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알 수 없어 신비롭고 매혹적인 고고학의 매력
고고학에서는 0.1mm만 흙에 덮여 있어도 무엇이 묻혀 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앞니의 흔적 하나로 고인류가 주로 사용한 손이 오른손인지 왼손인지 밝혀내는 것 또한 고고학이다. 이 책은 온전히 알 수 없어 신비롭고 매혹적인 고고학의 매력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은 다양한 고고학 이야기로 유구한 시간을 자연스럽게 이해시킨다. 물을 마시다가 사레에 들리는 것은 인류 진화의 부작용인가, 구석기시대의 어린왕자로 불리며 수백 개의 조가비에 구멍을 뚫어 만든 모자를 쓴 인골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블롬보스 동굴의 유물에서 발견된 #모양의 기호는 무슨 의미인가, 명석한 두뇌보다 튼튼한 두 다리가 먼저인가, 최초의 악기가 낸 소리는 단조일까 장조일까 등.
직접 눈으로 보지는 못한 사건들이지만 고고학적 증거를 가지고 맞춰보는 재미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석기는 그냥 짱돌이 아니라 과학이며 예술이자 더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알 수 있는 열쇠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박물관장의 색다르고 유쾌한 시선으로 설명한 인류학
이 책에는 석기, 뇌, 육식, 두 발 걷기처럼 인류 진화의 기본적인 설명부터 흑요석, 바늘, 외계인, 구석기날조사건, 호빗 등 새로운 이야기로도 가득하다. 석기를 보고 그냥 짱돌이 아니냐는 질문에 실제로도 석기의 구분은 어렵다며 일본의 구석기날조사건을 소개한다. 외계인이 지구에 남긴 표식이라는 주장에는 흑요석 돌날을 눌러떼기로 떼어내는 장면을 보여준 일화를 밝힌다.
색다르고 유쾌한 내용들은 긴 시간동안 시민과 고고학의 연결다리를 자처한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1990년부터 전곡리유적의 발굴조사에 참여한 이래 전곡선사박물관의 건립부터 실무를 맡아 2015년부터 현재까지 전곡선사박물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동아시아 최초로 발견되어 세계구석기연구의 흐름을 바꿔놓은 주먹도끼와 인연을 맺은 지 벌써 30년이 훌쩍 지난 것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실험고고학과 대중고고학을 넘나드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독일의 실험고고학자 울프 헤인과 우리나라의 독특한 석기로 평가받는 유구석부를 복원하는 통나무 벌목 실험부터 아프리카 바깥에서 발견되어 가장 오래된 고인류로 알려진 드마니시인을 직접 보러 조지아에 방문한다.
인류 진화의 퍼즐을 맞추는 상상은 늘 짜릿하다며 웃는 고고학자가 이제 그 즐거움을 독자에게 선물하려 한다. 마치 모닥불 앞에서 나누는 이야기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