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아마존이 3년간 세금을 한 푼도 안 냈다고? 2012년 4월 4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영국 내 최대 온라인 소매점인 아마존 영국 법인이 지난 3년간 76억 파운드(약 8조 560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도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법인의 본사가 룩셈부르크에 있다는 이유로 매출에 대한 세금이 룩셈부르크 당국에 납부된 것이다. 아마존은 종업원 수가 134명인 룩셈부르크 법인이 65억 파운드의 매출을 올린 반면, 2265명이 일하는 영국 법인은 총 매출이 1억 4700만 파운드에 그친 것으로 신고했다. 만약 영국에서 세금을 냈다면 그 액수는 1억 파운드에 달했을 것이다. 이러한 사례가 비단 해외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2012년 4월 국세청은 삼성전자에 4700억 원 안팎의 세금 추징을 통보했다. 국세청은 해당 기업이 국외 특수 관계 법인과의 이전 거래를 통한 가격 조작으로 탈세를 했다는 입장이었고, 해당 기업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불복 움직임을 보였다. 기업 외에도 '선박왕' '구리왕' '완구왕' 등 개인 부호들의 역외 탈세 혐의 소식 또한 뉴스에 오르내린다. 다국적 기업이나 슈퍼리치들이 이 같은 절세와 탈세, 거래 조작 등의 마법을 부리는 주 무대는 조세 피난처다. 아마존에 위와 같은 기회를 제공한 룩셈부르크는 조세 피난처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국가다. 역외 시장은 한때 마약과 도박 등 조직범죄와 관련된 자금이 은밀히 거래되는 시장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마존과 같은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기업도 공개적으로 조세 피난처를 이용할 정도로 역외 시장을 거치는 자금 운용 방법은 보편화되었다. 국내 자산 순위 30대 그룹도 해외 조세 피난처에 167개 법인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역외 시장으로 자금을 돌리는 것을 단순히 기업들의 '절세' 전략으로만 봐야 할까? 아마존의 사례에서만 보더라도, 룩셈부르크는 세수가 증대되고 아마존은 납세액이 준 반면, 영국 세무 당국은 1억 파운드의 세수를 놓친 셈이다. 아마존은 룩셈부르크 법인보다 17배 많은 인원이 영국 법인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매출은 룩셈부르크에서 발생된 것으로 처리하고 영국 법인에서는 택배 발송 등 주문 처리를 위한 작업만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가 국가를 운영하며 투입해야 할 비용 측면에서 생각하면, 영국 정부가 놓친 1억 파운드의 세금은 영국 납세자들이 대신 충당하게 되는 셈이다. 조세 피난처는 조세 정의의 왜곡에만 관계되는 것은 아니다. 한 나라 안에서의 불평등한 부의 이전, 나아가 국제적으로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격차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조세 피난처에서 이루어지는 역외 거래가 현대 금융과 글로벌 부의 이동에서 중핵이 되어 가고 있다. 이 책 『보물섬: 절세에서 조세 피난처 탄생까지, 현대 금융 자본 100년 이면사』는 역외 거래의 주 무대인 조세 피난처의 실체를 한눈에 조망하는 책이다. 조세 피난처를 중심으로 본 역외 체제의 지난 100년 ― 조세 피난처, 글로벌 경제의 핵심이 되다 저자는 1997년 우연히 계획했던 가봉 취재 여행에서 엘프 사건과 맞닥뜨리게 된다. 엘프 사건은 프랑스 석유 회사 엘프 아키텐과 프랑스 정계 고위층, 가봉의 통치자 오마르 봉고를 연결하는 거대한 부패 시스템이 드러난 것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프랑스 수사 검사들은 서류상의 흔적을 쫓다가 가봉,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저지 등의 조세 피난처를 만날 때마다 사건의 실마리를 놓치게 된다. 조세 피난처라는 역외 세계의 거대한 비밀주의에 막혀 더 이상 이야기가 진전되지 못했던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빠져 나온 돈은 어디로 갔을까? 저자는 2005년이 돼서야 실마리를 잡게 되었다. 미국 정부가 해외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면세 혜택과 비밀주의를 제공해 자금을 유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듣게 된 것이다. 이는 곧 미국 정부의 글로벌 전략의 핵심이었으며, 바로 이와 같은 인센티브상의 조그마한 변화를 좇아 금융 자본이 전 세계를 흘러 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아프리카에서 빠져 나온 자본은 은행가와 변호사, 회계사 집단과 조세 피난처의 활약으로 유럽과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들 아프리카의 문제로만 볼 뿐 이를 가능하게 하는 그 이면의 시스템 자체를 보려고 하지 않았다. 저자는 범죄자들이 암약하고 있는 지하 세계와 금융 엘리트들, 외교 및 정보 기득권 세력과 다국적 기업들이 역외 체제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저자 니컬러스 섁슨의 추적과 취재에 의해 파악된 조세 피난처들은 지금 글로벌 경제의 중핵을 이루고 있다. 지배 엘리트 계급과 범죄자에게 환상적인 도피처이자 거대 금융 이권 세력의 더할 나위 없는 친구였던 조세 피난처는 글로벌 금융 위기의 핵심 요소다. 이 책은 조세 피난처를 중심으로 역외 체제의 지난 100년을 되짚어 보면서 이 체제가 전 세계에 걸쳐 끼친 해악을 드러낸다. 이는 곧 현대 금융 자본의 추악한 100년간의 이면사를 의미한다. # 조세 피난처란? 역외란? 이 책에서 말하는 '조세 피난처(tax haven)'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이 단어가 뜻하는 범위보다 훨씬 넓은 의미를 가진다. 우선 저자는 일반적으로 쓰는 '조세 피난처'라는 단어는 사실 잘못된 용어임을 꼬집는다. 조세 피난처들이 단순히 '조세 회피'만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비밀주의'도 가능하게 하고 세계인 대부분이 살고 있는 다른 주권 국가들의 법과 규정을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조세 피난처'와 '비밀주의 사법 체제(secrecy jurisdictions)'를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사법 체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세 피난처는 어떤 국가이거나 섬이거나, 미국의 경우와 같이 하나의 주일 수 있다.) 그리고 조세 피난처를 "개인이나 법인 들로 하여금 여타 국가의 규정, 법, 규제를 우회할 수 있게 정치적으로 안정된 편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유치하는 곳"으로 넓은 범위로 정의했다. 즉 조세 피난처는 '국외 거주자'를 대상으로 편의를 제공하며, 그 거주자 국가의 사법 권역의 바깥에 위치한 '역외(offshore)'의 공간이다. 따라서 '조세 피난처'는 '역외 비즈니스를 제공하는 사법 체제'를 의미한다. 조세 피난처 100년간의 연대기 이 책은 조세 피난처로 대표되는 역외 체제의 성장 과정을 연대순으로 돌아본다. 1장에서는 조세 피난처의 정의와 세계의 주요 조세 피난처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여기서 이루어지는 역외 거래의 구조와 수법을 살피고 그를 통해 역외 체제의 본질을 탐구한다. 2장에서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개척자 영국 베스티 형제의 이야기다. 1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영국이 자국민의 해외 소득에 대한 세금을 물리기 시작하면서 형제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파리에 신탁 회사를 설립하는 등 영국 세무 당국과 끊임없는 싸움을 전개한다. 3장에서는 '비밀 금고'로 유명한 유럽의 전통 역외 피난처 스위스를 다룬다. 스위스의 은행 비밀주의가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스로부터 유대인의 자금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되었다는 것은 신화에 불과할 뿐 근거가 전혀 없다. 오히려 스위스는 히틀러를 비롯한 추축국 수뇌부의 자산을 관리해 주는 금고 역할을 했다. 은행 비밀주의는 제국주의 강대국에 둘러싸인 스위스가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4장은 브레턴우즈 체제를 출범시킨 케인스가 '금융 자본의 국제적인 이동을 항구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을 이야기한다. 케인스는 개방된 국제 교역 세계를 원하면서도, 재화의 자유로운 이동은 금융 부문이 정부의 강력한 규제 하에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믿었다. 5장에서는 진정으로 현대의 역외 금융 체제가 시작되는 지점인 1950년대 후반 런던 유로마켓의 탄생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국은행이 주도한 유로마켓의 출범은 대처 총리의 금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