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에 만족하면서도 외도를 꿈꾸는 이유”
“우리는 여전히 서로 사랑해요. 그런데…”
저자의 커플 상담실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은 이렇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 사랑해요. 그런데 섹스를 하지 않아요.” 커플들의 연령대가 다양한 만큼 핑계도 다양하다. 일이 너무 바빠서 피곤하다거나, 아이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다거나, 혹은 상대가 바람을 피웠다는 말도 나온다. 우리 주위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하지만 이들 중 서로에 대한 성적 열정 자체가 식었다고 단언하는 커플은 드물다. 그들은 부부 혹은 커플이라는 약속된 관계 속에서도 다시 뜨거워지기를 희망한다. 다만 방법을 모를 뿐이다. ‘잡은 물고기’에도 ‘먹이’를 줘야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가족과 하는 섹스는 근친상간 아닌가요?”
섹스리스(sexless) 커플의 증가는 국내에서도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확한 통계가 발표된 적은 없지만 부부들의 이혼사유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성격차이’가 아닌 ‘성적차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친밀감을 유지하기 위해 커플들은 성적 열정을 포기하지만, 그 이유로 결국은 친밀감마저 잃어버리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오래된 연인이나 출산을 경험한 부부들은 “가족과 하는 섹스는 근친상간”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흔히 한다. 이 말에는 친밀감을 위해 열정을 희생한 이들의 자포자기 심정이 담겨있다. 하지만 포기하기는 이르다. 저자는 익숙해진 내 짝을 유혹의 대상으로 되돌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일러준다.
“사랑을 위해 멀어져라”
친밀감과 성적 열정을 하나로 합치는 일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커플들이 사랑에 빠져 커플이 될 것을 약속하지만, 그 후 열정이 친밀감으로 서서히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열정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모험이 필요하다. 저자는 ‘안전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섹스’는 없다고 말한다. 지나치게 친밀해진 관계에서 일정한 거리두기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분리야 말로 결합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존재로 서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모험에는 당연히 용기가 필요하다. 친밀해지기 위해 들였던 노력을 멈추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서로가 여전히 정서적으로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시도다.
“외도를 꿈꾸는 사람들의 심리”
사람들이 바람을 피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성적 열정이 식어버린 결혼생활에 싫증이 나서일까? 저자가 외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새롭다. 외도를 부추기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지도 않는다. 저자는 외도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결혼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하지만 그러한 만족이 커플 주위를 맴도는 ‘제3자의 그림자’마저 없앨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제3의 존재를 없애려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법으로 인정하려 할 때 커플의 관계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또한 계획된 섹스의 즐거움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섹스를 위해 일정한 스케줄을 짜야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는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온다. 대신 커플 서로가 성적 열정을 되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한다는 뜻이다. 무엇이든 그렇지만 열정적 관계 역시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결국 저자는 섹스라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생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에로스를 다시 불러들이라고 속삭이고 있는 것이다.
[강동우, 백혜경 박사의 ‘추천의 글’ 요약]
“매너리즘에 빠진 부부들의 위한 도발적 제안”
이 책에는 결혼생활과 성에 대한 또 다른 관점의 다양하고 흥미로운 해석들이 있다. 부모를 따라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성장해서 8개 국어에 능통한 저자는 여러 다양한 문화 속에서의 가족 및 커플관계, 성에 대해 폭넓은 식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저자의 관점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하던 커플의 성에 대한 그것과 비교할 때 좀 색다른 느낌을 준다.
내 배우자의 좋은 모습만이 아니고 위험하고 원초적인 적나라한 모습을 보는 것이 진정한 친밀감이자 서로에 대한 이해라는 저자의 주장도 이채롭다. 서로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와 친밀감을 가진 커플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독립적이다. 성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서로의 성적 판타지를 포함해 원하는 것과 원치 않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의 친밀감이라면 이는 열정과 에로스를 자극할 수 있다. 열정-에로스는 거리를 두고 각 개인이 독립성을 보일 때 다시 살아난다. 서로의 요구와 욕망을 드러내는 것 또한 상대에 대한 진정한 신뢰 즉 친밀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저자는 매너리즘에 빠진 부부의 성생활에 불을 당겨줄 도발적인 제안을 한다. 저자가 부부간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으로 이야기하는 방법들은 필자들이 언론과 강연을 통해 늘 얘기 해왔던 성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성을 의무가 아닌 재미있는 놀이로 생각하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이 책이 한국의 독자들 뿐 만 아니라 한국의 부부와 성 문화에도 좋은 영향이 될 것이라 믿고 또 그렇게 되길 바란다. 어찌 보면 우리가 늘 얘기하고 있는 ‘가족과 어떻게’, ‘ 오누이 같은 부부’가 저자의 영역에서는 고스란히 ‘친구 같은 커플’이라는 말로 표현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을 두고 ‘서양 문화의 테두리 안에 있는 거야’라며 남의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디 이 좋은 글을 통해 남녀가, 부부가 행복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