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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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첫 번째 책 출간! 낮엔 약사 밤엔 소설가, 김희선의 첫 에세이 우주와 작은 약국 사이를 오가며 풀어놓은 환상적이고 내밀한 밤의 정담 “밤이 깊다. 아직 잠들지 못한 모든 이들이 행복하길.” 독자들의 폭발적 사랑을 받으며 한국 문학의 대표 시리즈로 자리잡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 소설선에 이어 에세이 선을 새롭게 론칭하게 되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2011년 등단한 이래, 기이한 상상력으로 똘똘 뭉친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대체 불가한 이야기꾼’으로 주목받은 소설가 김희선이다. 2021년 8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주간 현대문학>에 연재한 것을 묶은 이번 에세이집에는 낮엔 약사로, 밤엔 소설가로 활동하는 독특한 이력의 작가 김희선의 따뜻한 시선으로 빛을 밝히는 밤의 약국 이야기가 가득하다. 아픈 사람에게 약을 주듯 글로써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 그 일은 “작가 김희선이 그간 잘도 숨겨왔던 가장 강력한 패(이기호)”이며, 그의 이야기는 “뇌신처럼 활명수처럼 영혼의 밑바닥을 뒤흔든다.”(박훌륭) SF와 기담,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를 유영하며 <젊은작가상> <SF어워드>를 수상한 저자의 내공은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문강형준 평론가가 말했듯 그의 글에는 “환상 속에 실재가 있고, 사이언스 픽션 속에 리얼리즘이 있으며, 거대함 속에 사소함이 있다.” “잃어버린 복사카드 한 장으로 우주의 별을 그려내고, 약국으로 들어온 강아지 한 마리로부터 과거와 미래”를 읽어내며 “우주에서부터 시작해 작은 약국으로, 외계 생명체에서 시작해 저자에게로(이기호)”, 내밀한 자신의 이야기를 “상상과 현실의 씨실과 날실을 아주 솜씨 좋게(정보라) 엮어낸다. 지금처럼 편의점이 많지 않던 시절, 약국은 밤을 지키는 등대였다. 약사로 근무하면서 소설도 쓰는 저자는 밤의 약국에서 ‘세상의 작은 틈’을 본다. 불 꺼진 거리에서 혼자 불을 밝힌 약국은 단순히 약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어제의 불안과 오늘의 고단함에서 내일의 희망을 발견하게 함으로써 위로와 치유를 선사받는 장소이다. 그래서일까.『밤의 약국』은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향한 저자의 무한한 애정이 담겨 있다. 그리고 작가는 꿈꾼다. 무한한 꿈과 상상이 우주와 그 너머 다른 우주, 또 다른 우주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길. 그래서 이야기 역시 끝없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기를. “오늘 눈이 왔고 거리와 골목은 온통 회색이었다. 눈 쌓인 폐지와 박스를 보니, 아주 오래전 이곳에 살았던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도시엔 사라져가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다. 나는 그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싶다.” 저자가 글을 쓰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닐까? 사라져가는 도시의 이야기들. 거리의 풍경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의 이야기. 추상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있을 수 있는 그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저자는 춘천으로 이사 와서 그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약대에 입학한다. 입학 후 치른 첫 중간시험에서 약학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화학 시험을 완전히 망쳐버리지만, 지금은 약학을 공부한 것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라고 여긴다. 아픈 사람에게 약을 주는 일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 중에서 최고로 좋은 일이니까. 생명을 구해줄 영약이라도 되는 양 약봉지를 소중히 품에 안고 약국을 나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며 저자는 플라세보효과를 떠올린다. 마음이 뭔가를 강력히 믿는다면 뇌에서는 그러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 것과 비슷한 전기적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 말이다. 이 글은 꼭 행복해질 거라는 희망을 담은 작가의 이야기이자 그가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기엔 약학을 전공하다 보니 부딪히게 되는 자잘한 의학 관련 에피소드들, 반려동물 이야기, 책에 관한 이야기와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 꿈 이야기 등이 소복하게 담겨 있다. 그 안에는 사람과 삶에 대한 진정성과 세상의 온갖 사물을 투사하는 시선에 서린 감수성, 그것들은 때로 장난꾸러기 같은 천진함마저 묻어 있다. 무엇보다 책상 앞에 ‘즐거워지는 법’이라는 메모를 적어놓고 마음이 언짢을 때면 그 글자들을 찬찬히 읽어 내려간다는 그의 고백에서 그 글자들을 읽다 보면 정말로 즐거워진다니 그것이야말로 작가가 창작한 플라세보효과다. 그의 즐거워지는 비법 가운데 하나는 잘 말린 호프hop를 베개 속에 넣고 자는 일이다. 작가는 ‘잘 말린 호프’가 마치 희망(hope)을 잘 말리라는 것처럼 들린다고 털어놓는다. 어쩌면 저자는 약국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잘 말린 희망’을 한 아름 안겨주려 하지 않을까?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게 다 지금도―아마 앞으로도 영원히―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지금 이 순간, 이걸 쓰고 있고 누군가는 이것을 읽고 있는 동안에도 말이다.” _본문 중에서 지금 이 순간 지구상, 아니 우주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안테나를 세우는 작가. 그가 이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한 김희선의 기록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의 기록은 ‘잘 말린 희망’과 함께 빠져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