brumes) 서점이 개점 20주년을 맞아 단골 고객들에게 감사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책과 서점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기획한 것이다. 즉 ‘책과 서점에 대한 예찬론’ 성격의 에세이로 고급하면서도 단아한 성격의 책이다. 하지만 단순 잡기식의 에세이만은 분명 아니다. 독자가 그의 철학적 관심사와 사유의 독자성을 파악하기에 앞서, 우선 이 에세이에서 ‘인간과 책’이라는 오래된 관계에 대한 낭시의 생각과 언어를 좀 더 순화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내면의 독서와 개인의 독서를 가능케 한 인쇄술의 발명으로부터
낭시의 책에 대한 단상은 사실 인쇄술의 발명이 인류에게 끼친 지대한 영향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두 가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인쇄본은 독서의 방법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책이 인쇄본으로 대량 유통되기 이전에는 오랫동안 필사본이 낭송의 형식으로 읽혔다. 낭독은 수도원이나 학교에서의 공동체적 독서였음을 의미하는데, 인쇄본이 가져온 혁신적인 변화는 단지 책의 유통의 범위를 넓혀준 것 이상으로 내면의 독서, 개인의 독서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 있다. 15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활판 인쇄는 이처럼 유럽의 지성들이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예를 원전으로 읽고 새로운 개인적 해석을 내놓으며 지적 교류를 맺게 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당시의 유럽을 생각할 때, 인쇄본을 통한 지식의 교류는 경제적 이해관계로 맺어진 우리 현시대의 공동체보다 어쩌면 동기 부여 면에서 더 결집력이 강하고, 결과물에 대한 활발한 수용과 비평이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
독서는 열림과 닫힘 사이에서 무한히 다양한 방식으로 되풀이되는 ‘접촉’이자 ‘참여’
책 제목에 쓰인 프랑스어 ‘commerce’는 이 책에서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본뜻에 충실하자면, 그것은 상품의‘거래, 상업, 무역’이라는 뜻에 더 적합하겠지만, 실은 그보다 먼저 (프랑스에서는 13세기부터) 사람들 사이의 개인적 혹은 사회적 신분을 가리켰다. 이 의미에서 출발해 ‘생각의 교류, 관계, 소통, 만남과 공유’를 의미하는 단어로 통용되었다. 낭시가 제시한 ‘Commerce des pens?es’는 말하자면 ‘생각의 교류’, ‘사유를 통한 교제 혹은 관계’를 아우르는 ‘사유의 거래’를 의미한다. 책은 그 자체로 생각의 교류가 일어나는 장소이다. 책이 거래되는 서점은 사유를 통해 또 다른 관계가 맺어지는 장(場)이다. 따라서 사유의 교류와 그것으로 이루어진 관계는 일원적이거나 일방적이지 않다. 저자는 그가 읽은 수많은 독서의 결실을 글로 풀어내며 저자이기 이전에 독자임을 밝힌다. 그는 다른 독자들과 소통한다. 소통의 망은 무한히 넓다. 낭시가 이 책에서 여러 차례 강조하듯이, 독서는 열림과 닫힘 사이에서 무한히, 다양한 방식으로 되풀이되는 ‘접촉’이자 ‘참여’이다.
사상 면에서 볼 때, 낭시의 글에는 책과 서점에 대한 놀랍고도 인상적인 문구들이 즐비하다. 책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우리의 이름을 부른다. 책은 그 안에 “수천 개의 의미와 수천 개의 비밀”을 간직한다. 책에서는 향기가 난다. 그윽한 냄새가 밴 서점에 머무는 동안 우리의 온갖 감각들이 열려버린다. 서점은 만남의 장소이자 사람들 간의 통로이다. 결국 낭시가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정성을 들여야 하고 까다로운 수고까지 요구하는 책에 대한 혹은 책이 속한 세계에 대한 함의적이면서도 진솔한 이미지인 동시에 섬세하면서도 감동적이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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