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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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일상이 만나는 순간, 익숙했던 공간이 완전히 낯선 곳으로 바뀐다! 공공장소에 불쑥 나타난 동시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은 『뜻밖의 미술』은 평범한 일상에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신선한 자극을 선사할 놀랍고 유쾌한 설치미술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자, 깜짝 놀랄 준비를 하시라! 현대 미술가들의 새로운 놀이터, 예측 불가의 미술 탐험이 시작된다! 지난 가을, 석촌호수가 커다란 욕조로 변신했다. 난데없이 등장한 거대 오리 인형 때문이다. 처음에는 오리 인형을 두고 “저것도 미술 작품이라고?”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터. 하지만 ‘러버덕’이라 불리는 이 오리 인형은 네덜란드 출신의 현대미술 작가 플로렌테인 호프만의 대표작으로, 이제는 11개국 20개 이상의 도시를 누비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완소’ 작품이 되었다. 뿐만 아니다. 건물 벽에 붙은 요상한 오두막, 쓰레기통의 화려한 변신, 두 줄기의 빛기둥으로 만든 기념비, 방 안을 떠도는 흰 구름, 아드리아 해를 항해하는 쓰레기 뗏목, 도시 속으로 들어온 알루미늄 빙산 등 예상치 못한 장소에 불현듯 나타나는 다양한 설치작품들이 속속 우리 일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정한 장소를 찾아가 돈을 내고 관람해야 하는 미술관이라는 프레임을 박차고 밖으로 나오는 현대미술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예술가들은 우리가 매일 지나다니는 공공장소를 새로운 캔버스로 삼고 대중과 적극적으로 만나고 교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여 그 일부가 되게 하고, 심지어 작품을 제작하는 데 참여하게 하는 등 ‘참여형 미술’을 실현해 내고 있다. 이러한 미술 경향은 예술이 어렵고 먼 존재라는 인식 자체를 바꿔놓기에 충분해 보인다. 예술과 관객의 보이지 않는 벽을 예술가 스스로가 부숴버림으로써 관객은 자유롭게 작품을 바라보고 향유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자기 안에 잠들어 있던 무한한 상상력을 일깨우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유로운 형식으로 관객과의 관계 맺기에 나선 작품들 덕분에 우리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적 장소를 새롭게 바라보고 공간의 존재감을 다시금 인식하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된다. 예술이 늘 어려울 필요는 없다.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진땀을 흘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자유롭게 바라보고 살펴보고 발견하면서 관계 맺는 것만이 전부인 작품도 있을 수 있다. 내 조각들은 현실을 바꾸지 않는다. 그것들은 이미 그곳에 있는 것을 드러내어 당신이 그 일부가 되게 할 뿐이다. -서문에서 “내가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그 공간을 바꿔내는 데 성공했다면, 그 작품은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작품은 출판물과 인터넷에서 계속 살아 있게 될 테니까.“ -플로렌테인 호프만 ‘러버덕’이 딱 한 달 동안만 우리 곁에 머물렀던 것처럼 이런 작품들은 대개 잠시 동안만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공 공간에 설치된 예술작품들은 바로 그런 점 때문에 한 개인이나 기관의 소유물이 아닌, 그것이 존재하는 짧은 시간 동안 그 공간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의 것이 된다. 이러한 예술의 형태는 지난 세기 예술이 갖는 관습적인 실내 작업의 개념에서 실험적 형식을 포함하는 넓은 범위의 예술 제작법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온 탓이다. 이러한 변화는 스튜디오나 갤러리를 넘어서 포괄적인 장소 개념의 발달로 이어졌고, 예술이 우리의 환경 조건을 반영하거나 거기에 도전하는 방법에 관한 인식은 장소특정적인 설치 작업의 발달로 이어졌다. 다만 이러한 장소특정적 예술은 현재의 견지에서 그 장소가 안고 있는 역사적 특징, 사회적 배경 등을 재고하게 만드는 한편, 일상 환경에 낯선 영역을 만들어냄으로써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예술가들은 작품의 지속가능성보다 작품을 통한 새로운 시각과 소통을 만들어내는 데 그 가치를 둔다. 그런 의미에서 『뜻밖의 미술』은 현대미술 작가 58개 팀의 찰나의 예술작품들을 지면으로나마 영원히 소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매력적이다. 더욱이 책 속에는 눈을 사로잡는 작품 사진과 함께 각 작품마다 작가 혹은 평론가의 작품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더불어 예술가 스스로 예술이 존재할 수 있는 곳의 경계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일시적이지만 대중과 호흡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서 동시대 미술작품들이 갖는 의미를 되새기고 예술을 좀 더 친근하게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고무 오리」가 석촌호수를 떠난 지 어느 덧 반년이 훌쩍 지났다. 초연한 표정의 노란 거대 오리 인형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