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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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이야기가 아니라 언제나 미완성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사랑의 문법……” 『애주가의 결심』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은모든의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두 번째 작품 “쾌적한 맛이 났다. 요란하고 뜨거운 충돌의 반대편에 위치한 듯한 맛이었다” 너와 내가 공존하기 위한 적당한 온도와 속도를 가늠해보는 일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시차 없이 접할 수 있는 기획이다. 그 두 번째 작품으로 은모든 작가의 『오프닝 건너뛰기』가 출간되었다.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으로 2018 한경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섬세하고 리드미컬한 문장으로 전하는 상실과 단절, 소통과 연대에 대한 공감력과 그 위무의 힘이 간단치 않았다”(전성태 소설가, 심사위원)는 심사평을 받으며 소외된 청춘들의 연대감으로 세상의 냉소를 눅이는 소설을 선보여왔다. 『오프닝 건너뛰기』는 우리 주변의 다양한 방식의 ‘관계’들에 관한 이야기다. 세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막 결혼한 부부이거나 연애하지 않고 살아가는 중이거나 이전의 연애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대의 문법이 바뀌어도 사랑과 연애 그리고 결혼을 둘러싼 문법은 좀처럼 바뀌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기존의 문법과 불화하며 여기저기서 충돌음”(작품 해설, 박혜진 문학평론가)을 낸다. 이 소설은 이렇듯 “요란하고 뜨거운 충돌”음 속에서 너와 내가 공존하기 위한 적당한 온도와 속도를 가늠해보고 있는 것이다. “따스함과 단순함. 그 두 가지가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것은 연애 시절부터 알고 있었다.” 서로의 위치를 저울질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조율해가는 관계의 방식 『오프닝 건너뛰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삼십대로, 취직, 연애와 결혼, 출산과 양육으로 이어지는 삼십대의 업무를 완수하지 못했거나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오프닝 건너뛰기」의 수미는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에서 온기를 느끼지만, 자신과 다른 경호의 생활 방식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한다. 결혼 생활의 ‘오프닝’을 건너뛰고 싶지만 수미는 “과일의 껍질을 벗기고 씨앗을 도려내듯 필요 없는 부분은 제거하고 원하는 부분만 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26쪽)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관계 속에서 자신이 견딜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쾌적한 한 잔」에서도 나타난다. 은우에게 연애라는 행위에 따른 일련의 과정은 기쁨이 아니라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다. 그에게 연애하지 않은 삶은 고통을 피하는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지만 그를 바라보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그의 삶은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쾌적한 맛이 났다. 요란하고 뜨거운 충돌의 반대편에 위치한 듯한 맛이었다. 크고 단단한 얼음이 뿜어내는 냉기에 중심을 내주어야만 성립하는 맛이기도 했다. 자신이 견뎌낼 수 있는 온도와 머물 수 있는 환경에 대해 가늠해보면서 은우는 기다란 유리잔 표면에 맺힌 물방울에 손끝을 가져다 댔다.(「쾌적한 한 잔」, 84쪽)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 보편적 이야기가 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아직 진행 중인 이야기 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연애하고 결혼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소설 속 인물들은 보편적 삶의 방식과 다른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증명해 보인다. 「앙코르」의 세영과 가람은 캄보디아 씨엠립 공항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여행을 하며 서로를 향해 호감으로 발전한다. 한때 사랑했던 연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성정체성을 받아들였으나 이후 바쁜 일상에 치여 오랫동안 연애를 하지 못한 세영과 지난 연인과의 결별에 대한 잔상을 떨쳐버리지 못한 가람은 ‘앙코르’라는 말의 뜻처럼 다시 사랑에 빠진다. 이처럼 『오프닝 건너뛰기』에서 작가는 비규범적이고 비규정적인 관계의 형태들을 그려냄으로써, 보편적 이야기가 되는 것에서 벗어나 제각각의 사연으로 자신만의 희소성을 드러낸다. 그렇게 세 편의 소설들은 다시, 또 다른 이야기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 트리플 시리즈 소개 [트리플]은 한국 단편소설의 현장을 마주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세 편의 소설이 한 권에 모이는 방식을 통해 작가는 일반적인 소설집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여러 흥미로운 시도들을 할 수 있으며 독자는 당대의 새로운 작가들을 시차 없이 접할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매력적인 세계를 가진 많은 작가들이 소개되어 ‘작가-작품-독자’의 아름다운 트리플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