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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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빠지면 안 되지, 그거면 되지” 마음을 두드리는 다정하고 사려 깊은 목소리, 김금희 신작 짧은 소설집 “김금희의 시대가 올까. 적어도 지금 내가 가장 읽고 싶은 것은 그의 다음 소설이다(신형철 문학평론가)” “김금희는 오래 울고 있던 숱한 마음들을 불러내놓고는 이내 가만가만한 문장으로 그 면면을 어루만진다(박준 시인)” “단정하고 섬세한 문장과 예리한 시선으로 개성 있는 서사를 만들어내는 김금희는 오늘 한국소설의 젊은 성좌 가운데서도 가장 빛나는 별들 중 하나다(염무웅 문학평론가)”. 김금희의 시대를 예감했던 것은 비단 2014년 첫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로 신동엽문학상을 받고, 2016년 「너무 한낮의 연애」로 젊은작가상 대상을, 이듬해 「체스의 모든 것」으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해온 성취 때문만은 아니다. 그만의 행보로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실감 있게 꾸려내는 젊은 작가의 설득력에 대한 근본적인 기대와 신뢰였다. 2018년 첫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을 발표하며 그 기대에 답한 김금희 작가가 이번에는 특유의 다정하고 사려 깊은 목소리로 우리가 오랫동안 읽고 싶었고 지금 필요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짧은 소설이라는 장르에 최적화된 유머와 감성, 이야기의 속성을 잘 알고 그것을 독자에게 정성껏 감화시킬 줄 아는 탁월한 재능은, 다른 차원의 기대감을 선물한다. 어느 시대와 세대와 시절을 거친 우리의 수치, 죄책감, 미안함, 그리움, 외로움 등 미세한 감정의 결을 어루만지며, 그때를 관통하는 그 누군가를 호명한다. 그는 “실패한 농담이 상대에게 주었을 모욕에 대해 밤길을 걸으며 사과하고 싶어 하던 사람, 다른 어떤 말보다 사람을 보고 온다, 라는 말을 수면 위의 파문처럼 마음을 울려 받아들이던 사람”(「류, 내가 아는 사람」)일 수도 있으며, 한없이 보류되고 유예되는 ‘취급 주의’ 청춘들일 수도 있다. 사랑이 식어가는 연인을 바라보며 이별을 예감하는 한 여성일 수도, 가족을 상실한 뒤 뒤늦게 그리움을 실감한 남성일 수도 있다. 혼자서 울고 난 뒤 맞는 도시의 무수한 아침 가운데의 누군가, 불행을 체념도 외면도 아닌 인생의 스릴로 여기는 이, 슬픔만을 준 어른에 대한 기억에서 성인이 되어도 놓여나지 못하는 영원한 소년 소녀의 이야기 등 19편의 짧은 소설에는 저마다 “특별하고 생동감 있고 따뜻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 박완서의 『세 가지 소원』, 정이현의 『말하자면 좋은 사람』, 이기호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김숨의 『너는 너로 살고 있니』, 이승우의 『만든 눈물 참은 눈물』에 이은 마음산책 짧은 소설 시리즈 여섯 번째인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에는 이렇듯 다양한 “당신들”의 삶의 무늬가 감각적으로 수놓아져 있다. 또한 이 책은 특유의 색감과 이야기가 있는 그림으로 많은 팬을 거느린 일러스트레이터 곽명주의 그림을 배치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살아 있는 14컷의 그림은 자체로 책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나는 사랑에는 그런 무한정의 투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사랑, 우정, 청춘, 노동 그리고 행복,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이야기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는 지금 시대를 포착하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날카로운 인물군이 등장한다. 어느 날 집을 나간 ‘공시생’ 남수를 찾는 여자친구의 이야기 「17/24」에는 ‘사람 취급’을 받고 싶은 청춘의 모습이 드러난다. 미래의 행복에 저당 잡힌 채 도서관에서 “먹고 하고 싸고 피우다가 누고 다시 하고 지쳐” 집으로 가는 하루하루를 반복하는 남수가 돌아와 앉을 의자를 챙기는 ‘나’의 모습은 자못 애틋하다. 남수는 언제나 배고파 했고 언제나 먹고 싶어 했다. 은지가 그러면 너 정말 돼지 된다고, 사람이 돼지가 되면 도무지 사람 취급을 받을 수가 없다고, 사람이 안 되는 건 괜찮지만 취급을 못 받는 건 너무 괴로운 일이라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우리는 아직 서른도 안 됐는데. 기다려지는 서른 살, 안정이 찾아왔어요 서른 살, 아홉수를 넘었어요 서른 살, 뭐라도 되어 있을 것 같았어요 서른 살. 서른 살이 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취급에 주의해야 했다. _「17/24」에서 ‘희소한 영 자매’로 불렸던 세 친구의 우정은 시간에 풍화되고 있다. 그토록 오랜 시간을 함께했으면서도 지금 처지가 ‘사는 문제’에 결부되며, 우정을 자축해 떠난 일본 여행에서 각자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는다. 그럼에도 공유해온 추억이 가득하기에 그들의 우정이 부디 현실의 시간에 지지 말기를 응원하게 된다. 다행히 셋은 그런 일이 있더라도 어느 밤 불쑥 만나 한강을 향해 걷는다거나, 대학 시절부터 다녔던 식당을 간다거나, 이제는 찍는 사람도 별로 없는 스티커 사진 부스에서 시간을 보낸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허물었다. 하지만 그렇게 이 특별하고 희소한 우정을 유지하려 해도 솔직히 늙고 있는 느낌이었다. 사람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마음도 그렇게 시간에 의해 변형된다는 것이 나이가 들수록 실감이 났다. _「규카쓰를 먹을래」에서 눈치 꽝, 타이밍 제로인 선배의 실연을 계기로 역시나 실연한 ‘나’는 우연히 만나 대학 시절 ‘김 강사’ 이야기를 나눈다. 열정의 비판적 지식인이었던 그에 대한 추억은 우리가 함께 거쳤던 부당한 시절을 견디고 “괜찮아질 때”를 기다리게 하는 힘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문득문득 하는 생각, 대체 지하철의 이 빈 공간들이 어떻게 지상의 압력을 견디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 빈 공간이 견디는 것이 아니라 지상이 빈 공간을 견디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견디고 있어야 이 도시라는 일상의 세계가 유지되는 것이고. 각별히 애정한, 마음을 준 누군가 우리 일상에서 빠져나갔을 때, 남은 고통이 상대와 유리된 오로지 내 것이 되면서 그 상실감을 견뎌내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상대 역시 견뎌야 완전한 이별이 가능한 것처럼. _「우리가 헤이, 라고 부를 때」에서 이렇듯 작가의 마음속에 처음 들어와 “헤이, 라고 스스로의 존재를 각인시켰던 그 눈부신 순간에 대한 감각”은 19편의 모든 이야기에서 반짝인다. 이 이야기를 통해 “한 인간의 삶에 대한 적절한 격려와 존중”을 읽을 수 있다. 그러므로 당신들이 괜찮다면 나는 아주 오랫동안 당신들에 대해 생각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야기는 계속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자주 만났다가 헤어지며 그리워도 하겠지만 끝내 서로를 다 이해하지는 못할 거라고. 하지만 그렇게 거듭되는 재회와 헤어짐 속에서도 당신들이 처음 내 마음속에 들어와 헤이, 라고 스스로의 존재를 각인시켰던 그 눈부신 순간에 대한 감각은 잃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떠난 사람들이 우리에게서 차마 가져가지 못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다정함을 주었던 사람이라면 마땅히 차지해야 할 오롯한 빛이니까. -「작가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