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지은이는 정치의 재규정 속에서 창조의 문제는 모든 사회.정치.경제 전 영역에 해당되는 것이 된다고 지적한다. 즉, 소수정치학은 창조를 문화 영역에서의 활동이나 예술작품 창조에 국한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소수정치학은 문화활동, 예술작품 창조 역시 하나의 정치적 사안임을 역설한다. 따라서 소수정치학은 우리의 삶을, 우리의 현존 자체를 예술작품처럼 창조하고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지은이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니체가 예술가.형이상학이라고 부르며 그 한계를 지적했던 현존의 미학적 정당화가 아니다. 니체에게 영원회귀의 차원에서 고양된 예술가적 삶이란 현존의 미학적 정당화가 아니라 현존의 미학화이다. 그것은 '다시 한 번!'이라고 외치며 이전과 다른 것이 회귀하기를 바라고 새로운 현존을 창조하고 생산하는 태도라는 점에서 미학적이다. 이렇듯 용수와 들뢰즈를 통한 지은이의 니체 해석은 니체 철학에 새로운 정치학이라는 새로운 위상을 부여해 준다. 소수정치학이라는 개념은 현존의 미학화라는 니체의 미학적-윤리적 패러다임에 주체생산이라는 문제를 결부시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제 차이의 철학은 주체의 문제 역시 생산의 문제로, 즉 주체생산의 문제로 변형시킨다. 이것은 개체화의 궁극적 본질, 세계 앞에 정립된 순수한 반성적 오성, 감각과 표현의 중심핵 등으로 간주되던 전통적 ‘주체’의 차원으로부터, 자신을 창안하는 활동을 강조하는 ‘주체성’의 차원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탈근대의 니힐리즘에 맞설 수 있는 정치학, 새로운 소수정치학이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용수와 들뢰즈를 경유해 '다시 한 번' 읽은 지은이의 니체는 이렇듯 니체이기도 하고, 더 이상 니체가 아니기도 하다. 지은이는 용수와 들뢰즈라는 새로운 개별자를 니체와 나란히 배치시킴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알고 있던 니체와는 전혀 다른 니체, 이른바 탈근대적 사유라는 배치 속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니체를 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지은이의 니체 독해 역시 그 자체로 생성을 발생시키는 반복(영원회귀)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우리는 지은이와 더불어 니체의 통찰들이 아로새겨진 사유의 긴 회랑을 지나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소크라테스 이전의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최근의 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나간 철학들은 철학사 속에서 반복, 또 반복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물론 니체가 말한 바 있던 저 영원회귀의 선별적 시험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언제나 새로운 철학적 문제화와 개념의 생산을 통해 차이나는 사유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은 바로 그와 같은 반복 속의 차이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사유에 얼마나 필요한지를 잘 보여준다.