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과 기업가정신’은 대한민국 경제성장사 뒤에 숨겨진 기업가들의 헌신과 노력을 다룬 책이다. 지난 50여 년 동안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경제의 주인공들에 대해 살피고, 그러한 성과를 이루기까지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해 상세히 풀었다.
기업과 기업가가 성장하면 대한민국도 성장한다
현대중공업 선각장에는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일이며,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될 수 있는 일이다’라는 구호가 걸려 있다. 1983년 2월 10일 삼성 반도체 회의에서 이병철은 “반도체사업은 국가적 견지에서 하는 것”이라고 공표했다. 과거 기업가들은 나라를 우선시하는 사업보국 정신으로 기업을 키웠고, 우리나라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했다. 그 결과 세계적 기업 삼성전자, 현대 등이 탄생했다.
한국경제는 1945년 해방 당시 35달러에 불과했던 국민소득이 2014년 2만 8,739달러를 기록할 만큼 놀랍게 성장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한국경제의 성장은 정부가 경제정책을 만들어 육성했지만, 그것을 실행한 주체는 기업, 기업인이었다.
기업가들은 일제하에 민족자본으로 기업을 일으켜 산업화의 봉화를 지폈다. 해방 후 그들은 ‘공업화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며 공업화의 길로 매진했다. 1980년대 우리나라의 중화학공업은 수출 중심으로 발전했고, 정부가 ‘작은 나라 큰 기업’이라는 전략으로 기업과 함께 경제를 이끌었다. 그 모든 움직임은 ‘기업가정신’이 동력이 되었다.
한국 기업가들은 독특한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며 기업을 키웠다. 일제하에서는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기업을 키웠으며, 한민족의 배움을 위해 학교를 설립하거나 장학금을 지급해 인재양성에 나섰다. 해방 후에는 사업을 통해 신생 조국을 부강한 나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하고자 애썼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현대 창업주 정주영, LG 창업주 구인회, 코오롱 창업주 이원만, 한진그룹의 조중훈, 기아의 김철호 등이 그러한 기업가들이다. 그들은 박정희 정부 시절, 외자도입형 공업화 전략, 보세가공무역, 중화학공업, 수출제일주의, 울산공업단지, 수출자유지역, 종합상사제도 등을 제안해 경제발전을 이끈 일등 공신이었다.
위대한 기업가를 배출하지 못하는 시대는 창조력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은 어떠한가? ‘창조경제’ ‘경제민주화’란 용어 아래 순환출자 금지, 일감 몰아주기 과세, 불공정 하도급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근무시간 축소, 통상임금 범위 확대, 집단소송제 등. 기업이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없도록 손발이 묶인 실정이다.
기업가정신은 한국경제가 가장 활발히 성장하던 시절, 정부의 주도하에 발현될 수 있었다. 오늘날 막연하게 기업인들에게 창조와 혁신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기업의 발전을 이루기 힘들다. 정책과 신념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때 기업이 성장하고 더불어 경제가 성장한다.
이 책은 과거 대한민국 기업가들이 한국경제와 산업발전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밝히고, 꺼져가는 기업가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또 온고지신의 마음으로 창업세대의 기업가정신을 통해 앞으로 우리 기업과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을 밝히고자 한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내용을 쭉 따라가다 보면, 한국경제사의 흐름이 보이고 그 안에 기업가들의 열정과 헌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장에서는 일제치하에서 근대 기업의 태동하기까지 민족자본을 결집해 어떻게 일본 상권과 경쟁하며 사업을 영위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2장에서는 해방 이후 6.25 전쟁 속에서 오늘날 대기업이 된 창업주들 정주영, 이병철, 구인회, 박두병 등이 어떤 기업가정신으로 어떻게 사업을 키웠는지 알 수 있다. 3장에서는 전쟁이 끝나고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정부가 경제개발계획 수립과 산업 발전을 꾀할 때, 기업가들이 수출주도형 공업화를 제안해 경제발전을 이루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4장에서는 경제발전의 일등 공신이었던 중화학공업을 창의력과 패기를 발휘해 이끌었던 사실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5장은 유교사상, 애국심, 사업보국 정신, 청교도 정신, 신용 정신, 사명감, 한국인에 대한 자부심 등 한국 특유의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기업가들의 정신을 만날 수 있다.
이제 한 나라의 국력은 군사력이 아니라 GE나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우량 기업을 몇 개 보유하고 있는가로 판가름 난다. ≪포춘≫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500대 기업에 몇 개의 기업이 있느냐는 그 나라의 경제력을 가늠하기 좋은 척도다. 2014년 우리나라 기업은 삼성전자, SK홀딩스,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17개사가 순위에 올랐지만, 2013년 6월에 한국 무역수지 흑자의 절반을 삼성전자가 기록한 만큼 삼성전자에 그 힘이 몰려있다. 여러 기업이 그 힘을 나눠 단단한 기반을 잡아야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나라가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 책에서 심도 있게 조명한 창업 1세대의 기업가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겨 현재의 대한민국 창업가, 기업가들이 성장의 동력으로 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