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에게

김언 · 시
1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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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전격과 파격 혹은 변격의 시도를 지나, 2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 『백지에게』에는 여전히, 그러나 새로운 실험을 출발하는 김언 시인의 역동적인 문장들이 형형히 담겨 있다. 책에는 김언 시인이 오랫동안 골몰해 온 경계 밖을 향한 사유와 실험적인 언어가 정점의 정점을 거듭해 나아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뿐만 아니라 마치 홀로 백지 앞에 앉아 나지막이 읊조리듯 전하는 시인의 일상과 진솔한 고백 또한 짙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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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무의미 13 사랑 14 괴로운 자 16 백지에게 18 투신 20 모두 폭발하러 가는 것 같다 22 영원 24 바쁜 사람 25 쉬고 싶은 사람 26 슬픈 사람 27 2부 자세 31 외투 32 두 사람 33 누가 불러서 왔습니까? 36 제안 38 이것은 40 가족 42 배운 사람 44 혼자 울고 있다 45 산 자와 괴로운 자 48 된다 49 신원 50 만년필 51 파리의 기억 52 고향 앞으로 54 나는 원했다 58 원산지 60 3부 계속되는 마지막 63 필자 64 종소리 66 기술자 67 파티에 가는 일기 70 등장인물 74 약속 78 다시 밤이다 81 용건 없는 사람 84 불안 86 불안 91 상관없는 밤 92 4부 당신 95 겪어 보지도 않고 나쁜 사람 96 악인 100 미의 102 저쪽은 모른다 105 다만 본다 106 미친 사람 ― 찰스 부코스키를 읽다가 108 없다 111 어쩌다가 만났을까? 112 반려 113 누가 숨어서 우는가? 114 우는 사람 115 인생 116 얼마 남아 있지 않다 118 돈 120 여분 122 언제 한번 보자 123 작품 해설 125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도 없는 곳으로_ 박대현(문학평론가)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미지의 장소에서 태어나 영원을 유랑하는 말들 김언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백지에게』가 민음의 시 285번으로 출간되었다. 2018년 두 권의 시집을 잇달아 출간한 시인은 인터뷰를 통해 “『한 문장』이 전격”이라면,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은 파격 또는 변격”에 대한 시도라고 말한 바 있다. 전격과 파격 혹은 변격의 시도를 지나, 2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 『백지에게』에는 여전히, 그러나 새로운 실험을 출발하는 김언 시인의 역동적인 문장들이 형형히 담겨 있다. 그동안 ‘숨쉬는 무덤’, ‘거인’, ‘소설을 쓰자’, ‘모두가 움직인다’ 등 상징성 짙은 심상들을 선명하게 그려 냈던 김언의 기존 시집 제목들과 나란히 놓고 보면, ‘백지에게’가 주는 담백함은 다소 뜻밖이다. 그러나 김언 시인에게 ‘백지’는 시공간을 부유하듯 유랑하는 말들이 모여 시가 빚어지는 장소이자, 닿을 수 없는 태초와 영원을 포착하는 유일한 공간이다. 그 점을 염두에 둘 때, 시인이 담담하게 백지에게 말을 거는 듯한 제목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백지에게』는 김언 시인이 오랫동안 골몰해 온 경계 밖을 향한 사유와 실험적인 언어가 정점의 정점을 거듭해 나아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뿐만 아니라 마치 홀로 백지 앞에 앉아 나지막이 읊조리듯 전하는 시인의 일상과 진솔한 고백 또한 짙게 담겨 있다. 올해 김현 문학패를 수상하며 “독자로 하여금 삶을 살아 보고 싶게 만드는 시인”이자 “언어와 세계 양쪽을 모두 운동시키는 시인”이라는 극찬의 심사평을 받은 시인의 정점에 달한 시력과 단단하고도 말간 목소리를 『백지에게』에 담아 전한다. ■ 존재를 깨우는 목소리 얼음이 되지 못하는 사람도 웃는다. 원산지가 어디냐고 물으니까 웃는다. 멀리서 왔다고 한다. 그래, 원산지는 멀다. 가까운 곳에선 나지 않는다. ―「원산지」에서 태어난 순간을 하나의 장소처럼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모두 시작된 곳으로부터 멀리 떠나온 존재들이다. 그리고 여전히 멀리 떠나가고 있는 중이다. 자신이 탄생한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조차 없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탄생의 증거일 뿐, 태어난 순간은 깜깜한 망각 속에 묻혀 있다. 영원히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탄생의 순간이라는 과거는 미래와도 닮았다. 김언의 시 속 존재들은 이런 시간의 속성 속에서 유랑하듯 떠다닌다. 그들은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 말을 시작한다. 갑자기 ‘저곳’이나 ‘외투’가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거나, ‘너’를 가진 사람이자 가지지 못한 사람이 동시에 되려 한다는 실현 불가능한 의지를 선언하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나는 어쩌다가 앉아 있는 사람이 되었을까.”(「모두 폭발하러 가는 것 같다」) 하며 현재 상태에 대한 고민에 골똘히 빠진다. 그 목소리들은 마치 우리가 우리 자신을 낯설게 느끼는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목소리 같다. 그 목소리는 세상의 소음을 멈추고 오직 지금 그 목소리를 듣는 ‘나’라는 존재를 깨운다. 그리고 자신이 처한 까마득한 과거와 미래까지도 한꺼번에 불러와 의식하게 한다. 김언의 말들은 깜깜한 곳에서 태어나 깜깜한 곳으로 떠나간다. 아득히 먼 곳에서 시작해 여전히 아득히 먼 곳으로 나아가야 하는 우리를 깨우는 목소리로 『백지에게』가 말을 건다. ■ 울고 걷고 돈을 세는 사람들 장례식장에서 누가 가장 슬픈가? 유가족이겠지. 그런데 그들이 가장 바쁘다. 그들이 가장 바쁘게 움직이고 그들이 가장 바쁘게 소리를 내고 그들이 가장 바쁘게 울음을 울고 그들이 가장 바쁘게 서 있다. ―「바쁜 사람」에서 그동안 김언의 시는 목격하는 순간 허공으로 사라지는 ‘연기’, 보이지 않는 ‘유령’의 말, ‘공백’으로 차 있는 문장 등 쉽게 실체를 포착할 수 없는 것들을 중심으로 빚어졌기에, 독해 또한 이런 이미지를 중심으로 시도되었다. 그러나 이번 시집 『백지에게』에는 유독 「바쁜 사람」 「쉬고 싶은 사람」 「슬픈 사람」 「배운 사람」 「용건 없는 사람」 「겪어 보지도 않고 나쁜 사람」 「미친 사람」 「우는 사람」 등 구체적인 ‘사람’의 모습을 지칭하는 제목의 시가 많이 보인다. 그 ‘사람’은 슬픔에 빠져 있지만 바쁘게 손님을 받아야 하는 장례식장의 유가족들처럼 실제 생활을 가진 모습으로 그려진다. 또한 시인이 생활하는 흔적 또한 곳곳에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자신에게 악의를 보이는 사람을 향해 냉소하는 목소리,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백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 “수중에서 나가는 돈은/ 다 큰돈”(「미의」)이라는 생활의 말들이 날것의 감각으로 다가온다. 『백지에게』는 “선풍기를 바꾸려고 했다. 아주 본질적으로 바꾸려고 했다. 돈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시인의 말로 시작하고 있다. 생활의 냄새를 가득 머금고 있는 “선풍기”와 “돈” 사이에 놓인 “본질적”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이 생경하다. 선풍기의 본질에 대해, 선풍기의 본질을 바꿀 돈에 대해 거듭 고민하다 보면 선풍기도, 돈도, 본질도 모두 낯설어진다. 이 낯선 감각은 우리 생활 속에 도사리고 있던 비밀의 문이 열리는 신호탄이다. 그렇게 김언은 『백지에게』로 또 하나의 새로운 통로를 열었다. 일상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오직 김언의 시를 읽는 동안의 감각으로만 가닿을 수 있는 세계의 통로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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