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여름의 포스터

부서진 여름

이정명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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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명 장편소설
이정명 · 2021 · 소설
372p
《뿌리 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별을 스치는 바람》 등 굵직한 소재를 소설적 상상력에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들로 한국형 팩션의 새 지평을 연 이정명의 신작 장편소설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탁월한 심리묘사와 치밀하게 구성된 서사, 극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전개, 이정명만의 뛰어난 가독성을 담보하는 신작은 거짓말과 오해가 인간의 삶에 개입해, 행복하고 단란했던 가정을 무너뜨리고 그들의 삶을 어떻게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지를 세 남녀의 비틀린 운명을 통해 그려낸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진실과 거짓, 사랑과 증오, 의지와 운명…… 우연이라는 삶의 불가해한 힘 앞에 무너져내린 그녀의 복수가 시작된다! 이정명의 신작 장편소설 《부서진 여름》 《뿌리 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별을 스치는 바람》 등 굵직한 소재를 소설적 상상력에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들로 한국형 팩션의 새 지평을 연 이정명의 신작 장편소설 《부서진 여름》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탁월한 심리묘사와 치밀하게 구성된 서사, 극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전개, 이정명만의 뛰어난 가독성을 담보하는 신작 《부서진 여름》은 거짓말과 오해가 인간의 삶에 개입해, 행복하고 단란했던 가정을 무너뜨리고 그들의 삶을 어떻게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지를 세 남녀의 비틀린 운명을 통해 그려낸다. 어느 지방도시의 18세 여고생 살인사건으로 인해 사슬처럼 얽혀 들어가는 세 남녀의 착각과 오해. 진실을 오해하고 드러난 사실을 거짓으로 착각해 벌어지는 징벌과 복수. 세 남녀를 통해 소설은 운명처럼 파괴된 시간은 쉽게 돌이킬 수 없다는 삶의 완곡한 진실을 보여준다. 또한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진실이 인간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남기는지 반추하며, 삶을 지탱하는 착각과 오해 그 위태로움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묻는다. 성공의 절정에 이른 그날 아침, 아내가 사라졌다! 그날은 자신의 생일이자 최고 경매가를 기록한 날이었다. 성공한 화가로 이름난 한조의 마흔네 살의 첫 아침,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아내가 온데간데없다. 집 안은 평소와 다른 정적만이 가득했다. TV소리도, 주방을 오가는 아내의 발소리도 찻잔이 달각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래 집을 비울 사람이 세심하게 갈무리한 집처럼 거실과 주방은 깨끗하다. 아내의 소형차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집을 비운 것도 아니고 곧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전화기는 꺼져 있고, 단골가게를 들러 봐도 가게 주인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행방을 몰랐다. 완벽한 하루, 성공의 절정에 이른 그날, 아내가 사라졌다. 그를 떠난 건지, 버린 건지, 도망친 것인지 한조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아내가 지내던 작업실, 작업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두툼한 서류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아내가 쓴 소설이었다. “A4용지 40쪽 분량의 글은 어떤 소설에서 발췌한 일부분으로 보였다. 열여덟 살 여고생과 마흔 줄에 접어든 유명화가의 사적인 관계를 그렸는데 조숙한 소녀의 사랑과 자기중심적인 화가의 배신을 화가 아내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었다.(…)아내는 그토록 오래 남들에게 감추어온 그의 삶을 통째로 알았다. 그의 현재뿐 아니라 감춰진 과거도, 최고의 영광뿐 아니라 최악의 모습도, 점잖은 겉모습뿐 아니라 구역질 나는 내면까지도.” ―본문 21쪽~25쪽 아내의 소설은 한조를 25년 전 여름으로 데려가주었다. 강변에서 죽은 사람을 본 그해 여름. 적벽돌 장식이 투명하게 빛나는 주택, 고풍스런 나무 창틀과 웅장한 포치 앞에 펼쳐진 넓은 정원. 한 세기 동안 언덕을 지켜온 하워드 주택, 또 그 아래 작은 멜컴 주택은 한조 가족들이 살던 집이었다. 관리주임이었던 아버지, 하워드 주택에서 일하는 어머니, 그리고 형인 수인. 25년 전 여름은 하워드 주택으로 이사온 지수 가족과의 만남이 전부였고 지수의 여동생 해리, 그리고 자산가인 지수의 부모와 겪은 ‘그 일’이 떠올랐다. 한조는 아내의 소설에서 자신의 그 여름을 떠올렸다. 한조의 유년기를 뒤덮은 하워드 주택. 25년 전에 일어났던 ‘그 일’에 대해 한조는 아무렇지 않게 대면할 용기가 없었음을, 지금까지 미루어왔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화려한 하워드 주택과 볼품없는 맬컴 주택은 더할 바 없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이웃이었지만 두 가족을 구분 짓는 은밀한 경계는 존재했다. 더없이 친밀한 이웃이라는 관계를 한 꺼풀 벗기면 거기에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이라는 냉혹한 구조가 도사리고 있었다. 부자와 빈자, 윤택한 자와 누추한 자, 기회를 가진 자와 소외된 자, 섬기는 자와 섬김을 받는 자로 환원되는 비정한 계급체계. 한가족처럼 매일 함께 어울려도 그들은 가족이 아니었다. 하워드 주택은 맬컴 주택 사람들이 꿈꿀 수는 있어도 가질 수 없는 대상, 바라보긴 해도 다가가지 못할 영역이었다.” ―본문 35쪽 두 가족의 구성원이 비슷했다. 부모가 있고 두 자녀가 있었다. 하워드 주택에서는 자매가, 멜컴 주택에서는 한조와 그의 형인 수인이 있었다. 한조와 지수는 동갑이었고 수인은 공부를 잘해 함께 공부를 봐주곤 했다. 가족들끼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었지만 멀리서 봤을 때에는 좋은 이웃처럼 보이곤 했다. 어느 날이었다. 금융위기로 인한 구제금융 이후 기업의 구조조정 같은 우울한 뉴스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평소 귀가 시간이 8시를 넘긴 일이 없던 지수가 9시뉴스가 끝나도록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하워드 주택의 부모들은 밤 10시가 넘자 지수의 친구들과 학원 강사와 학교 담임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수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맬컴 주택 남자들이 한밤중에 달려나와 사냥을 하는 개들처럼 어둠 속으로 흩어졌다. 새벽이 가까워질 무렵 돌아온 그들은 모두 빈손이었고, 누구도 지수를 발견하지 못했다. “유력인사의 딸에게 닥친 의문의 죽음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그만이었다. 참혹한 사건이 정치를 꿈꾸는 희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불순한 추측과 완벽해 보이던 가족에게 닥친 불운에 대한 호기심 어린 동정이 난무했다. 몰려든 기자들의 과도한 취재 경쟁으로 지수의 성적표가 공개되었고 하워드 주택 소개 기사에 한조의 그림이 게재되었다.” ―본문 78쪽~79쪽 사람들의 시선은 하워드 주택 안에 걸린, 주택의 전경 속 지수의 실루엣을 그렸던 한조로 향했다. 지수의 죽음에 어떤 관련이 있을 거라는 소문이었다. 평소 한조의 모델이 되어주곤 했던 지수였고, 한조가 지수를 좋아했었다는 말이 돌고 돌아 범죄의 가능성으로 귀결되었다. 한조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했으나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랐다. 형 수인은 한조에게 지수의 실종 시간 알리바이에 대해 입을 맞추자고 제안했다. 그건 거짓말이었지만 그 둘에게 사람들의 시선을 비껴가게 할 일종의 약속이자 최후의 방어였다. 하지만, 의외의 물건에서 사건의 실마리가 불거졌다. 한조의 아버지가 찍은 지수의 사진. 수문교 난간에 기대어 웃고 있는 지수의 얼굴. 철제 난간의 가로 살대에 허리를 기댄 그녀의 어깨 너머로 잔잔한 수면이 반짝이고 있었다. 형사들은 그 사진에 주목했다. 급격하게 용의자는 한조에서 한조의 아버지 이진만에게로 향했고, 급기야 영장을 발부받아 이진만의 작업실을 수색했다. “아버지의 죄에 대해 알고 싶어 해도 알아도 안 된다는 거역할 수 없는 선언이었다. 바로 그 순간 한조는 분명히 느꼈다. 지금껏 살아온 세계가 멈추고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바뀌었다는 것을. 그 세계는 친절하고 따뜻했던 지금까지의 세계와 다르리라는 것을. (…) 아버지는 감방에 있고 어머니는 취해 쓰러졌으며 형에겐 그럴 아량이 없었다. 그 순간 자신을 위로할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그는 두 눈을 꾹 감아 눈물을 짜내며 자기 몸을 껴안았다.” ―본문 119쪽 평화로운 두 가족의 삶은 지수의 죽음으로 인해 여지없이 무너져내렸다. 한 가장이 여고생 성폭행 살인자가 되었고 그의 부인은 알코올 중독자로, 두 아들은 살인자의 아들로 평생을 살게 되었다. 딸을 잃은 하워드 주택의 부모들은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고 막내딸 해리는 부모들의 돈을 목적으로 친척이 입양했다. 시간이 흐른다. ‘그 일’에서 벗어나고자 그곳을 떠났다. ‘그 일’은 이제 남은 이들이 살아가는 데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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