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2019 부커상, 2019 골드스미스상 후보작! 2020 페미나상 수상 작가 데버라 리비 장편 소설 “이런 거야, 제니퍼 모로. 우리는 젊고 어리석고 경솔했지만, 그래도 난 한순간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이런 거야, 솔 애들러. 너는 너무 무심하고 다른 데에 가 있곤 해서, 나로서는 너에게 가닿은 유일한 길이 카메라를 통하는 것이었어.” ▶ “시간을 휘고, 공간을 건너뛰며 사랑, 진실 그리고 ‘보고 있는 것’의 힘을 이야기한다. 철저히 사로잡히고 마는 이야기.” — 선데이 텔레그래프 ▶ “‘모든 것’은 그의 삶이자 우리의 삶이다. 그가 사랑했던, 그에게 좌절을 안긴 ‘모든 것’은 곧 상처 입은 한 인간의 부서진 기억에 비친 20세기 유럽의 역사이다.” — 가디언 데버라 리비는 영국 문단에서 앨리 스미스, 제이디 스미스만큼 차기작이 기대되는 작가이다. 여성의 자립적 삶과 글쓰기의 힘에 관한 그녀의 에세이 ‘생활 자서전 삼부작(Living Autobiography)’을 파이낸셜 타임즈는 “날카롭고 예리한 산문”으로 완성된 “강력하고 도발적인 회고록”으로 극찬했다. 삼부작 가운데 『알고 싶지 않은 것들』과 『살림 비용』은 국내에도 소설보다 먼저 소개되어, 일상을 지배하는 상투적 감정과 지리멸렬한 경험에서조차 놀라운 통찰을 증류하는 리비의 위트와 독특한 내러티브의 힘을 알렸다. 『핫 밀크(Hot Milk)』에 이어 국내 두 번째 소개되는 소설 『모든 것을 본 남자(The Man Who Saw Everything)』는 2019년 부커상과 골드스미스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다. ≪가디언≫은 이 소설을 “기억(memory)과 지각(perception), 과거와 현재의 다공성 경계(porous boundaries)에 대한 눈부신 고찰”이라고 평했다. ≪뉴욕타임스 북리뷰≫는 “정체성, 욕망, 변화하는 현실의 본질에 대한 두려움 없는 탐험”이라는 찬사를 남겼다. 여러 차원의 내러티브가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와 의미의 층위에서 수수께끼처럼 펼쳐지는 『모든 것을 본 남자』는 무엇이 우리를 삶의 끝에서도 끝내 놓아주지 않는가, 라는 물음을 붙들고 기묘할 정도로 정확하게 기억과 시간의 본질을 파고들며, 현대 영국 문학을 이끄는 가장 매력적인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데버라 리비의 명성을 한층 공고히 하는 작품이다. ■ 우리 젊음은 어떻게 됐어, 제니퍼? 1988년 9월, 스물여덟 살 가을, 런던의 애비 로드 앞에 서 있던 나(솔 애들러)는 자동차에 치여 가벼운 찰과상을 입는다. 사고를 내고 몹시 당황한 중년의 운전자 울프강은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는 나의 이름과 나이를 물어보는데, 스물여덟 살이라고 대답하는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어딘가 슬프다. 그는 나의 상태를 살피고 병원에 데려다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여자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그의 호의를 거절한다. 나는 사랑하는 제니퍼를 만나 그녀의 카메라 앞에 서야 한다. 하지만 예기치 않았던 자동차 사고를 당한 순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일들은 기묘하게 어긋나기 시작한다. 카메라에 담긴 나에게서 ‘숭고한 아름다움’을 본다고 말했던 제니퍼는 그날 나의 청혼을 받자마자 결별을 선언하고 떠난다. 나의 현재는 이미 한번 살았던 과거처럼 느껴지고, 나는 내 앞에 나타나는 사람들과 나에게 닥칠 미래를 보기 시작한다……. 작품의 출간 직후 《워터스톤즈(Waterstones)》와 가진 인터뷰에서 데버라 리비는 “『모든 것을 본 남자』는 30년 동안 길을 건너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소설은 주인공 솔 애들러가 1988년 런던의 애비 로드에서 길을 건너려던 순간 멈추지 않고 달려오는 자동차 때문에 넘어지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2016년 어느 날 그가 애비 로드를 건너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시작에서 끝으로 가는 동안 스물여덟 살 솔 애들러와 쉰여섯 살 솔 애들러의 내러티브가 교차되는데, 그 둘은 다른 공간 다른 시간 속에 병존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 공존하는 것 같기도 하다. 위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의 독특한 이야기 구조에 관한 질문에 리비는 “나는 『모든 것을 본 남자』에서 시간, 역사, 경험을 다루는 새로운 기법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과거는 항상 현재에 살아 있으며, 이것은 사실 우리 모두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새로움은 어떤 의도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그것을 요구할 때 탄생한다.”고 대답했다. 『모든 것을 본 남자』는 기억과 기억 속의 시간, 기억 속의 나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 ‘나는 누구였는가’를 묻는 이야기다. 뒤늦은 후회와 회고의 점철은 아니다. 기억하는 솔은 곧 기억 속의 솔이다. 어머니의 유품인 진주목걸이를 자기 몸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어린 솔, 열렬한 공산주의자인 동시에 완고한 가부장인 아버지의 신물 나는 간섭에 반항으로 날뛰는 솔, 서슬 퍼런 감시 속에서도 숨김없이 욕망을 드러낸 발터의 키스에 거침없이 응답하는 솔, 스탈린, 트로츠키, 마르크스, 브레히트, 빔 벤더스, 히틀러 유겐트와 에델바이스 해적단에 대해 열띤 이야기를 풀어내는 솔, 제니퍼의 때 이른 성공 앞에서 분노와 질투에 휩싸이는 솔, 아들이 죽어가는 날 낯선 여인과 충동적인 외도를 저지르는 솔, 치매 환자로 가득한 한밤의 병동에서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솔, 제니퍼의 은빛 머리를 부드럽게 빗겨주고 끌어안은 채 잠드는 솔, 그들 모두가 마지막으로 애비 로드를 건너가는 솔 안에 살아 있는 솔이다. 이것이 『모든 것을 본 남자』가 현재에 살아 있는 과거를,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삶을 재현하는 방식이다. ■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이 너무 많아, 제니퍼! 『모든 것을 본 남자』에는 주인공 솔이 경험하는 시간과 그것을 인식하는 방식 안에 수없이 많은 스포일러가 숨어 있다. 그것을 부주의하게 미리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이 작품의 줄거리 요약 대신 주요 구성 요소를 7개의 키워드로 정리해 본다. #솔 애들러: 키가 크고 가느다란 몸, 어깨까지 기른 검은 머리카락, 파란색 아이섀도와 진주목걸이가 어울리는 바이섹슈얼. 영국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시대, 1960~70년대 영국을 대표한 아이콘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외모다. 여자친구 제니퍼가 ‘숭고한 아름다움’ 그 자체라는 찬사를 바칠 만큼 매력적인 솔은 케임브리지 대학 역사학과에서 동유럽 공산주의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다. 솔은 제니퍼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플랫메이트에게도 한눈을 판다. 논문 보완을 위한 자료 수집 목적으로 훔볼트 대학을 방문한 동베를린에서는 그에게 배정된 통역사이자 감시자인 발터를 사랑하게 되고, 그의 여동생 루나와도 하룻밤을 보낸다. 데버라 리비는 “솔이 감정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무심하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과도 진정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하며,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에게 마음을 빼앗기면서도 그에게 두려움을 느낀다. 그를 갖고 싶지만 그를 결코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언젠가 솔의 귓가에 울렸던 속삭임이 그의 부유를 가장 잘 나타낸 말일지 모른다. “그가 아직 우리 곁에 있긴 하지만, 정말 우리 곁에 있었던 적이 있나?”(241쪽) #애비 로드: 『모든 것을 본 남자』는 애비 로드에서 시작해서 애비 로드에서 끝난다. 소설에도 배경 음악(BGM)이 있다면, 이 작품의 배경 음악은 비틀즈의 「애비 로드」 앨범 이외의 것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페니 레인(Penny Lane)」. 솔이 제복을 입은 간호사의 뒷모습을 보며 「페니 레인」의 가사와 스물여덟 살의 애비 로드를 떠올리는 장면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들렌이나 콩브레 성당의 종탑처럼 쓰이기도 한다. 솔은 동독에서 만난 발터의 여동생 루나와 시골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