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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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데토 크로체, 야콥 부르크하르트, 그리고 에곤 프리델! 에곤 프리델의 <근대문화사(Kulturgeschichte der Neuzeit)> 한국어판 드디어 출간 독일어판 1,600쪽 분량에 가까운 <근대문화사>는 출간되자마자 대중에게 폭발적 관심을 받았다. 당대에도 표현주의 작가 알프레트 되블린과 저널리스트 레오폴트 슈바르츠쉴트, 극작가 아르투어 슈니츨러 등의 추천을 받은 <근대문화사>는 수십 개 나라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흑사병 발병 시기인 1340년대부터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터지기까지 600여 년의 유럽 문화를 관통한다 “결단코 일어나지 말아야 했을 사건에 대해 상세히 묘사하는 것이 역사기술자의 과제일 뿐만 아니라 모든 현실 교양인의 천부적 권리이기도 하다.” -오스카 와일드 이 기념비적인 작품은 600여 년간 서구인이 겪은 문화적 부침의 역사를 섬세한 예술적·철학적 문화프리즘으로 그려낸다. 이 부침의 역사 속에는 예술과 종교, 정치와 혁명, 과학과 기술, 전쟁과 억압 등속의 거시적 문화 조류뿐만 아니라 음식·놀이·문학·철학·음악·춤·미술·의상·가발 등과 같은 미시적인 일상생활의 문화 조류도 포함된다. 저자 에곤 프리델이 <근대문화사>에서 역사를 보는 관점은 이전까지의 문화사(文化史) 책과 다르다.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나열하며 논지를 풀어가는, 백화점식 보고 형식이나 인과관계를 추적하는 기존의 논리적 역사기술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미학적·도덕적 성격이 짙다. 저자 에곤 프리델은 ‘문화사 기술방식’을 ‘사실의 설명적 보고’와 ‘사실 인과관계의 논리적 기술’ 및 ‘사실의 미학적·윤리적 기술’로 종래 방식대로 구분하면서도 이를 넘나들며 모두를 망라한 ‘융·복합적 기술방식’을 선택한다. 그렇지만 이야기 전체를 풀어가는 서술방식은 창조적인 ‘시학’ 내지는 문화적 ‘미학서’와 같은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미시적 문화 조류에 대한 섬세한 탐색 망탈리테의 역사, 이야기체 역사의 선구 ‘시대정신’이 어떻게 구체적인 ‘일상적 삶’으로 표현되는가 의·식·주의 스타일이 각 ‘시대정신’과 어떻게 만나는가 - 천재적인 딜레당트 에곤 프리델이 그린 정신적 의상(衣裳)의 역사(Seelische Kostumgeschichte) 에곤 프리델의 <근대문화사>의 강점은 무엇보다 미시적 문화 조류에 대한 탐색이 섬세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에 있다. 예컨대 큰 종 모양의 치마, 일명 ‘정절지킴이’로 불렸던 의상 라이프로크는 바로크의 형식적 화려함 속에 가려진 몰락의 추태를 나타내주기도 하지만 이 의상의 출현 때문에 파리와 같은 도시의 골목길이 넓혀지는 문화적 변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말하자면 미시적 문화와 거시적 문화의 변증법적 통일을 드러내주는 것이다. 에곤 프리델은 이 책에서 근대를 규정하는 수세기에 걸친 다양한 조류를 추적하며, 가장 중대한 정신적·정치적·사회적 발전 면모를 설명하면서 그때마다 결정적인 인물들을 뚜렷한 초상으로 그려낸다. 프리델의 문화프리즘을 통해 보면 위대한 인물과 시대정신은 상호 연관성을 지니면서도 마치 독립적인 듯한 변증법적 모순을 함축한다. 이의 압축된 표현이 바로 “천재는 시대의 산물이다”, “시대는 천재의 산물이다”, “천재와 시대는 공약수가 없다”는 식의 테제일 것이다. 루터, 라파엘로, 발렌슈타인과 구스타프 바사, 프리드리히 2세와 루이 14세, 펠리페 2세, 스피노자, 괴테, 칸트, 니체, 슈펭글러, 볼프, 고흐, 비스마르크, 프로이트, 빌헬름 2세 … 이들도 자신들의 삶에서 시대정신을 체현하고 있다. 한 시대는 그를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간 구체적인 인물의 삶을 통해 들여다 볼 필요가 있으며, 이는 시대정신을 구체적으로 생동감 있게 이해할 통로를 제공해 준다. 시대정신을 체현하는 이 테제의 핵심을 가로지르는 것이 그가 만든 개념인 ‘정신적 의상의 역사(Eine seelische Kostumgeschichte)’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시대정신’이 어떻게 구체적인 ‘일상’으로, 위대한 인물 개인의 삶으로 표현되는가, 의·식·주의 스타일이 각 ‘시대정신’과 어떻게 만나 그 시대의 생활형식(Lebensform)이 되는가를 서술하려 한 것이다. 그의 이러한 서술방식은 ‘두텁게 읽기, 다르게 읽기, 작은 것을 통해 읽기’ 등의 방법론으로 요약되는 망탈리테의 역사, 이야기체 역사를 앞선 업적이라 할 수 있다. “권력을 획득한 대(大)부르주아지가 즉물적으로, 현실적으로 재미없게, 그래서 따분하게, 그리고 꾸밈도 환상도 없이 처신하는 것도 일종의 의상인 셈이다. 금융자본가가 자신의 은행 집무실 바깥에서도 동물적인 성실함을 갖고 실용적으로 서민처럼 행하는 그 모든 것도 의상이며, 연기와 그을음을 먹고 살아가는 날품팔이, 마권(馬券) 장수, 외판원, 그리고 상인과 저널리스트들, 상품유통이나 정보수집의 어설픈 대리인들에게도 나름의 의상이 있었다.” -<근대문화사> 본문 중에서 반유대주의의 유대인, 에곤 프리델 <근대문화사> 또한 그 시대의 집단적 의식의 산물이다 “최상의 것은 병적인 것과 함께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노발리스 <근대문화사>에는 저자 프리델의 민족심리학이 반복적으로 비치기도 한다. 저자가 만일 유대인 출신 나치 희생자가 아니라 제국 문서실 일원이었다면 반유대주의의 선동으로 보일 부분도 있다. 그 자신 유대인이었던 프리델은 ‘유대인의 정신’에 대한 반감을 결코 감추지 않았다. 이는 유럽에 동화되려는 19세기 유대인들 사이에서 때때로 볼 수 있었던 ‘자기혐오’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치가 등장하자 그는, 프리델 선집에 「책임과 속죄(Schuld und Suhne)」를 후기로 쓴 헤르베르트 일리히(Heribert Illig)의 추측에 따르면, 자책감에 시달린 것 같다. 일리히는 이렇게 추단한다. “프리델은 히틀러의 등장에 공범 의식을 가진 것이 틀림없다! 그의 작품은 니체의 작품이 그랬듯 ‘위대한 독재자’에게 수많은 변명거리를 제공했다. 그는 이 사실을 알았다. 자신의 <근대문화사>를 ‘대단히 반근대적·반자본주의적·반기술적·반합리주의적인 작품, 한마디로 앵글로색슨계에 반하는 작품’으로 판정했었기에 …” 19세기 말~20세기 초 오스트리아 빈은 보수와 진보, 전통과 현대, 민족주의와 국제주의, 유대인의 활동과 반유대주의, 이 모든 모순적 요소가 뒤섞여 있었다. 이에 따라 에곤 프리델 역시 각 시대의 모든 요소가 뒤섞여 상쇄·절충되는 진통을 <근대문화사>에서 서술한다. 이는 그가 흑사병이 발생한 1348년을 근대의 시작으로 보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그의 ‘근대’는 보편적 파국에 따른 쇼크와 뒤이은 카오스 상태로 집단적 표상이 유동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헛되게도 이성은 편견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이성 자체가 세상을 지배하려 한다면 이성도 마찬가지로 편견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이폴리트 텐 에곤 프리델이 <근대문화사>로 들려주려 했던 ‘새로운 문화 이야기’는 근대 계몽의 당찬 기획을 실패로 본 1940년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관점을 그들보다 먼저 보여준다. 이는 <근대문화사>의 부제인 '유럽 영혼이 직면한 위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리델에게 근대화 과정은 위기였으며, ‘실재론(Realismus)’에 대한 ‘유명론(Nominalismus)’의 승리, 신에 대한 이성의 승리, ‘귀납적 인간(induktiver Mensch)’에 대한 ‘연역적 인간(deduktiver Mensch)’의 승리였다. ‘연역적 인간’의 승리는 ‘이성’에 복종하지 않는 모든 것을 단박에 ‘불량종자(mauvis gen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