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소설의 역사를 바꾼
가장 독특한 캐릭터의 탄생!
일본 대중문화의 저력은 폭넓은 다양성만큼 각 분야를 세부적으로 파헤치는 장인정신에서 나온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문학까지 그 어느 것 하나를 보더라도 그들이 갖춘 컬렉션은 일상의 범주를 모두 아우르는 동시에 그 기저의 세밀한 부분까지 서늘할 정도로 정확히 그리기에 다루는 분야와 소재마다 마니아에서 오타쿠까지 열광적인 지지자들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
‘경찰소설’ 역시 그런 맥락에서 태어난 일본만의 독특한 추리.미스터리의 한 장르이다. 단순히 사건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주인공의 캐릭터만 의식하는 게 아니라 경찰이라는 매력적인 직업이 갖고 있는 특수성과 그들만의 문화, 그리고 사건을 둘러싸고 경찰이라는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세밀히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이 갖고 있는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그런 만큼 원작이 드라마나 영화로 이어져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는 경우가 많다.
『은폐수사』 역시 일본 아사히 TV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었고 그 후속 소설인 『과단-은폐수사 2』까지 드라마 시리즈로 이어지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경찰소설’이다.
하지만 『은폐수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뻔한 형사물이나 수사물과는 확연히 다른 성격을 갖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초점을 사건수사가 아닌 경찰청 내 경찰 관료에게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사건현장이 아닌 경찰청 내부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국민을 상대로 하나의 공식적 입장을 표하기까지 내부에서는 어떤 암투가 벌어질까? 사건 자체가 경찰 내부를 혼란스럽게 만들 스캔들이라면 각 부서와 수장들은 어떤 식으로 보신하며 자기가 아닌 다른 희생양을 찾을까? 누군가는 도덕적 가책과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벌이지 않을까?
사건보다 더 흥미진진한 일들이 펼쳐지는 내밀한 상층부, 그리고 그 모든 배후의 진실을 알고 있지만 융통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주인공을 그린 이 책의 작가 곤노 빈은 경찰소설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극찬과 함께 2006년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현대 일본소설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아사다 지로는 “높은 완성도는 물론, 관료 시스템이나 법률 등에 대한 설명을 스토리에 위화감 없이 녹여낸 솜씨가 가히 명불허전”이라며 극찬했고, 마찬가지로 함께 심사를 맡았던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는 “주인공의 독특한 캐릭터. 이론 없이 만장일치로 결정한 수상작”이라 평했다.
철밥통 고위 경찰관료,
조직의 안위를 위해 연쇄살인사건에 뛰어들다!
도쿄대 출신, 국가공무원 1종 시험 합격자, 경찰 내 엘리트를 뜻하는 캐리어인 류자키 신야는 경찰청에서 언론사를 상대하는 요직을 맡고 있다. 그는 조직을 위해 희생하며 오로지 출세만을 위해 살아온 철저한 원칙주의자이지만 주변 사람과 가족들에게는 앞뒤가 꽉 막힌 별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중요한 보고 내용이라 여기고 새벽에도 고위 관료에게 전화를 하다가 지청구를 듣기도 하고 언제 급히 경찰청으로 들어갈지 모르기에 집 근처 가게를 갈 때도 정장을 입고 나가는 인물이다.
더구나 유명 사립대학에 합격한 아들에게 도쿄대가 아니니 다시 입시를 준비하라고 하며, 언제라도 국가 위기의 제일선에서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하고 있는 자신과 같은 공무원 덕에 국민들이 살아갈 수 있다고 자부하는 철저한 엘리트 의식을 가지고 있다. 보는 순간 정말 호감이 가지 않는 철밥통 고위 경찰관료라 할 수 있다.
경찰조직을 뒤흔든 대사건!
그 앞에는 보신에 급급한 상층부, 상부의 명령에 골머리를 앓는 현장 지휘관,
혼란에 빠진 수사본부만 있을 뿐!
그 모든 배후의 진실을 아는 단 한 명의 남자 류자키 신야.
하지만 그는 융통성 제로!
그런 그가 경찰조직을 뒤흔든 연쇄살인사건과 그 배후의 음모를 알게 되면서 극심한 혼란에 휩싸인다. 사건의 범인이 경찰 내부 인물과 연관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류자키는 이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언론의 공세에 대비해야 하며, 동시에 이해관계가 민감하게 부딪치는 경찰청, 경시청, 수사본부 사이에서 적절히 처신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의 경찰 내 인물이 밝혀지면서 경찰 조직은 패닉 상태에 빠지고, 은폐를 종용하는 압력은 더욱 거세진다. 언론을 상대로 적절한 타이밍에 제한된 정보만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어떤 거짓말도 해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그로서는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그런 와중에 아들이 입시 스트레스라는 핑계로 집 안에서 마약을 사용한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류자키는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하지만 자신 외에는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없다. 그런데도 그의 성격상 이미 경찰복을 벗을 준비부터 하고 있다. 그의 고민을 들은 가까운 동료가 오히려 어이없어 하지만, 어쨌든 류자키는 자신의 도덕성과 청렴을 훼손할 수 없다는 각오와 함께 결단을 내려야 할 처지에 처한다.
융통성이란곤 전혀 없이 원칙만을 중시하는 엘리트 국가 관료.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올라온 자리가 송두리째 날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조직의 와해를 막을 수도 있지만 공무원이란 사명을 가지고는 차마 용인할 수 없는 사태 앞에서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 자신만 눈을 질끈 감으면 아무 탈 없이 넘길 수 있는 가족의 불상사 앞에서 가장인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
원칙만으로는 수습할 수 없는 중대한 사태, 욕망과 의무의 갈림길 앞에 선 한 인간을 통해 조직의 생리를 해부한 통렬한 경찰소설이란 평을 받으며, 2006년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을 수상한 신新 경찰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