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책

에드몽 자베스 · 시
57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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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질문의 책』 또는 끊임없이 떠도는 한 가지 질문에 관하여│이주환 • 23 질문의 책 헌사 • 61 책의 문간에서 • 65 그리고 그대는 책 속에 있게 되리라 • 77 부재자(不在者)의 책 1부 • 105 2부 • 183 3부 • 203 살아 있는 자의 책 1부 • 235 2부 • 245 유켈의 책 헌사 • 281 이야기에 앞서 • 283 1부 흰 공간 • 293 선(善)의 몫 • 302 씨앗과 기호 안에서의 사라와 유켈에 대한 묘사 • 312 거울과 목도리 • 315 울부짖고 있는 사라와 유켈에 대한 묘사 • 318 감긴 눈의 목소리 • 320 돌과 모래의 대화 • 323 2부 책과의 관계 • 329 글을 쓰는 습관 • 332 어떤 때에도 그대들의 얼굴을 묘사하지 않았네 • 337 차게 식은 등잔 • 339 유켈 세라피가 참여한, 학자들과 우연한 손님들 간의 대담 • 341 3부 유켈의 일지 • 355 사라의 일지 1 • 358 사라의 일지 2 • 364 시간의 바깥에서 연인들이 나눈 대화 • 367 사라의 일지 3 • 371 4부 여지-없음(non-lieu)의 화신 1 • 377 여지-없음의 화신 2 • 389 베일과 처녀 • 394 주님의 내려간 눈꺼풀 • 398 죽음의 반항 • 406 속된 말 • 408 과거와 과거의 대화 • 415 뱃사공과 강변 주민의 대화 • 417 질서와 흔들림 • 420 5부 아침 • 427 가브리엘에게 보내는 편지 • 435 바다의 손들 • 441 남쪽 • 443 책으로의 귀환 헌사 • 451 이야기에 앞서 • 453 1부 가장자리와 경계 • 459 번개와 빛 • 464 시련과 책 • 467 몰락과 망명 • 473 대지 • 477 진주와 검 • 483 바늘과 시계판 • 486 닫힌 커튼 • 490 공간과 시간 • 492 유켈 세라피가 참여한, 학자들과 우연한 손님들 간의 새로운 대담 • 495 고리 • 499 2부 왕-세기 • 503 계약 • 511 구멍 • 517 세 가지 질문 • 526 3부 간격과 강세 • 535 온벽 • 541 예리코의 장미 • 545 거절과 피난처 • 550 땀 구슬들 • 554

출판사 제공 책 소개

▪ ‘질문’의 ‘책’ 자베스를 자신의 문학적 모범으로 삼은 폴 오스터는 <질문의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을 남겼다. “이는 소설도 시도 아니요, 에세이나 희곡도 아니다. <질문의 책>은 이 모든 양식들의 조합이며, 단편과 아포리즘, 대화와 노래와 주석이 어우러진 하나의 모자이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다음과 같은 ‘책’의 중심 질문을 끊임없이 맴돌고 있다. 바로 ‘말해질 수 없는 것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라는 질문 말이다.” 유켈과 사라라는 두 인물과 가상의 랍비들이 등장하는 이 책은 괄호와 이탤릭체로 분열된 이야기들이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글쓰기 형식을 보여준다. 이러한 형식상의 독창성은 ‘책’ 이전에 존재하는 ‘책’을 드러내고, ‘책’ 이후에 아직 씌어지지 않은 다음 ‘책’을 예비한다. ‘질문’ 다음에 이어지는 것은 대답이 아니고 또 다른 ‘질문’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이름은 ‘질문’의 ‘책’이다. “살아남을 가능성을 가진 책이란 그 자체를 파괴시켜버리는 책”이고, “그것을 연장하는 또 다른 책을 위하여 자신을 파괴해버리는 책”이라고 말하는 에드몽 자베스의 ‘책 해체’는 <질문의 책>에서 빛을 발한다. 두 번째 제자가 말했다. “이 모든 질문들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까? 질문이란 것은 언제나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은 답에서 태어납니다. 우릴 다만 또 다른 질문들로 이끄는, 이 모든 질문들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까?” 렙 망델은 이렇게 답했다. “새로운 질문에 대한 약속을 얻을 수 있다.” 가장 오래된 제자가 말을 이었다. “우리의 질문에 대해 어떠한 답변도 불가능할 때가 와서든, 더는 우리가 어떠한 질문도 던지는 것이 불가능할 때가 와서든, 분명, 언젠가는 우리가 질문을 멈춰야 할 때가 올 것입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질문을 시작하는 것에 어떤 소용이 있는 것입니까?” 렙 망델은 이렇게 답했다. “그대는 모르겠는가, 모든 추론의 끝에는 언제나 하나의 결정적인 질문이 기다리고 있다.”(200-201쪽) 왜 ‘대답’이 아니라 ‘질문’인가. 자베스는 ‘책’을 통해 혐오가 만연한 우리 시대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 만인을 지칭하는 단어, 유대인 에드몽 자베스는 독일 제3제국의 패망과 제2차 중동전쟁이라는 두 사건을 통해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자각하게 된다. 나치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유대인 대학살은 자베스를 심한 충격에 빠뜨렸다. 아우슈비츠로 대변되는 유대인 절멸 수용소는 자베스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아우슈비츠’라는 단어는, 다시는 일어날 수도, 일어나서도 안 되는 절대적인 폭력, 곧 정체성의 차이를 유일의 구실로 벌어진 인간의 다른 인간에 대한 극한 폭력을 의미한다. 아우슈비츠는 ‘질문의 책’이라는 제목의 이 책이 도달하려고 하는 최종적인 ‘질문’이다. 이 ‘질문’은 윤리적인 질문이고, 그 제기 방식은, 자기 자신의 동일하다고 간주된 정체성에 대한 끝없는 자문에 있다. 그러한 자문을 통해 우린 자기 안에 깃든 타자성을 끊임없이 상기해야 하며, 그리하여 결코 집단적 동일성에 의해 타자를 박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정화열은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해제에서 “폭력은 차이를 지우려 할 때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값비싼 대가”라고 말한다. 자베스가 <질문의 책>에서 천착하는 ‘질문’은 차이를 지우려는 절대 권력의 폭력에 맞선 불복이자 저항이다. 아렌트와 마찬가지로 자베스에게 유대인은 종교적이거나 혈통적인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베스가 말하는 유대인은 유대 민족이 아니고, 이스라엘은 국가 이스라엘이 아니며, 예루살렘은 도시 예루살렘이 아니다. 자베스의 유대인은 좁게는 ‘작가’ 넓게는 만인을 지칭하며, 이스라엘과 예루살렘은 상징적인 의미에서의 ‘책’을, 곧 모든 박해와 추궁을 피해 피신할 수 있는 (그리고 끊임없이 돌아가야 하는) ‘장소 아닌 장소’를 지칭한다. 자베스는 유대교적 전통에 기댄 사유를 전개하면서도, 그 폐쇄성과는 결별하고 있는 것이다. 자베스는 특정한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로서 ‘유대인’이 아닌, 만인을 지칭하는 용어로서 유대인의 보편화를 꿈꾼다. 그는 모든 이를 유대인으로, 혹은 그와 구분되지 않는 존재인 ‘작가’로 인도하는 데 적극적이다. 아, 유대인이 아닌 그대여—나는 거의 유대인이 아니었다. 지금 나는 유대인이다—나는 그대를 나의 영역으로 인도한다. 작가가 아닌 그대여—나는 거의 작가가 아니었다. 지금 나는 작가다—나는 그대에게 내 책들을 선사한다. 그대, 유대인이며, 어쩌면 작가이기도 한 사람이여.(127-128쪽) 끊임없이 윤리적인 성찰을 이어나가지만 거처가 없고, 돌아갈 땅이 없으며, 국가가 없는, 핍박받는 민족인 유대인, 어느 곳에서도 환대받지 못하는 유대인, 방랑자이자 이방인인 유대인은 모든 인간 실존의 근원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한 사람의 학자: 처음에 나치는, 쓸모없는 유대인들만을 화장터의 가마로 보냈다. 나중에는, 이 ‘쓸모없음’이란 개념조차 파기되었다. 모든 유대인들이 몰살되어야만 했다. 어쩌면 언젠가는, 단어들이 영영 단어들을 잃게 될 날이 오리라. 시가 죽는 날이 오게 되리라. 그것은 로봇의 시대, 그리고 옥에 갇힌 말의 시대이리라. 유대인들의 불행은 보편적인 것이 되리라.(349쪽) 렙 사피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린 죽은 사람들이다, 그것을 그대들은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죽는다는 것은, 마침내 제 이방인으로서의 존재 조건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죽은 사람보다도 더 이방인인 것이 누구겠는가? 아, 모든 망자는 유대인이다. 타인들에 대하여 유대인이고 스스로에 대해서도 유대인이다. 죽음의 순간에, 사람들은 다만 스스로 유대인임을 깨닫게 될 뿐이다. (중략) 그리고 렙 아렙은 이렇게 말했다. “유대인의 연대라는 것은 이방인이 또 다른 이방인에게 느끼는 불가능한 정념이다.”(310쪽) 마지막 인용문에서 유대인은 죽음의 이미지와 결부되는데, 자베스에게 죽음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지 않는다. 죽음은 ‘침묵’ ‘그림자’ ‘어둠’ ‘간격’ ‘부재’ 등과 마찬가지로 모종의 ‘비어 있음’을 나타내고, 이는 서로가 서로를 해하거나 동화시키지 못하게 하는, 절대적인 차이를 의미한다. 자베스에게는 이 차이가 곧 ‘별’을 빛나게 해주는 근원이요, ‘유대인’을 생존케 하는 ‘장소 아닌 장소’이므로,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 마련인 ‘죽음’은 긍정적인 의미를 담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광대한 침묵이 인간을 그의 동포들로부터 갈라놓는다. 우린 나지막이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절규하고 있다. 이따금 나는 불시에 모든 간격이 사라지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자문해본다. 그럼 오래 지나지 않아 우린 청각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푸른 하늘과 그림자가 사라지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럼 서로서로에게 용접된 별들이 하늘의 불타는 천정을 이루게 되리라. 태양은 홀로 날을 이루게 될 것이고, 우린 불길 속에서 스러지리라.” • 렙 베앙(548쪽) 렙 자셰르는 이렇게 썼다. “별들이 뛰어넘을 수 없는 간격 속으로 도피하듯, 우린 거절 속으로 피난을 간다. 그렇게, 우린 우리의 반짝임 속에서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중략) 그들 안의 죽음이 그들을 죽음으로부터 보호하고 있었다.”(550-551쪽) ‘우리’라는 집단 속에서 낱낱의 존재인 개별자를 살게 하는 것은 침묵과 어둠, 간격이다. 침묵, 간격, 그리고 죽음이 유대인을 동화 및 제거로부터 보호한다. 끝없는 질문의 요람으로서의 침묵, 배제와 동화 모두를 불가능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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