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45권의 고전을 통해 세계사의 현장으로 직접 뛰어들다 인류의 수천 년 역사 가운데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한 27가지 명장면을 불멸의 고전으로 생생하게 전한다! "역사는 재미있다."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를 증명하고자 기획된 이 책은, 도표나 연표식 정리 같은 지루한 통사식 서술을 지양하고,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의 『역사』, 로마사의 으뜸이라 할 만한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 중국 고대사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사마천의 『사기』, 혁명의 긴박감을 생생히 펼쳐 보이는 칼라일의 『프랑스 혁명사』 등 45권의 역사 고전에서 가려 뽑은 글들을 소개한다. 역사 속 결정적 장면을 때로는 장엄하게 때로는 섬세하게 묘사하고, 어지러운 사건과 인물들이 교차하는 가운데 핵심을 단번에 짚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대목들이 영어 텍스트와 함께 제공된다. 사건이 줄줄이 나열된 교과서식 역사책은 그만, 생생한 역사의 현장으로 직접 뛰어들어 볼까! 역사책은 정말 많고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역사책은 아무리 요령껏 정리하고 컬러 삽화를 잔뜩 곁들여도 왠지 모르게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피할 길이 없다. 근대 인류사 중에서 가장 의미 있는 사건 중 하나인 저 유명한 프랑스 혁명을 예로 들어 볼까. 국왕 루이 16세의 삼부회 소집에서부터 바스티유 함락, 국왕의 단두대 처형,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나폴레옹의 쿠데타, 뒤이은 몇 차례의 시민 혁명, 파리 코뮌 등으로 숨 가쁘게 이어지는 사건들이 죽 나열된다. 이런 식으로 프랑스 혁명의 전개 과정과 그 의미를 아무리 목청 높여 읊어 봤자 우리에게는 어디까지나 그저 200여 년 전 머나먼 유럽 땅에서 일어났던 낯선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다면 역사를 좀 더 실감나게 체험할 방법이 없을까? 『세계사 브런치』의 저자 정시몬이 제안하는 방법은 바로 불멸의 역사 고전을 직접 읽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수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역사의 현장으로 다가가, 짜릿한 흥분을 직접 만끽하게 된다. 다음 글을 한번 감상해 보자. 9시부터 아침 내내 사방에서 바스티유로 가자는 외침이 들렸다. (…) 정오쯤 [제헌 의회] 대의원 튀리오 드 라 로지에르(시민 측 협상 대표)는 경내 입장을 허락받고 들어가, 드 로네(바스티유 수비대장)가 항복할 의향이 있기는커녕 차라리 그곳을 폭파할 태세임을 알아차린다. (…) 도로 포장석 더미와 낡은 포탄이 쌓여 있고, 대포는 모두 적절히 조준되어 있다. 모든 총안(銃眼)마다 하나씩 놓인 대포가 다만 뒤쪽으로 약간 물러나 있을 뿐이다! 그러나 튀리오가 바깥을 내다보니, 수많은 군중이 계속 밀려들어 거리 구석구석까지 넘쳐 나고, 경종이 맹렬하게 울려 대며 온갖 북소리가 대중을 고동치게 하고, 생앙투안 구역 전체가 이편으로 일제히 밀려오고 있지 않은가! (…) 바스티유는 포위되었다! _ 본문 453쪽 일촉즉발의 긴박감을 낭만주의 특유의 유려한 필치로 묘사한 토머스 칼라일의 『프랑스 혁명사』 중 한 대목이다. 칼라일의 펜을 통해 우리는 프랑스 혁명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현장이었던 바스티유 요새의 안마당으로 직접 뛰어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역사 고전 외에도 중요한 역사적 순간에 등장한 다양한 장르의 기념비적 문헌을 함께 소개하며 그 시대의 분위기를 전달해 준다. 절대 왕권을 무너뜨리며 구체제를 뒤엎은 프랑스 혁명은 당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대사건이었다. 열광적으로 찬사를 보내는 이들이 있었던 반면, 우려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인물도 적지 않았다. 현대 보수주의의 원조로 일컬어지는 영국의 에드먼드 버크는 「프랑스 혁명에 대한 성찰」이라는 팸플릿에서 급진적인 혁명이 초래할 부작용을 예측하며 신중론을 전개했다. 한 종류의 권위가 약화되고 만사가 요동치는 가운데, 군 장교들은 당분간 불복종 상태에 머무르면서 심각한 내분에 휩싸이다가, 마침내 군인들을 회유할 줄 알며 진정한 지휘력을 갖춘 어떤 인기 있는 장군이 나타나 모든 이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을 것이다. 군대는 그의 개인적 능력 때문에 복종할 것이다. (…)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 순간, 군대를 실제로 통솔하는 인물이 바로 당신들의 주인-그대들 국왕의 (미천한) 주인, 의회의 주인, 공화국 전체의 주인-이다. _ 본문 459쪽 이 팸플릿이 발표된 1790년이면 아직 루이 16세가 단두대에서 처형되기는커녕 폐위되기도 전이었다. 버크는 놀랍게도 새로운 주인님, 바로 나폴레옹의 등극을 이미 10여 년 전에 족집게처럼 예언한 셈이다. 이후에도 나폴레옹의 실각과 부르봉 왕조의 부활, 1830년과 1848년의 민중 봉기 등으로 프랑스 정국은 쉴 새 없이 요동쳤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등장한 나폴레옹의 조카가 쿠데타를 통해 마침내 황제의 자리에 오르며 구체제가 복원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날마다 그 사랑하는 천사들을 향해 솟아오르는 저주의 물결을 신은 어찌하는 것인가? 요리와 술에 탐닉하는 폭군처럼 신은 우리의 끔찍한 독설이 달콤한 소리인 양 잠드는구나. 순교자와 고문받는 죄인들의 울부짖음은 단연코 매혹의 교향곡이라, 이 쾌락의 대가로 그토록 피가 흘렀음에도 천국은 아직도 만족할 줄 모르나니! _ 본문 468쪽 민중이 피로 일궈 낸 혁명의 과실이 정작 반혁명 집단에게 돌아가고 마는 기막힌 상황을 묵인하는 신이란 대체 뭐하는 존재란 말인가 하는 원망을 절절히 토해 내는 보들레르의 「성 베드로의 부인」이라는 시는 당시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이 느꼈을 크나큰 좌절감을 통렬히 전해 준다. 불멸의 고전 45권이 증언하는 시대의 정신 저자가 이 책에서 역사의 명장면을 이야기하면서 곁들이는 고전은 모두 45권이다.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가 오리엔트와 지중해 전역을 여행하면서 수집한 각 나라의 역사, 풍속, 지리 등을 상세히 전하는 『역사』, 로마사의 으뜸이라 할 만한 동시에 영어로 쓰인 가장 위대한 역사서 중 하나로 꼽히는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 사마천이 궁형(宮刑)의 치욕을 견뎌 내며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한 중국 고대사의 대작 『사기』 같은 널리 알려진 저작은 물론, 리턴 스트레이치의 『엘리자베스와 에식스』,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 아인하르트의 『샤를마뉴 일대기』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의 걸작들을 망라한다. 이 작품들은 물론 문헌학적 의미도 비할 데 없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하나같이 흥미진진한 요소들이 가득한 명작이다. 1649년 영국 내전에서 승리한 의회파가 재판을 통해 국왕 찰스 1세를 처형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진 후, 토머스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는 혼란상을 방지할 방안으로 '공동의 권력', 즉 왕권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면, 존 밀턴은 「국왕과 위정자의 재임권」이라는 정치 팸플릿을 통해 "각 개인이 왕을 상대로 자기를 방어하는 것이 합법적일진대, 도대체 똑같은 법이 한 국가나 인민 전체가 왕에게 정의를 행하는 것을 더욱더 정당화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국왕 살해의 정당성을 옹호함으로써 당시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던 청교도 세력의 순수성과 포부를 드러냈다. 서로 상반된 이 두 저작을 읽으면서 우리는 왕권이 무너지고 시민들이 힘을 길러 가던 격동기에 첨예하게 대립한 왕당파와 공화파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다.(본문 403~409쪽) 그 밖에도, 인도 무굴 왕조의 황제 샤 자한이 17세기에 저 화려한 타지 마할을 세울 당시 이미 영국은 동인도 회사를 통해 인도를 식민 지배하기 위한 초석을 다져 가고 있었다는 사실,(본문 519쪽) 한때 장서가 60만 권에 달했던 고대 지식의 보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에 의해 두 차례에 걸쳐 깡그리 파괴되었던 종말의 사례(본문 42~43쪽) 등은 영화보다, 소설보다 기묘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 기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