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강의

조주연
4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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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란 인간이 만들어낸 ‘기호’라는 가장 근본적인 사실에서 출발하여, 순수 미술의 탄생과 죽음으로 현대 미술 전체를 꿰뚫는다. 저자는 미술의 역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 이전의 시기에 언제나 세계를 ‘재현하는 기호’였던 미술이 더 이상 이런 기호이기를 거부했던 때를 현대 미술의 시발점으로 잡는다. 재현을 거부한다는 것은 현대 이전에 미술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현하는 기호로부터 재현을 거부하는 기호로의 이동은 현대의 전과 후를 가르는 미술사 전체의 기호학적 전환이다. 다음으로, 현대 미술사 내부의 기호학적 전환은 현대 미술의 독보적 성취인 순수 미술을 중심축으로 해서 제시한다. 이 책은 스탕달의 낭만주의 이론, 샤를 보들레르부터 클레멘트 그린버그에 이르는 모더니즘 이론, 페터 뷔르거부터 핼 포스터로 이어지는 아방가르드 이론, 그리고 프레더릭 제임슨, 로절린드 크라우스, 크레이그 오웬스 등의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따로 또 같이 조명하여 현대 미술의 미학적 기원과 전개의 구조가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드러나게 했다. 미술 이론을 익히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매우 충실하고 유익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미술의 주역은 또한 미술작품이며 미술가가 아니겠는가? 현대 미술의 전개가 유례없이 급진적이었던 만큼 이를 다룬 미술 이론들 또한 사고의 획기적 도약을 요한다. 이 쉽지 않은 독서의 여정 사이사이 안내판이 되어 혼란의 안개를 걷어낼 수 있도록 대표적인 미술가들의 활동과 그들의 역작도 함께 풍부하게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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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0.4초의 반란 서론: 현대 미술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갔는가? 1부 모더니즘 : 재현을 거부하는 순수 미술 1. 초기 모더니즘: 세계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미술 1_ 에두아르 마네: 고전주의의 내파 2_ 모네의 인상주의: 대상이 아니라 시각의 작용 3_ 후기 인상주의: 묘사에서 분리된 색과 선 2. 전성기 모더니즘: 세계와 단절한 순수 미술의 등장 1_ 재현 체계의 전복 1) 앙리 마티스: 선, 면, 색의 해방 2) 파블로 피카소: 형태의 파괴 2_ 미술의 기호학적 전환 1) 입체주의 콜라주: 도상에서 기호로 2)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연역적 추상 3)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 구성적 추상 3. 후기 모더니즘: 순수 미술의 영광과 몰락 1_ 폴록의 드립 페인팅: 회화적 추상 2_ 색면 회화와 착색 회화: 순수시각적 추상 2부 아방가르드 : 순수 미술을 거부하는 반예술 4. 전전 유럽의 아방가르드: 담론적 미술의 등장 1_ 취리히 다다: 무정부주의적 반예술 2_ 베를린 다다: 정치적 대항의 반예술 3_ 러시아 아방가르드: 구축과 생산을 향한 반예술 5. 전후 미국의 아방가르드: 담론적 미술의 복귀 1_ 전후 미국의 아방가르드에 대한 두 관점: 네오냐, 사후냐? 2_ 미니멀리즘: 미술과 사물 사이 3_ 팝: 실재와 시뮬라크럼 사이 3부 포스트모더니즘 : 반예술의 역설 혹은 곤경 6. 포스트미니멀리즘: 모더니즘의 대체? 1_ 과정 미술: 대상과 형태를 넘어서 2_ 신체 미술: 끝없이 애매한 매체 3_ 장소 특정적 미술: 조각의 확장과 분산 7. 포스트팝: 모더니즘의 해체? 1_ 개념 미술: 언어와 사진의 개입 2_ 제도 비판 미술: 결코 중립적이지 않은 미술 제도 3_ 차용 미술: 작품의 저작권과 소유권 결론: 순수 미술의 무덤 위에서 에필로그 주석 찾아보기

출판사 제공 책 소개

0.4초의 반란! * * * 세계를 재현하는 기호였던 3만년 미술의 역사를 깡그리 뒤엎어버린 현대 미술의 혁명 재현을 거부하는 기호로서 현대 미술이 펼쳐낸 모더니즘, 아방가르드, 포스트모더니즘의 미학적 모험 * * * 동굴벽화부터 신고전주의까지 미술의 전 역사를 부정한 ‘순수 미술’, 순수 미술을 다시 부정한 ‘반예술’, 순수 미술의 탄생과 죽음으로 현대 미술 전체를 꿰뚫은 역작! 현대 미술은 미술의 ‘상식’을 거스르기 때문에 어렵다. 세계의 모습을 아름답게 보여주기는커녕 도통 알아볼 수 없는 이미지를 만들거나, 뭔가를 보여주더라도 형편없게 또는 제멋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상식에 반하는 현대 미술을 설명해준다며 나서는 미학적 개념들은 더 어렵다. 모더니즘, 아방가르드, 포스트모더니즘은 현대 미술을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개념이지만, 그 각각이 난해할 뿐 아니라 서로의 관계는 더 난해하여, 안내자가 되기보다 진입 장벽이 되기 십상이다. 『현대미술 강의』는 미술이란 인간이 만들어낸 ‘기호’라는 가장 근본적인 사실에서 출발하여 이 난관을 돌파한다. 저자는 미술의 역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 이전의 시기에 언제나 세계를 ‘재현하는 기호’였던 미술이 더 이상 이런 기호이기를 거부했던 때를 현대 미술의 시발점으로 잡는다. 재현을 거부한다는 것은 현대 이전에 미술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현하는 기호로부터 재현을 거부하는 기호로의 이동은 현대의 전과 후를 가르는 미술사 전체의 기호학적 전환이다. 다음으로, 현대 미술사 내부의 기호학적 전환은 현대 미술의 독보적 성취인 순수 미술을 중심축으로 해서 제시한다. 낭만주의가 고전주의에 맞서면서 시작된 재현의 거부는 한 세기가 넘는 점진적 노력의 경주 끝에 세계를 미술에서 완전히 밀어낸 순수한 기호를 창조하는 데 성공한다. 이것이 바로 모더니즘이다. 그러나 순수 미술의 승리는 미술과 세계의 단절을 초래했으니, 여기서 생겨난 것이 반예술의 기치 아래 미술과 세계의 새로운 접속을 시도한 아방가르드다. 모더니즘의 순수한 기호는 완결되어 있다. 즉 기표(작품)와 기의(작가의 창조성)가 단단히 결합되어 있고, 이런 상태로 별천지, 즉 삶의 일상적 세계를 초월해 있는 순수한 예술의 세계에 존재한다. 아방가르드는 이런 미술의 위치를 다시 삶의 세계로 옮기려는 것인데, 그러려면 먼저 순수한 기호가 해체되어야 한다. 구성 대신 구축, 제작 대신 레디메이드, 완결성 대신 파편화 등 아방가르드는 순수한 기호를 분해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발전시켰으나, 1960년대까지도 모더니즘을 무너뜨리지 못하다가, 마침내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순수한 기호의 완전한 분해에 성공한다. 이것이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이다.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순수 미술은 여지없이 파괴되고, 미술은 과정과 신체와 장소의 담론으로, 또 개념과 제도와 차용의 담론으로 정신없이 흩어졌다. 재현을 거부하는 기호가 순수한 기호로 완성되었다가 각종 담론의 기호로 해체된 것을 한 세기 반에 달하는 현대 미술의 행로로 제시한 다음 저자는 묻는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이뤄낸 기호의 해체가 진정한 성공인가? 안타깝게도 절반의 성공만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게 저자의 답이다. 반예술의 궁극적 요점은 순수한 기호의 해체 자체가 아니라, 그 해체를 통한 미술과 세계의 새로운 접속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순수 미술의 무덤 위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 춘 해방의 춤은 성급한 것이었고, 기호의 껍데기, 즉 기표만 가지고 노는 물신 숭배의 막장으로 현대 미술은 끝나고 만다. 그러니, 현대 미술이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미술과 세계의 접속은 오늘날의 미술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이 책은 스탕달의 낭만주의 이론, 샤를 보들레르부터 클레멘트 그린버그에 이르는 모더니즘 이론, 페터 뷔르거부터 핼 포스터로 이어지는 아방가르드 이론, 그리고 프레더릭 제임슨, 로절린드 크라우스, 크레이그 오웬스 등의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따로 또 같이 조명하여 현대 미술의 미학적 기원과 전개의 구조가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드러나게 했다. 이 책은 미술 이론을 익히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매우 충실하고 유익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미술의 주역은 또한 미술작품이며 미술가가 아니겠는가? 현대 미술의 전개가 유례없이 급진적이었던 만큼 이를 다룬 미술 이론들 또한 사고의 획기적 도약을 요한다. 이 쉽지 않은 독서의 여정 사이사이 안내판이 되어 혼란의 안개를 걷어낼 수 있도록 대표적인 미술가들의 활동과 그들의 역작도 함께 풍부하게 수록했다. 순수 미술, 미술이라는 기호를 뒤흔들다 모더니즘, 아방가르드, 포스트모더니즘은 현대 미술을 호령한 세 가지 혁명적 움직임이다.『현대미술 강의』는 그 부제처럼 현대 미술의 이 찬란한 세 줄기를 ‘순수 미술의 탄생과 죽음’이라는 하나의 흐름 안에서 엮어낸다. 이러한 시도는 도전적이다. 순수 미술, 즉 모더니즘은 종종 아방가르드와 적대적인 것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 사후의 것으로 논의돼왔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저자는 ‘모더니즘’을 현대 미술의 주역으로, 또 현대 미술사의 세 혁명적 움직임을 아우를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는데, 이는 순수 미술이 모든 미적 혁명의 원천이며 시원인 데 있다. 순수 미술이 바꾼 것은 단순히 그림의 소재, 붓질의 방식, 선의 형태에 그치지 않는다. 순수 미술은 미술이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문제 삼아 미술 혹은 그림이라는 기호 자체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순수 미술은 그로 인해 미술의 판도를 그야말로 전복시킨 미학적 반란이자 미술사의 빅뱅이며 현대 미술의 시발점이 되었다. 저자는 이후 ‘순수 미술’이 일으킨 이 빅뱅의 자장 안에서 활동한 모든 미술을 현대 미술이라고 칭한다. 그렇다면 순수 미술이 뒤흔든 미술이란 어떤 것이었는가? 시기상으로는 낭만주의 태동 이전의 미술(흔히는 ‘고전 미술’) 그리고 더 정확히 정의하면 시기에 관계없이 세상의 재현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미술이 순수 미술의 공격 대상이다.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선사시대 사람들이 동굴 벽에 동물을 그린 데서 시작된 이 재현의 전통은, 오늘날 비록 사진이 더 강력히 뒷받침하고 있다 하나 여전히 현대 회화나 조각 속에 면면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앙드레 바쟁은 인간이 “존재의 육체적 외형을 고정시[켜]…… 존재를 시간의 물결에서 건져내고, 그리하여 영생의 언덕에 살게” 하기 위해서 그림을 그린다고 썼는데, 이 통찰이 설득력을 지니는 것은 물론이고 그 욕구가 매우 강렬했음은 분명하다. 사실상 3만 년 그림의 역사란 순수 미술의 맹아가 나타났던 19세기 중엽 이전까지는 줄곧 세계를 재현하고자 노력한 역사였고, 명암이며 원근법이며 하는 각종 기법은 2차원의 평면에 입체적인 3차원의 세계를 최대한 손실 없이 옮겨오기 위해 발달했다. 순수 미술은 이처럼 세상을 지시하고 세상과 자신을 일치시키기 위해 애쓰던 미술이 그 자신을 직시하도록 했는데, 여기서 모든 미학적 혁명이 시작되었다. 여기서 ‘그 자신’이란 구체적 물질인 미술이며, 회화를 기준으로 했을 때 2차원 사각의 평면에 물감 등의 재료를 덧발라 이루어지는 미술이다. 순수 미술 이전에는 세계를 재현하고자 하는 목적 때문에 미술이 그 자체로 갖는 특성, 그 평면성과 물질성 등이 억눌리고 의도적으로 무시되었다면(앞서 언급한 ‘원근법’ ‘명암’ 등이 그 예다), 순수 미술은 이 특성을 인지하고 부각하는 데서 시작해 종국에는 그 특성만으로 미를 창출하고자 시도했다. 물론 이 혁명은 점층적으로 전개되었으며 최초의 시도에서부터 세계의 재현을 아예 버릴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마네의 <올랭피아>나 모네의 은 당시에 그 전복적 성격으로 격렬한 반발을 샀으며 숱한 조롱의 대상이 되었으나 현대의 시각으로는 그다지 전복적이지 않다. 미술을 세계로부터 건져올리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되어, <올랭피아> 이후 모네의 인상주의, 마티스의 야수주의, 피카소의 입체주의를 거쳐 몬드리안에 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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