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무의식적인 수학 연습이다. 음악을 하면서 무엇을 계산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
전 유럽을 열광시킨 장편소설‘10번 교향곡’ 출간!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을 소재로 한 소설이 출간되었다(세계사 刊, 2008년 9월 8일 발행). 베토벤 전문가이자 음악가로만 알려진, 작가 조셉 젤리네크는 베일에 싸인 채 한 권의 역작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소설은 그간의 식상함에서 탈피하여 ‘클래식 음악’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작가의 음악적 지식과 소설적 상상력으로 완벽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음악계의 콤플렉스로만 전해지던 ‘9번 교향곡의 저주’와, 스케치 악보로 남아 다른 음악가의 손에 의해 1악장만이 재구성된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특히 베토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음악계의 숨은 에피소드를 작품 속에 잘 버무려,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작품이다. 스페인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기염을 토한 이 작품은, 전 세계 10여 개국에 저작권이 판매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한국어판에는 <10번 교향곡> CD가 들어 있어(초판 한정본에 한함), 그 곡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다.
주요내용 “피로 물든 <10번 교향곡>”
스페인의 마드리드, 카를로스 4세 대학의 음악과 교수인 다니엘은 베토벤을 연구하는 음악 이론가이자 전문가로 베토벤에 대한 책을 집필중이다. 그는 학과장 두란 대신 백만장자 마라뇬의 저택에서 열리는 비밀 콘서트에 참석하게 된다. 그 날 밤, 그 저택에서 열리는 음악회는 존재한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아직 발견되지 않은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을 로널드 토마스라는 저명한 음악가가 부분적으로 발견된 악보들을 모아 완성시켜 처음으로 비밀리에 발표하는 자리였다. 10번 교향곡은 200년간 침묵에 묻혀 있었고, 그 악보가 베토벤의 자필 악보일 경우 그 가치가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치솟을 수도 있었다. 때문에 학과장 대신 참석하기는 했지만 다니엘은 사뭇 설레는 마음으로 그 연주회에 참석해 연주를 듣는다. 그런데 그가 들은 곡은 로널드 토마스가 완성한 게 아니라, 바로 베토벤 자체의 작품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곡이었다. 그는 로널드 토마스가 베토벤의 10번 교향곡 악보를 찾아내 수중에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한다. 그는 연주회가 끝난 후 로널드 토마스와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지만 로널드 토마스는 전화를 받고 급히 연주회장을 떠난다. 그리고는 다음 날 목이 잘려나간 로널드 토마스의 시신이 마드리드의 공원에서 발견된다. 시신은 목이 잘려진 채 발견되었으며, 머리는 며칠 후 그곳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다. 그런데 그 머리에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고, 머리카락을 검사해본 결과 그 문신은 음계가 그려진 ‘황제’의 악보였다. 다니엘과 경찰, 그리고 10번 교향곡을 탐내는 자들의 두뇌 싸움이 시작된다.
소설의 모티브 1 “9번 교향곡의 저주”
베토벤을 위시한 쟁쟁한 작곡가들이 교향곡 9번을 작곡한 후 사망하였다고 하여 9번 교향곡에 죽음의 저주가 내려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베토벤은 제9번 교향곡을 작곡한 후, 제10번 교향곡 스케치 작업을 하다 폐렴에 걸려 사망하였다. 슈베르트 역시 9번 교향곡을 작곡한 후에 사망하였다고 한다. 너무나 젊은 나이인 서른한 살에 사망한 슈베르트였기에 교향곡 제9번을 작곡하면 음악가들에게 저주가 내린다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구스타프 말러는 그 저주를 두려워하여 9번 교향곡을 작곡하는 것을 꺼려했었다. 그래서 말러는 제8번 교향곡(천인 교향곡)을 작곡한 뒤에 새로 작곡한 교향곡을 제9번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고 “대지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다. 말러는 대지의 노래 이후에 새로운 교향곡을 작곡하면서 아내인 알마에게 “원래 대지의 노래가 교향곡 9번이니까 지금 이 곡은 교향곡 10번이야. 그러니까 교향곡 9번의 저주는 이제 사라진 셈이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말러의 그 새로운 교향곡은 성악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기악곡이어서 다른 제목을 붙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 곡을 교향곡 제9번이라고 이름 붙인 말러는 안타깝게도 교향곡 제10번을 작곡하던 도중에 사망하였다. 드보르작 역시 교향곡 제9번까지 작곡한 뒤에 사망하였다. 드보르작의 제9번 교향곡은 너무나 유명한 “신세계 교향곡”이다.
소설의 모티브 2 “베토벤 10번 교향곡 E flat장조 Bia.838”
1844년 한때 베토벤의 비서이기도 했던 신들러(Schindler)가 베토벤이 끝내지 못한 10번째 교향곡의 스케치들이 있다고 주장한 이래로 거기에 관련된 실마리들이 많이 발견되었으나 흥미와 추측만 더할 뿐이었다. 베토벤이 그의 친구 K.홀츠에게 10번 교향곡의 1악장을 피아노로 연주해 들려준 사실이 있어, 그가 10번 교향곡을 작곡한 것은 확실하였으나, 원본이 분실되어 연구대상이 되어왔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1983년 스코틀랜드의 음악 이론가인 배리 쿠퍼(Barry Cooper)가 베를린의 국립 프러시아 문화재단 도서관에서 조그만 노트에 군데군데 빠져 있는 미완성 교향곡의 악보를 발견하게 된다. 악보는 약 8,000페이지 정도의 파일로 순서도 엉망으로 보관되어 있었고, 베토벤만이 알아 볼 수 있는 기호라든가 글로 표시되어 있어 음악화하기엔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5년간의 피나는 재구성 작업 끝에 완성하였다.
이 작품은 1988년 10월 18일 런던 로얄 리버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의해 런던에서 초연되었으며, 초연의 지휘를 맡은 발터 벨러는 “베토벤 후기의 조용함과 아름다움이 풍기는 전형적인 베토벤곡”이라고 평하고, 특히 이 곡이 베토벤의 교향곡에 흔치 않은 6/8박자를 사용한 점은 음악사적으로 연구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곡의 제시부는 E flat장조 안단테 2/4박자로 되어 아름답고 유연하며, 중반은 강렬하나 웅장함에 있어서는 교향곡 제9번보다는 덜하다. 한국에서는 1989년에 초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