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로만 이루어진 유토피아를 그린 장편소설 『허랜드』는 1915년에 길먼이 《포러너》에 연재한 작품이다. 생전에 길먼의 문학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1973년 「누런 벽지」가 대중에게 소개되어 재조명받은 이후 관심이 고조되면서 또 다른 대표작 『허랜드』 역시 1979년에 단행본으로 정식 발간되며 ‘새로이 발굴된’ 페미니즘 고전의 반열에 오른다.
가부장제의 모순에 대한 비판, 고정된 성 역할의 거부, 모성과 교육에 관한 이상주의적 비전, 여성의 경제적·사회적 독립 등의 주제를 담아낸 『허랜드』의 유토피아는 길먼이 해 온 모든 주장이 실현된 공간이다. 이 같은 길먼의 페미니즘적 상상력은 이후 성별 권력이 반전된 사회를 그린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이갈리아의 딸들』을 비롯해, 도리스 레싱, 어슐러 르 귄 등 많은 작가들의 작품에 영향을 미쳤으며, ‘여자들만의 세상’을 그린 수많은 유토피아 픽션에도 영감을 불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